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괜찮았습니다
외로워서
좋았습니다
외롭고 슬프고 설레고 기쁘고 즐거운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저를 넘나들며 심장을 건드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점점 차분히 가라앉았으며...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보다 더 강한 것이라고...
내 마음은 점점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아름다운 글이다.
사고 나서 알았지만, 아마, 나가수에서 박명수가 김피디의 책을 언급했었나보다.
나는 김영희 피디가 다음 프로그램은 강호동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한 기사를 보고 알았고, 알라딘 신간 보다 눈에 띄어 구경이나 하러 갈까 생각했었고.
강남 교보에 가서 베스트셀러에 있을까 둘러보니 없다. 신간이라 그런가 싶어 에세이쪽으로 발길을 돌려도 없다. 도서안내해주는 분께 물어보니, 문의 많았다며, 여행서 쪽에 있는데, 재고가 없다고. 많이들 찾으셔서 발주 많이 넣었는데도 없다며, 실재고 확인해주겠다고 한다. 여행쪽에 실재고가 딱 한 권 남았다며, 다급하게 (안 다급하셔도 되는데; ) 그거 얼른 챙겨, 중간에서 만나! 하면서 손님 잠깐만요 하며, 바람같이 '중간'으로 여행쪽 담당자를 접선해 하나 남은 '소금사막'을 가져다 주러 가셨다. 휘잉 -
어..어.. 난 그냥 구경만..
가져온 책은 맘에 안 들었다. 표지는 펄이고, 인터넷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톤에 때 잘 탈 것 같고 쩍쩍 갈라질 것 같고 종이도 두껍고 반짝여서(반사되서) 내가 선호하지 않는 종이다. 게다가 가격은 16,500원!
난 알라딘 적립금 부자고, 바로 앞 샵에서 바로드림 클릭하면 10% 할인인데 'ㅅ'
머릿속은 시끄러웠지만, 아주 감사해하는 표정과 제스처로 책을 받아 들고 계산대로.
적립금 천원 써서 15,500원에 사 들고 15,500원만큼 형편없어진 잔고를 알리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외면하며, 집으로
인간은 왜 책을 사는가?
김영희피디의 글이 어떻던지간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궁금하니깐 책을 산다.
강남 교보에 그날 많이 발주한 책이 한 권 남을 정도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궁금하니깐 책을 샀을 것이다. 책을 사는 것은 사람을 사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사는 것이, 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을 넘어선 생활이니깐, 사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된 것에 대해 한 번 읽어볼까, 뭔데 뭔데? 하는 정도겠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이 겨우 들었다. 맛집이 있으면, 한 번 먹어볼까? 하는 정도 말이다. 아, 그렇구나.
끊임없이 이야기를 섭취해야 하는 몇몇 이상한 나라의 독자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어떤 출판평론가가 말했듯이 '정의란 무엇인가'가 히트를 쳤다고 해서 독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높아진건 아니라는 말. 그러네, '뭔데뭔데' 가 베스트셀러를 만드는거구나.
읽기 전에는 뭐 이런 잡생각들을 했었는데,
몇 장 읽기도 전에 맘이 젖는다.
'내 마음은 점점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작고 가벼워졌습니다' 라는 말을 예컨데 회사 다니다 힘들어 때려치고 여행 가서 책 후다닥 낸 삼십대의 여자가 했다면 안 와닿았을 것 같은데, 오십대의 김영희 피디가 하는 말이다보니, 와닿는다.
책의 맥락 뿐 아니라, 저자의 인생 맥락까지 함께 읽는 탓이다.
오늘 하루는 꽃 만들고, 제 수명을 다한 꽃 버리고, 쓸고 닦고 씻고, 책 읽는 하루가 될듯하다.
11월의 첫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