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책의 리듬에 몸이 절로 들썩일 때가 있다.

제프리 베스트의 윈스턴 처칠 평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 A study In Greatness>를 읽고 있다.
천천히 읽히는 책이긴 한데, 아마도 클라이막스일 '세계제2차대전' 의 시작을 읽고 있자니

원제에 비해 번역본 제목이 저게 머꼬? 했는데,

지금 내 기분이 막 들썩거리며 '절때 포기하지 않겠따!' 막 이런 기분이 되어 버린 것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의 저자 제프리 베스트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처칠 같은 인물을 많은 저자들이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일이다. 처칠의 전기는 아들 랜돌프가 쓴 것부터 시작하여 마틴 길버트 경이 쓴 것까지 엄청나게 많다. 그 중에는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역사가들이 쓴 것도 있다. 처칠의 삶에서 중요했던 시기와 일화는 모두 전문가의 조명을 받았고, 그와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회고하는 글을 썼다.'  

처칠에 대한 책들이 많지만, 아래의 네 권 정도에 일단 관심이 간다.

처칠의 책중 지금 읽고 있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처칠을 둘러싼 영국 현대사와 유럽의 세계대전들에 대한 내용이 충실히 나와 있어서 좋다. 노벨문학상까지 탈 정도의 글을 쓰고, 명연설가하면 빠지지 않는 명연설을 햇던 처칠의 글들 중
<처칠, 나의 청춘기><폭풍의 한가운데 : Adventures and Thoughts> 정도, 그리고 <memoir of World War II> 정도가 관심간다.   

처칠의 삶은 영국 상류 귀족층의 그것이었지만, 궁핍했다. 궁핍이란 말이 이 남자와 어울리기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쓸 꺼 다 쓰는데, 받는 돈은 적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젊은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그의 문장력을 십분 발휘했다.  

'나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 16개국의 가장 유명한 신문에 글을 실어서 생활비를 벌었다. 말 그대로 글밥을 먹고 산 것이다.'  

처칠이라는 이름과 사진에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다른 의외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적이 많았고, 전쟁광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오해인지, 그런면이 없지 않은지는 각자의 판단일 것이고)
상류층 귀족이었고, 글을 그렇게 잘 쓰고, 연설을 그렇게 잘 하고,
부인과 오래오래 사랑했고,
많은 정치적 실패를 겪었고 ( 이 부분이 특히 의외였다. 처칠은 태어날때부터 오오 처칠이었을 줄 알았다.)
2차대전때야 그 진가를 인정 받아, 플러스, 그 많은 정치적 적들도 처칠이라는 걸출한 존재가 불가피해져서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도 의외. 이전에 해군성 장관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도 있지만, 히틀러에 대해 영국의 정치인 중 가장 먼저 유일하게 비판하고, 대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의 공격적인 성향, 적에 대한 관대함, 뒤끝없음, 공정함, 원칙 등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Yosuf Karsh  

명연설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즐거운 것은 
회자되고, 회자되는 연설들을 글로 읽으며 당시의 청중이 느꼈던 그 느낌의 새발의 피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에도 상황상황 연설, 책 등의 발췌가 나오는데, 인상깊었던 연설을 옮겨보면  

 인도 암리차르 학살때, 영국의 장교 다이어가 잔인하게 인도인들을 '학살' 했다. 처칠은 다이어가 처했던 상황의 어려움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다이어가 과도한 대응을 했다는 점을 다양한 논점으로 분명히 했다. 독립에 대한 인도인의 열망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무질서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잘 알려진 처칠이 다이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판에서 이와 같은 연설을 한 것은 그의 '원칙'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국가에 대항하여 무기를 든 자는 언제든 총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불법으로 무기를 든 자는 군대가 언제까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그러나 무기를 든 자와 무기를 들지 ㅇ낳은 자는 완전히 다른 범주에 속합니다. ..... 제가 말한 무기란 총기류 같은 살인 무기를 말합니다. ...... 이 기준에 따르면 그들은 비무장 상태였습니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휘관들이 적용하기 그렇게 어렵지 않은 간단한 기준입니다.'  

대단히 명쾌하면서도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     

그의 연설은 정적들까지도 몰려다니면서 들을 정도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성이 차지 않아 처칠의 연설들을 찾아보았다. 오디오로 듣는 처칠의 연설은 알아듣기 쉽지 않다. 웅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 듣는 영국 악센트도 미국 악센트도 아니고, 강렬한 어조도 아니다. (대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가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그가 순간순간 최고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던 그의 인생으로 보여지는 오라와 카리스마가 아닌가 싶다.

처칠 연설문 모음  : 다는 아니고, 선별해서 모아 놓았다.
연설 동영상 : 동영상이라기 보다는 오디오가 나오는 동영상들
연설 오디오 다운로드  : 아카이브 사이트인데, 이 사이트 좀 괜츈한듯. 다른 자료들도 뒤적여봐도 재밌을 것 같다. 

