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읽었다.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좋은 글이고, 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이고,
가끔은 눈물 짓게 하고, 가끔은 통쾌함에 무릎을 치게 하고, 가끔은 크게 웃게 하는 글이다.  

그 중 하나, 신나는 꼭지가 있어서 이야기해보려고.  

"시인 황인숙 씨가 쓴 짧은 에세이집 <1일 1락>을 읽다가 갑자기 황홀해졌다. 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요즈음 사람의 나이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셨다는 구절이 있어서였다.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저자 나이 60이어서 0.7을 곱하니 55도 아니고 49도 아니고 42. 마흔 두살이 되어 버린다.
까만 핫팬츠에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깅을 하는 것이 역시 예순살의 모습은 아니라며.  

서른이 넘어도 방 뺄 생각이 없는 자식들에 대해 한탄하지만, 0.7을 곱해보면 서른이래봤자 스물 하나, 마흔은 스물여덟
결혼도 안 하고 부모 밥 먹으며 사는 것이 용납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50년 전에는 쉰 살이 채 못됐다. 그러나 지금은 여든에 가까바. 우리 부모나 조부모 세대보다 30년 정도를 더 산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스무 살 때 성가해 마흔 살에 사회 중진이 되고, 예순이면 은퇴해 노년을 보낸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인생 사이클과 관련된 기존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틀은 바뀌어야 한다.

쉰 살에 명퇴가 수두룩한 사회 현실과는 상반되지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에라 잘됐다. 0.7을 곱해서 서른다섯이라고 치면 뭐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한 우물만 파고 살기에는 지루하고 긴긴 인생이 됐다. 새로운 우물을 깊게 팔 수 있는 나이라 마음먹으면 된다."  

내가 새로 시작하는 일을 하기에 나의 나이는 핸디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했어야 하는데, 후회를 마음 한 켠 담고 있었다. 엄마 아빠가 열이면 열 우리나라 나이를 들이대도, 나는 한 살이라도 (생일 전에는 두 살!이나 어린!) 만 나이를 들이대며, 나이를 깎으려고 (..라기 보다는 만 나이가 내 나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했는데,  

0.7을 곱하니 순식간에 열살이 어려진다. 올레 -  

스물셋은 무언가에 도전하고 새로 시작하고, 실패하기에도, 성공하기에도 아주 좋은 나이다.  

마음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 해 삶의 굴곡을 심하게 겪으며 서른을 넘겼더라도 0.7을 곱하면 '아직 스물밖에 안 됐잖아.' 라며 다시 공부해서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앞으로 인생은 60년도 더 남았어' 여기면 한 번의 실패가 전혀 두렵지 않게 된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해 초조한 사람, 이러다보면 시간이 가겠지늙겠지죽겠지 하는 사람,
나이에 0.7을 곱해본다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처럼 절박한 사람에게 절실한 위안 한조각일지라도.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0-10-1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요즘은 나이에 비해 젊게 살아요. 옷 입는 것도 그렇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저 고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40 넘으면 거의 할머니수준이었는데. 50대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도 0.7은 너무 젊은 거 같은데요. 저는 한 0.8정도면 딱 일 것같아요.

moonnight 2010-10-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레~~~~~ 이십대가 되었어요. ^^;;;;;;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지금의 위치에서 나이만 젊어진다면 진짜 좋겠네요. 호홋.
(도둑놈 심보 -_-;;;;;;;)

하이드 2010-10-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글이 기분도 좋지만 일리도 있다고 생각해요. ^^ 평균수명이 지난 몇십년 사이에 그렇게 늘었는지 몰랐어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간의 생각의 차이도 이 나이x 0.7 에서 온 다고 생각해요.
서른 넘어 시집 안 가는 딸.. 에 대한 느낌은 우리 또래가 보는 것과 부모 세대가 걱정하는 것의 정도가 꽤 틀릴테니깐요.

2010-10-1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0-10-1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7 보다는 0.8이 대세인가요? ^^ 새로운 곱하기 나이를 널리 널리 알려야겠어요.

제 지금 나이 창창하다고 해주셔서 감사 - 핸디캡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헛 보낸게 아니라면, 분명 거기서 얻는 장점도 있을 꺼에요.

다만, 생물학적 나이는 좀 젊어지게 운동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