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우리 같은 따라지는 말이지, 하나같이 자랑할 만한 과거 따위, 가지고 있지도 않소. 마타 녀석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구중중하고 칙칙한 인생이지.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야 해도 떠올리고 싶어지는 적은 없수다. 하지만 오긴 녀석은 다르지."  

"다르다... ?"  

"오긴은 말요, 그 녀석은 적어도 반듯한 기억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다고, 그러니 더더욱 집착이 솟고 한도 남는 게지."  

"그렇지요. 그러니 더욱..."
"글쎄."
지헤이는 힘없이 대답했다.  

".... 보통은 그렇지, 선생. 그렇게 비참한 심정, 아예 없는 게 낫지. 원망하는 마음, 슬픈 마음은 없는 편이 나을 거라고."
"그렇지요, 그렇다면."
"허나 그러한 집착이야말로 사람다움의 증표일 수도 있지 않나, 나는 그리 생각한다오."
"집착이.... 사람다움의 증표?"
"으음. 그 집착 때문에 오긴이 악당으로서 끊임없이 번민하는 것은 틀림없소. 허나 그러하기에, 그것이 없어지면 그 녀석에게 있는 사람다움의 근본마저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  

 

 

 

 

 

 

 

속 항설백물어.를 읽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신기한 백가지 이야기 

나오키상 수상작 시리즈이기도 하다.  

시대물이고, 요괴물(?)이다.  

요괴물은 요괴물인데, 그게 요괴인지 사람인지 아리까리하다.  

<항설백물어>를 읽을 때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 좀 쎄한 - (쿄고쿠 나츠히코다보니..)

<속 항설백물어>를 읽으니, 애잔한 느낌이 많이 돈다.  

770여페이지에 2만2천원이니, 만만치 않은 가격에 페이지다 싶었는데, 대만족이다.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쿄고쿠 나츠히코,  

절기는 가을로 넘어갔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늦여름 밤의 에도 시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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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8-1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읽고 싶어도 가격이 넘.....비싸용 ㅜ.ㅜ

이박사 2011-08-2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후반 단편 세개가 정말 재밌더군요!

하이드 2011-08-25 12:03   좋아요 0 | URL
뒤로 갈수록 정말 끝내주더라구요. 마지막 단편 진짜 울뻔 했어요. 설마 속 항설백물어가 이 시리즈 마지막인가요? ㅜㅠ 아마 후반 단편 세 개 중에 한 편에서 울컥 하기도 했구요. 그 망해가는 번 이야기 나오는 부분이요. 속항설백물어 정말 재미있고 감동하며 읽었네요.

동훈서점 2011-09-0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설백물어> 시리즈는 <속 항설백물어続巷説百物語> <후 항설백물어後巷説百物語> <전 항설백물어前巷説百物語> <서 항설백물어西巷説百物語>로 이어지며,
[출처] 교고쿠 나츠히코 : 작품 소개 (웹진 판타스틱) |작성자 키안

라고, 하는 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