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부지런히 살던 시절이 있었다.

회사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맞이한 추웠던 겨울, 아침 일곱시에 영어학원을 끊고, 깜깜한 새벽에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 내려 십분 정도를 걸어 을지로역에 있던 학원에 다녔다.

 

학원이 끝나면, 겨우 여덟시, 수업시간에는 다들 자판기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그 때가 얼마나 옛날이냐면, 스타벅스나 겨우 있고, 시애틀즈 베스트 정도가 다른 옵션이었던 시절.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회사에 가장 먼저 나가기도 하고, 회사 가는 길에 있던 을지서적에서 책을 보고 가곤 했다.

어제는 반디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오늘은 교보에서 아침을 시작하니, 그 때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계절도 겨울이고.

 

강남 교보의 매대는 그닥 구매욕을 일으키지 않는 것 같다. 반디에 비해서 말이다. 신간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나도 좀 신경써서 찾아 봐야 할 정도. 반디는 내가 찾아보기 전에 눈에 쏙쏙 들어와서 그냥 지나치던 책들도 다시 보게 한다. 반디와 교보의 차이가 어디서 보는지, 더 유심히 봐야겠다. (더 유심히 보는게 밥먹여주진 않지만;;)

 

오늘 교보에서 눈여겨 본 책들은

 

음악 평론가, 프리랜서 작가, 드러머로도 활동하는 브랜든 포브스의<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

 

가볍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흥미로운 주제의 이야기인듯 한데, 표지의 간지가 후덜덜하다. 왜 안 그러겠냐마는. 백만년만에 라디오헤드 음반 스트리밍 돌리게 하는 표지.

 

 

성격은 좀 다르지만, 레전드 밴드의 가사를 파고 들었다는 점에서 한경식의 <비틀즈 콜렉션>도 생각난다.

 

 

 

 

 

 

 

 

 

 

 

 

 

 

 

 

 

 

 

 

 

 

 

 

 

 

 

나가오 다케시,가나모리 시게나리가 엮은 <괴테의 말>이다. 괴테 인용인데, 들춰보다 <친화력>의 글들이 눈에 띄어 담아 보았다. 괴테의 책 번역된 것들 모아 놓고 보니, 헐, 다 있네. <괴테와의 대화>1,2 만 아직 못 읽었다. 베냐민의 <괴테의 친화력>도 읽다 말았; 이 책과 커피와 독일 플라워잡지들을 들고 먼 길 (독일에서부터 강남까지!) 찾아주신 분께서는 잘 계시려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빠졌고, 또 뭐 빠졌지? 여튼, 독어'독문' 전공했다는,

 

솔 프렘튼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일까?>

 

셰익스피어와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한 후대 문학가와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몽테뉴의 정신세계를 12가지의 프레임으로 추적한다. 몽테뉴의 유작이자 불후의 고전 <에세>를 바탕으로, 요동치던 사회에서 펄떡이던 한 남자의 치열한 사색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동물을 좋아했던 몽테뉴는 자신의 저택에서 고양이를 길렀다. 주변의 모든 사물에 의문을 품고 대화를 걸었던 그에게, 고양이는 더없이 좋은 철학적 대상이 되어주었다. 몽테뉴가 자신과 고양이의 관계를 통해 흥미로운 성찰을 보여주는 내용은 그의 저서 <에세>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제목을 잘 뽑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에도 한 번 쓰려다 말았는데, 트렌디한 책을 파는 홍대의 인디서점에서 이 책 파는 거 보고, 설마 고양이 책으로 아는 걸까? 싶었다. 얇지만, 만만한 책이 아닌데, 차라리, 몽테뉴를 읽는게 더 술술 읽히는데.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현재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 그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비평가로 자리 잡은 아사다 아키라, 아즈마 히로키의 뒤를 잇는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사사키 아타루의 첫 책 <야전과 영원 - 라캉, 르장드르, 푸코>는 사상계와 독자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사키 아타루의 신작으로, 책과 혁명에 관한 저자의 사상이 담긴 에세이다.

 

제목도, 책소개도 호감가지 않지만, 책 내용은 친근하게 읽혔다.

 

 

 

 

 

 

 이런 책들도 다시 담아 보고요.

