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론리하트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책과 교감하는 순간이 있다. 마음이 동해서, 소리내서 읽지 않고 못배기게 만드는 책. 오늘 아침, 이 책 너세네이얼 웨스트 웨스트의 '미스 론리하트' 이라는 제목의 책과 교감했다.  

"인간은 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비참함과 싸워왔다. 과거게 꿈은 아주 막강한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제 영화, 라디오, 신문 때문에 유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꿈을 배신한 사례가 무수하게 많았지만 최근의 이런 매체들은 정말 최악이었다."

첫 페이지의 저 문장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첫문장은 아니었고, 소설 뒷부분쯤에 나오는 이 소설을 뚫고 있는 한 문장이었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 꿈을 잃도록 조장하는 미디어들. 그 미디어들로 대표되는 세속.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이 세상.

미스 론리하트는 신문에 투고하는 익명의 독자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는 남자다. 이 책과 나의 궁합이 잘 맞은 것은 둘째치고,  너세네이얼 웨스트는 정말 내가 이때까지 만난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정말 맛깔스럽고,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먹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 자는 도피주의자야. 자신의 내면적 정원만 단장하려 든단 말이야. 하지만 어디로 도망가겠나? 그 자가 자신의 성격이라는 과일을 과연 어떤 시장에다 내다 팔 수 있겠나? 요사이 영농위원회는 실패작이거든."

절망녀, 상심녀, 모든게 지겨운 여자, ( 그러고 보니, 소개 되는 편지들이 다 여자로 부터 온 것이다.  유일하게 남자로부터 온 편지는 미스 론리하트에게 직접 건네지고,  파티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전달되지 않는다. ) 들로 부터 받는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의 구세주가 없는 인간들의 갑갑한 이야기들은 독실함과 의구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기독교인인 미스 론리하트를 황폐화 시켰다가, 집착하고, 강박하게 했다가, 굳건하게 했다가, 결국은 깨달음을 줬다가 그 즉시 모든 것을 빼앗는다.  얼마전에 본 J.D. 셀린저의 '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벽한 날들' 의 결말을 떠올리게 하는 허무하고도 강렬하고도,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전페이지서부터 읽게 만드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 이런 , '바나나피쉬를 위한..'를 보고 최고로 강렬한 문장이라고 평했던게 엊그제인데...) 사실, 마지막 결말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처음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모두 강한 인상으로 박혀버렸으므로, 외려, 전체적인 아우라에 비하면, 결말이 약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처럼 150페이지 정도의 중편소설을 읽고나니 수많은 의문이 든다. 의미심장해보이는 수많은 상징들로 가득차있다. 일독을 한 지금은 애써 분해하고, 해석하려 하지 않으려한다.

해럴드 블룸님의 '교양인의 책읽기' 를 보고, 잽싸게 샀던 두 권의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책이었다. 그의 평을 끝으로 리뷰끝.

"미국 사회의 어두운 비전을 이처럼 완벽하게 묘사한 작품은 두 번 다시 없다. [미스 론리하트]는 [위대한 개츠비],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 , [성단]을 능가하는 작품이다. 20세기의 미국 산문문학을 통틀어서 [미스 론리하트]의 작품 수준을 능가하는 소설을 쓴 작가는 포크너 단 한 사람뿐이다. "

                                    해럴드 블룸 Harold Bloom ( 예일 대학교 및 뉴욕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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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녀, 상심녀, 모든 게 지겨운 여자......
저는 이 책 나오자마자 열광하며 샀었어요.
그런데 기대에 뭔가 조금 아주 조금 못 미친 듯.^^

로드무비 2005-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 확대해서 보려고 왔어요.
근사한데요?^^

하이드 2005-02-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에 나왔을때 언젠가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이번에 .. 라기엔 좀 되었지만, 해럴드 블룸의 ' 교양인의 책 읽기 ' 읽고 사 뒀다가 이제야 읽었는데, 너무 맘에 듭니다. 두번, 세번 읽어도 계속 좋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드는 책입니다.

balmas 2005-02-0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추천 하나에, Thanks to도 들어갑니다.^^

하이드 2005-02-03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맙습니다. BALMAS님 >.<

드팀전 2005-02-0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2년전 쯤 봤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그다지 강한 이펙트를 주진 못했나봐요.아니 그 의미를 전부 이해하기엔 좀 인내가 부족했다는게 맞는 말이겠지요.주인공이 좀 당혹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은 기억이 나네요.언젠가 다시한번 의미를 새기며 읽어봐도 좋을 책이리라 생각하고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