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아파서 (꽃 잡고 어쩌구 한다고 손이 쑤셔 죽겠어 ㅡㅜ ) 친구한테 손 마사지 잘 하는 곳 아냐고 카톡을 보냈더니,
일사천리로 자신이 다니는 네일샵을 예약해준다. 가서 들으니, '친구가 손이 많이 아프대요. 스크럽도 해 주시고요.'
그래서 스크럽, 마사지, 네일 (기본인데, 네일 해주시는 아주머니 언니가 친구 좋다고 그라데이션으로 해줬;) 받고, 간만에 샤방샤방한 손으로 룰루랄라 하며 바로 옆의 교보로 ㄱㄱ  

ㅇㅇ님, 책 한 권만 사주시면 안 되요? 마침 교보 근처라 들렀다 가고픈데, 교보 가면, 왠지 바로드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어요.  

라며, 기리노 나쓰오 신간을 졸랐다.  

바로드림을 기다리며,   

신간 코너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얼마전 같이 자고 싶은 소설 속의 어쩌구 페이퍼에서 ^^; 잭 리처 이야기 나왔던게 생각나서, 마침 앞에 있던 <라인업>에서 잭 리처 부분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책에서 좋은 점도 있고, 싫은 점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난 항상 무법자들에게 끌렸다. 빈틈없는 면과 독창성도 좋아했다. 흥미로운 사건들이 드러날 거란 가능성도 좋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머리가 좋긴 한데 마지막 액션 장면을 띄우기 위해 책의 4분의 3 정도 되는 부분까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주인공은 싫었다. 탐정들이 단서를 쫓아 방에 들어갔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식의 이야긴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그리고 승자가 좋았다. 계속 지기만 하다가 막판에 이긴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스토리 전개는 조금 거북하기도 하고 불편했다."  

오, 내 취향인걸,  

39세, 방송국에서 해고 당한 실직자 리 차일드는 부엌에 있는 식탁 앞에 앉아서 4파운드 조금 모자란 쇼핑의 결과물인 세 권의 노트 중 첫 번째 노트를 펼치고 연필과 연필깎이와 지우개를 한 줄로 늘어 놓고, 세 가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린다.  

첫째, 캐릭터가 왕이다. 아마 플롯으로 기억되는 책은 백 년에 여섯 권도 안 나올 것이다.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이다. 텔레비전도 그렇다. 누가 론 레인저를 기억하는가? 모두 다. 그럼 론 레인저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내 소설의 주인공이 그 모든 무게를 져야 했다. 그건 아주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그렇잖은가, 나는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에다 실직자였으니까.  

공감공감. 캐릭터가 왕이다! 매그레 시리즈에서 강조해야 마땅한건 캐릭터인데, 복합적인 매그레 캐릭터에 선명한 카피를 깔기가 너무 힘들다.   

둘째와 세째는 패스 -  

죽죽 완전 재미나게 읽어나가다가 잭 리처를 묘사한 장면에서 빵 터짐  

키 195센티미터에 체중이 113킬로그램인데 온몸이 근육질이다. 한동안 뙤약볕 아래에서 일을 하고 난 후의 그의 모습은 "호두로 속을 채운 콘돔"같다고 묘사됐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감히 그에게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그의 강렬한 육체적 존재감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지 말자는 두 번째 규칙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오랫동안 다른 작가들은 주인공들을 점점 더 단점이 많고 연약한 인물로 그려왔다. 이 장르를 장악해온 갸름하고 뾰족한 턱의 남성적인 사나이들과는 다른 유형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웅들은 점점 작아졌고, 현실적인 두려움을 품었으며, 육체적으로도 평범해졌다. 감정적인 면에서느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이들은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오 있거나,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고 있는 이혼남이거나, 산속의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이혼남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고 있으면서 일을 하다가 저지른 실수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글자 그대로 진짜 총알과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총알들이 이들의 심장 근처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패배 의식과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기서도 빵  ㅋㅋ 코넬리 저격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잭 리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검색대에서 검색을 해보니, 네 권의 시리즈 중 각 한 권씩만 남아 있고, 1권은 재고도 없었다. 여튼, 다 뽑아서, 추리소설 책장을 뒤지는데, 첫번째 책 ... 없다. 두번째 책... 없다.  