 

네, 오늘은 인문학 코너에서 놀다 왔어요.

 

 

 

 

 

 

 

 

 

 

그리고, 알라딘 서점에서 챙긴 신간들은

 

 

 

 

 

 

 

 

 

 

 

윌리엄 포크너 <소원을 비는 나무>

 

윌리엄 포크너가 올 해 저작권 끝나는 작가였던가? 그런듯.

 

 

 

포크너의 유일한 동화.

 

한 소녀가 환상적인 세계에서 기상천외한 모험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폭력의 폐해를 목격하고, 사랑과 생명과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국내 최고 전문가 김욱동 교수의 해설이 60쪽에 걸쳐 실려 있다.

 

 

 강풀 <안녕, 친구야>

 

표지에는 청운이인가요? 주인공도 청운이인듯, 고돌이도 나오나요?

강풀 작가님의 득녀를 축하드립니다!

 

강풀의 유일한 동화.

 

아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어시의 도움 없이 혼자서 다 그리고 쓴 동화.

 

 

 

 

 

 

마르첼로 시모니 <저주받은 책들의 상인>

 

AD1205년, 비비엔 드 나르본 신부는 가면을 쓴 한 무리의 기사들에게 쫓기고 있다. 신부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신비한 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탈주를 감행하던 중 깊은 골짜기로 추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13년 후, 비비엔 신부의 친구이자 유골상인인 이냐시오 다 톨레도는 유배 생활을 마치고 '성스러운 땅'으로 돌아온다.

귀환 도중 그는 어느 부유한 귀족 가문으로부터 '우테르 벤토룸'이라는 제목의 희귀도서를 찾아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받는다. 책에는 칼데아.페르시아 문명으로부터 전해 내려온 주문이 적혀 있는데, 이 주문을 읽는 자는 천사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가진 지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냐시오는 키우자의 산 미켈레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책을 찾아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난다.

 

 

3부작의 시리즈물, 유골상인 이냐시오 시리즈인건가? 중세 배경의 추리물은 언제나 환영. 이탈리아 추리물.이라는건 거의 기대되지 않지만, 일단 찜. 난 요즘 상당히 부지런히, 사고 읽으니깐. 찜. 찜.

 

 

 

 마이클 룰먼 <셰프의 탄생>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CIA 이야기를 담은 책. 1997년 출간 이후 아마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으며, '요리계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저자 마이클 룰먼은 "셰프의 영혼을 그려내는 작가"라는 찬사를 들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책에는 「뉴욕 타임스」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CIA에 학생으로 입학해 2년 동안 머물며 겪은 모든 것을 고스란히 풀어낸 기록이 담겨 있다. CIA는 6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뉴욕에 위치한 요리학교로,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뢰, 일본의 츠지조 그룹교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힌다.

 

 

재미있는 요리책 몇 권이 떠오르긴 하는데, (HEAT라던가) 이 책 워낙 오랫동안 봐왔던거라, 막상 번역되니 시들하지만, 일단 실물을 영접하고, 읽어봐야지 찜.

 

그리고, 요즘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세계문학 시리즈

 

 

 

 

 

 

 

 

 

 

 

 

 

 

 

 

 

 

 

 

 

 

 

 

 

의외다.

민음의 고전페인팅이 들어간 길쭉한 판형의 가장 낯익은 오래 본 세계문학선,

문학동네의 검정색 포스 있는 세계문학선들 사이에서

 

이런 빈티지한 컨셉으로 통일감을 주며 눈에 띄는 표지라니! 창비, 진짜 멋지다.

서점 가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다보면, 수채물감 떨어뜨려 번진 것 같은 이 표지들이 진짜 눈에 계속 들어온다. 쏙쏙.

 

컬렉션도 개성있다. 멋져멋져!

 

마무리는,

내가 엄지공주라면 드러누워 자리 펴고 자고 싶은 장미 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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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1-1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세계문학 진짜 멋져요. >.<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봤는데 홀딱 반하겠어서 다 마련하고야 말겠다고 가열차게 결심했어요. (다 읽는 거와는 별개의 문제 -_-;;;;;;;;;)

종이달 2022-05-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