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나 나올법한 시시해 죽겠는 책에 관한 질문 중 하나라면,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세요?'
책을 좋아하고, 책을 늘 끼고 산다고 하더라도, 진짜 어떤 작가를 일생을 다해 제일 좋아하지 않는 이상, 머뭇거리고, 멈칫거리게 되는 질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늘 끼고 사는 사람에게 아주 쉬운 질문은 이거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나는 요즘
텐도 아라타의 <가족사냥>을 읽고 있다.
'다시' 읽고 있다고 하지 못하겠는게, 이전에 읽었던 판본에 비해 분량이 한 다섯배쯤 늘어난 것 같아서 말이다.
백쪽을 읽어도, 이백쪽을 읽어도, 아직 초반만 같은, 읽은 테도 안 나는 칠백페이지 넘는 책의 위엄. 그것도 상,하가 각각 칠백페이지 넘는다. 것도 팔백페이지 가까운 칠백 구십페이지 막 이렇다.
이전에 읽었던 부분과 새로 추가된부분이 헷갈린다.
이후로 어떤 책을 읽어도 이 바로 전에 읽었던 하세 세이슈를 못 벗어날 것만 같다. 자꾸자꾸 생각나.
이렇게 건조한 책은 처음이야. 야쿠자가 순진해보일지경인 책이라니. 하드보일드도 너무 하드보일드다.
불야성 2권 <진혼가>에서 대만에서 온 킬러는 개 도감을 본다. 화분을 애지중지하던 레옹마냥, 피도 눈물도 감정도 영혼도 없을 것 같은 대만에서 온 킬러에게는 '개 도감'이 힐링북이다.
나의 힐링북, 그러니깐, <가족사냥>과 함께 읽고(? 단순히 읽는다고 하기엔 맘이 너무 많이 움직여) 있는 책은
레이첼 메케나의 <French Cat> 이다. (번역제목 맘에 안들어)
아주 예쁜 양장책이다. 아름다운 프랑스 배경에 고양이 숨은그림찾기.
고양이에 대한 프랑스 작가들의 열렬한 사랑 고백과도 같은 문구들.
저자의 이야기들도 좋다.
고양이가 나오지 않는 프랑스 사진들도 좋은데, 저자 가족 사진 같은건 별로.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세요? 란 질문은 글쎄,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세요? 뭐 이런 질문과 거의 동급이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