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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그럭저럭 해피앤딩.
식탁과 침대로의
단 한 번의 초대...
재료 :
부엌 식탁과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의 눈물.
팔팔 끓는 기름에 도넛 반죽을 잡아 넣었을 때의 도넛이 된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눈길.
식중독을 일으켜 다 게워내게 만들 정도의 겉잡을 수 없는 그리움.
손 닿지 않고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꾸어 놓는 또 그의 눈길. ( 딴 놈 아니고, 아까 ‘그’ )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다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 소꼬리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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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는 양파 깔 때 나오는 눈물이 있고, 마녀같은 엄마가 있고, 사랑을 가로채는 언니가 있고, 티타를 배신하는 겁쟁이 ‘그’ 가 있다.
정열의 화신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말의 움직임과 구별이 안 가게 사랑을 나누고 남자의 정력을 소진시켜버리는 여대장 헤르트루디스가 있고, 부엌신, 못된 엄마 말고 티타를 길러준 사랑하는 엄마, 현명한 엄마, 냄비가 끓는 수프를 알아주듯이 티타를 알아주는 나차가 있다.
책 속에 빠져들고, 티타의 눈물에 빠져들고, 보이기 위한 인생의 드라마 속의 눈물이 아니라 솔직하고 거리낌 없는 터져나오는 눈물이다. 티타의 사랑에 활활 타오르며, 멕시코 어느 곳 막내딸로 태어나서 사랑도 결혼도 허락되지 않은채 그녀의 심장의 불꽃에 찬물을 끼얹는 파괴주의자 마마 엘레나를 돌보며 살아가는 티타의 부엌에서 나는 헤매인다.
죽을만치 슬프다가 열받는다.
강렬하다.
원색적이다.
후련하다.
코가 시큰할 정도로 맵다.
다 타서 재가 되었다.
해피 앤딩.
내가 본 가장 섹시한 소설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