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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 씨, 홀로 죽다 ㅣ 매그레 시리즈 2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한 달에 두 권씩 나오기로 되어 있던 매그레 시리즈가 5월에 네 권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네 권 예약판매 하는걸 사서, 한꺼번에 보게 되었다. 종종 물어보길래 말하자면,
네 권 중에 시리즈 02 갈레씨, 홀로 죽다.가 제일 재미있었다.
심농은 왜 긴 장편 대작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의 장편들은 모자이크와 같이 합해져 하나의 장편이라고 대답했다.
이야기나 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매그레를 제외한 등장인물마저, 겹치거나 하는 면이 없어서(그러니깐, 일단 4권까지는 말이다.) 시리즈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 없을 정도의 독립된 이야기인데, 이 짧은 장편들이 모두 합쳐 하나의 장편이다. 라는 말이 십분 이해간다. 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하나로도 완성작이지만, 다 늘어놓고 보았을 때, 커다란 그림이 완성되는 그런 느낌?
1권이 별로였다는 분들에게, 2권까지라도 꼭 한 번 읽어봐주세요!라고 강추하고 다니지만, (그리고, 2권 다음으로 3권이 재미있었다. ^^;) 4권까지 읽고 나도, 뭔가 매그레 시리즈를 단순히 순서대로 읽어서가 아니라, 이야기와 느낌이 쌓여져 나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
매그레 시리즈는 '후더닛'이 아니라 '와이더닛'이라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스포 없이 리뷰를 쓰기가 상당히 힘들다. 에센스는 범인이 왜 범인이 되었나? 희생자는 왜 희생자가 되었나?인 것인데, 그러다보면, 범인을 추리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겐 범인을 이야기하는 스포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갈레씨는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포 없이, 당췌 이야기를 설명할 수가 없다.
매그레 반장과, 그가 몇 주 동안 당황스러우리만치 내밀하게 지내게 될 그 죽은 이와의 최초의 접촉, 그것은 1930년 6월 27일, 아주 평범하고도, 힘들고도, 잊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
로 시작하는 <갈레씨, 홀로 죽다>
죽은 이는 갈레씨다.
생파르조 센에마른에 주소지를 둔 방문 판매 사원 에밀 갈레가 25일에서 26일 밤사이에 상세르의 라 루아르 호텔에서 살해되었음. 이상한 점들이 많음. 시신 확인을 위해 가족에게 알려 주기 바람. 가급적 파리의 수사관을 보내 줄 것.
느베르에서 도착한 전보를 받고 매그레는 생파르조에 직접 가게 된다. 파리에서 3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갈레씨의 집에 찾아가 부인에게 사망소식을 전하며, 신원 확인을 부탁한다. 갈레씨 집에서 발견한 피아노 위의 작은 사진 하나
숱 많은 머리, 희끗희끗한 턱수염, 어깨 쪽이 어색하게 재단된 모닝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가 사진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타원형 얼굴은 사내아이의 얼굴만큼이나 기름했다. 또 다른 특징은 거의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얼굴을 반으로 가르는 선, 그것이 사내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얇은 입술이라는 사실을 매그레가 깨닫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진 속 갈레씨의 모습이 이후로 매그레의 머리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다.
갈레씨의 고생스럽고, 고독하고, 그러나 사랑을 했고, 평생 무언가를 기다렸던 인생은 이 책의 여운으로 길게 길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