우씨, 세번째 책.. 마저도 없자, 책을 읽고 싶은데 못 읽는다는 엄청난 좌절감이 몰려 오며, 불만에 가득차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어떤 남자가 옆에서 '원샷'을 들고 있는거다. 순간 나는 0.5초전의 엄청난 좌절감이 채 가시기 전이라 무작정 ' 그거 제 책인데요' 라고 실제로 말해버렸다. -_-;;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패스 -  

근데, 그 남자를 바로드림존에서 만났습니다. '아, 그래서 그랬군요'
'네??'
주문하신 분께서, 잭 리처도 다 찾아다가 주문해 놓으셨어 ㅡㅜ  

가..감사합니다.  

  

 

 

 

그래서 주말엔 기리노 나쓰오 신간과 리 차일드를 읽을 생각. 집콕하고.  

 시리즈인데, 컨셉 좀 유지하지. 어휴 -
 
비채에 뭘 바래.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표지 쌩뚱맞다.
 <물의 잠, 재의 꿈>도 기존의 표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제 신간마실 올렸는데, 어젯밤인가 오늘 아침인가 다시 확인하니, 몇 권인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아, 그 전에  

 

 

 

 

미야베 미유키 신간 <홀로 남겨져> 북스피어에서 북 OST를 냈다. 박기영씨 작사 작곡의 다섯곡이 든 CD가 들어 있다.
예약판매 중에만 CD가 부록이고, 그 후에는 각각의 가격을 받는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예약판매 필!  

사실,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 중에 맘에 쏙 들었던 건 거의 없는데, (시대물은 기본은 한다.) <지하도의 비> 정도가 꽤 좋았던 것 같다.  이번 단편집도 그닥 기대가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중에 사고 싶을 때 CD를 돈 내고 사야한다고 생각하면, 역시 예약판매로 사두자. 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간이 나왔다. 표지 컨셉 굿이요 -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감성 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하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이 시리즈 두 번째고, 백설공주가 네번째인가로 알고 있다.  

 

 

 

 

 

그리고 망구엘 아저씨의 신간!! <밤의 도서관>이 번역되어 나왔다. 오오!  

이 책 영어번역본(인지 원서인지)으로 가지고 있는데, 정말 멋진 표지와 인테리어의 간지 폭발 책이라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지 중 하나인데, 번역본의 표지는 암만 봐도 후지다. 실물은 좀 나을까. 하는 기대도 그닥 안 들고;

여튼, 절대 구매 예정. 망구엘! 망구엘!  

아,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스테파니 핀토프의 <고담의 그림자> 되시겠다.  

20세기 초반, 법의학과 수사기법들이 막 생길랑말랑 할때의 이야기로 2010년 에드가상 신인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술술 재미나게 잘 읽힌다.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왠지 현대의 과학수사물을 질리게 많이 보다 보면,
이런 순진한(?) 수사 기법들이 막 등장하는 (프로파일이 신기한 시절, 지문이 법정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 이야기는 괜시리 애정 돋고, 엄마 미소 띄며 보게 된다는.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 하면서, 평소 관심 많은 수사물의 오리진을 보는 것은, 그러니깐 굳이 말하자면 역사 로맨스 이런것처럼, 역사 범죄물? ㅎ  이런 장르를 따로 만들고 싶을만큼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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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6-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잭 리처 주문했어요. 급 호기심 발동하여 그만. (그, 그런데 호두로 속을 채운 콘;;;;;;;)

기리노 나쓰오 여사님 신간은 반드시 바로 주문하여 읽어야 할 (무릎꿇고;;) 책이지만, 정말이지 표지는 저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0-;;;;;

고담의 그림자, 보관함에 넣어놨는데 읽어야겠네요. 재미있겠어요. >.< 얼마전 읽었던 노나미 아사의 '자백'에서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는데요. 몇십년 전 범죄 수사에서 아주 순진^^;하고 건실한 방법으로 범인을 잡고 자백을 이끌어내고 하는 장면들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형사분들, 경찰분들이 새삼 막 존경스러워지고 좋아지고 그런 거 있죠.

하이드 2011-06-04 22:04   좋아요 0 | URL
자백 사두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어요. 오오. 읽어봐야겠네요. 전 지금 잭 리처중. ^^

기리노 나쓰오 표지, 기대도 안 했지만, 진짜 아쉽네요. 소장하고 싶은 책 표지가 저 모양이면, 부지런히 책커버를 만들고 싶어지죠.

2011-06-04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6-0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고 싶은 책들이 상당히 많네요.하지만 언제 다 볼지 기약이 없군요 ㅜ.ㅜ

하이드 2011-06-0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중에서 열 두권 읽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