 가장 유명한 처칠의 연설 ' we shall never surrender'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나오는 연설이다.

  

Turning once again, and this time more generally, to the question of invasion, I would observe that there has never been a period in all these long centuries of which we boast when an absolute guarantee against invasion, still less against serious raids, could have been given to our people. In the days of Napoleon, of which I was speaking just now, the same wind which would have carried his transports across the Channel might have driven away the blockading fleet. There was always the chance, and it is that chance which has excited and befooled the imaginations of many Continental tyrants. Many are the tales that are told. We are assured that novel methods will be adopted, and when we see the originality of malice, the ingenuity of aggression, which our enemy displays, we may certainly prepare ourselves for every kind of novel stratagem and every kind of brutal and treacherous manœuvre. I think that no idea is so outlandish that it should not be considered and viewed with a searching, but at the same time, I hope, with a steady eye. We must never forget the solid assurances of sea power and those which belong to air power if it can be locally exercised.

I have, myself, full confidence that if all do their duty, if nothing is neglected, and if the best arrangements are made, as they are being made, we shall prove ourselves once again able to defend our island home, to ride out the storm of war, and to outlive the menace of tyranny, if necessary for years, if necessary alone. At any rate, that is what we are going to try to do. That is the resolve of His Majesty's Government—every man of them. That is the will of Parliament and the nation. The British Empire and the French Republic, linked together in their cause and in their need, will defend to the death their native soil, aiding each other like good comrades to the utmost of their strength.
Even though large tracts of Europe and many old and famous States have fallen or may fall into the grip of the Gestapo and all the odious apparatus of Nazi rule, we shall not flag or fail. We shall go on to the end. We shall fight in France, we shall fight on the seas and oceans, we shall fight with growing confidence and growing strength in the air, we shall defend our island, whatever the cost may be. 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we shall fight on the landing grounds, we shall fight in the fields and in the streets, we shall fight in the hills; we shall never surrender, and even if, which I do not for a moment believe, this island or a large part of it were subjugated and starving, then our Empire beyond the seas, armed and guarded by the British Fleet, would carry on the struggle, until, in God's good time, the new world, with all its power and might, steps forth to the rescue and the liberation of the old.
 

추천 받은 존 루카치의 책 두 권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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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09-1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신문의 북섹션에 소개된 글만 봐도 관심이 확~ 끌리던 책이었는데,
하이드님께서 흥미롭게 소개해주신 글을 읽으니 더욱 들썩거리는군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치인과 '그들의 정치'는 대체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지겹도록 싫지만,
인류역사를 이끌어온 위대한 정치가들의 힘은 실로 거대하다는 걸 '위인들'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외침(인내와 열정과 용기와 신념으로 뭉쳐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닥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을까를 생각하면 위대한 정치인을 고개숙여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듯 싶네요.

알라딘 책 소개글을 끝까지 따라가며 읽어 보니,
"그는 언제나 '최고의 시간'을 찾았고 즉각 눈에 보이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본문 476쪽)는 글이 확~ 다가오네요.

하이드 2010-09-18 00:14   좋아요 0 | URL
잘 몰랐던 처칠이나 영국 현대사에 대해 엿볼 수 있어 도움되고 있습니다.
의외로(?) 책이 없더라구요. 위에 뽑아 놓은 네 권을 읽어보긴 할껀데, 처칠에 대한 책으로 이 책도 손색 없을듯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9-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흥미롭네요. 읽어봐야겠어요 ^^

하이드 2010-09-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재미있어지는 시점에서 쓴 페이퍼니 뒤로 갈 수록 더 재미있어질꺼에요. ^^


하이드 2010-09-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카쉬 사진 멋지지요? 아 카쉬전 못 간게 새삼 아쉽

노이에자이트 2010-09-1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하이드 님이 2차 세계대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군요.처칠과 2차 세계대전에 관해서 비교적 두껍지 않은 책 두 권 소개해 드릴게요.혹시 관심 있으면 읽어보세요.존 루카치<1940년 5월 런던의 5일> 역시 같은 저자의 <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 전자는 처칠이 영국참전을 결정하기까지의 긴박한 과정을 다룬 책이고,후자는 독일이 소련을 침략하게 된 과정을 다룬 책입니다.

하이드 2010-09-1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님!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처칠을 읽게 되면, 필연적으로 히틀러를 읽고 싶어지지 싶습니다. ^^

Beetles 2010-09-1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제가 요즘 처칠 책을 찾아 읽으려 하고 있는걸 어찌 아셨는지..저는 아이에게 읽어줄만한 처칠 책을 찾고 있었거든요(초3^^) 위인전집으로 간략하게 나온거 말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