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숲 블랙 캣(Black Cat) 23
타나 프렌치 지음, 조한나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바로 '그' 타냐 프렌치의 <살인의 숲 in the woods> 를 드디어 읽었다.
584쪽이라는 분량은 27줄의 꾹꾹 누른 편집이 아니라도 이 소설의 밀도를 생각해볼 때 쉬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이 소설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 타냐 프렌치의 각종 추리상을 휩쓴 데뷔작이다.
내가 워낙 멋진 데뷔작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사감을 덜어내더라도 대단한 작품이다.

이렇게 섬세한 추리소설을 읽어본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여성의 펜으로 하드보일드로도 읽히고, 경찰소설로도 읽히고, 그냥 추리를 도구로 한 소설로도 읽히는 멋진 작품이다.  

in the woods... 숲에서, 두 아이가 실종되고, 한 아이만 살아 돌아온다. 그 아이는 트라우마로 실종당시의 기억을 잃었다.

같은 마을, 같은 숲에서 20여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발레로 촉망받던 한 소녀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 사건을 맡게 되는 형사는 바로 20여년전 살아 돌아 온 그 아이이다.  

트라우마를 지닌채 마을을 떠나고 억양도 바뀌고, 머리색도 바뀌고, 이름도 바뀐 그를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가장 친한 파트너 형사인 캐시만이 그 사실을 알 뿐이다.  

캐시는 살인전담반에 드문 여형사이다. 살인반 형사들을 통틀어 가장 젊은 나이에 살인전담반에 입성하기도 하였다.
캐시와 살아돌아온 아이, 애덤은 남들이 보기엔 깊이 사귀는 사이, 애덤은 캐시를 여동생처럼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찾는' 형사라고 자조하듯이, 그 또한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여튼, 이 이야기가 경찰소설로도 읽힐 수 있는 것은 캐시와 애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살인전담반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나에게는 이런 결말은 이 소설을 더 특별하게 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된다.  
제목과 주인공과 이야기와 장소의 성질이 비슷한 음울한 톤으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그것이 나는 너무나 멋지다.   

스포가 될까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이 소설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장치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치들을 데뷔작에 녹여낸 작가가 대단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1-03-2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금요일밤은 기발한 발상 하늘을 날다를 읽을 예정인데 이 소개를 보니 당장당장 읽고 싶네요. 이 작가 책이 한권만 번역된거 같아 벌써 슬퍼까지 했어요 ㅠ.ㅠ

하이드 2011-03-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주말에 다 읽기 힘드실지도. 기발한 발상 하늘을 날다.는 휘모리님 취향이 아닐지도.

정말 더디게 읽혔어요.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좋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 읽는 동안 일상의 페이스가 무너질 정도로 쉽지 않은 독서였어요. 뒤로 갈수록 주인공이 갑갑하기도 하고, 근데, 왠지 이해도 되고..

문장, 묘사, 복잡한 플롯, 클라이막스와 결말, 복합적인 성격의 주인공들, 아일랜드포레스트느와르적 분위기(^^;) 뭐 이런 것들이 제 개인적 취향에 맞아 떨어졌던 책이에요.

이 책 읽으면서 떠올랐던 작가는 아메리칸 서던 고딕 카슨 매컬러스,
이 책을 정의하는 한 단어는 '섬세함'.

뭐 이렇습니다.

하이드 2011-03-2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아날드루 인드리다손 느낌도 나구요. 이 책 읽으면서 어렴풋이 떠올랐던 섬세한 문장의 책이 있는데, 리뷰 다 뒤져봐도 무슨 책인지 가물가물하네요. 며칠째 계속 생각중. 으으..

무해한모리군 2011-03-2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밑에 소개를 들으니 점점 더 솔깃해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포레스트느와르적 분위기... 라~

하이드님을 힘들게 할 정도의 섬세함이라니 조금 두렵기도 하네요 휴..
마음에 준비를 하고 다음주 금요일에 도전해 보고 결과 보고를 할게요.
이번 주말엔 서점숲 6권에 필 받아서 오만과편견, 오만과편견그리고좀비 를 읽으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 섬세한 작가도 생각나시면 알려주세요~ 궁금궁금..

moonnight 2011-03-2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제 차 도어옆에 꽂혀있어요. 혹시나 차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읽을 책이 없을 때 -_-를 대비한답시고 꽂아놓은지 한참 됐는데요. 지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끝나가는데(네 이제 읽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 다음 책으로 예약입니다. 하이드님이 이렇게 칭찬하시다니, 궁금궁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