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읽는다


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의 독서와 교양에 관한 대담과 400권의 북리스트가 코멘트와 함께 달려 있는 책  

독서에 대한,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에 대한 교양의 거장들이 추천하는 책들 중 강력하게 땡기는 책들을 꼽아보았다.

거장 답게 낚는 실력도 훌륭하다.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들을 읽어 왔다>  

 사토 : (...) 참, 다치바나 씨에게 감사할 일이 있는데요, 외무서에 근무할 떄 정보분석팀을 이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맡고 보니 문제점이 보이더군요. 외무고시를 통과하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외교관들의 교양 수준이 기대 이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이 러시아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러시아의 지적 엘리트와 겨룰 수 잇는 교양은 갖추어야 했죠. 그래서 다치바나 씨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교과서로 지정하고 교육을 시켰습니다. 거기에는 책을 구매하는 방법에서부터 메모하는 법 등 유익하고도 다양한 독서 기법들이 들어있었지요.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더라도 일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겨보라는 지시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랐던 건 그 책에서 말한 독서 방식이나 책 구매 방법이 이스라엘 첩보특무청인 모사드나(지바!)  KGB 등에서 가르치는 방법과 유사하다는 점이었어요.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    

 
다치바나 : 인간의 두뇌 회로는 글자나 책을 읽으면서 급격히 변화하게 됩니다. 인간이 어떤 언어 세계에서 양육되고 어떤 문자를 읽느냐에 따라 뇌 회로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은 지금 읽고 있는 <책 읽는 뇌 ; 원제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로 양육되는가, 중국어로 양육되는가, 영어로 양육되는가에 따라 뇌가 다르게 변한다는 것이지요.   

다치바나 : 이전에 미치코 황후가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를 장려햇던 적이 있었죠. 또 책을 읽어서 들려주는 행위가 뇌 발달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은 <책 읽는 뇌>에도 나와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아직 독서와 관련된 유전자가 없다고 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말의 역사보다는 글의 역사가 엄청나게 짧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고요. 따라서 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책읽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 뇌 회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뇌를 단련하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청춘표류>, <사색기행>, <에게 영원회귀의 바다>를 읽었다. 이번에 보관함에 담은 <천황과 도쿄대>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은 별로 구매할 생각 없는 묵직하고 지루해보이는 책들이었는데, 이번 대담 이후로 새삼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못 읽은 책은 더 읽어보고 싶고. 마침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이 알라딘 반값 행사중이라 냉큼 장바구니  

 

다치바나 다카시 <천황과 도쿄대>  

사토 : 이번에 책을 선정하면서 단 한 권만 골라야 한다면 다치바나 씨의 <중핵 vs 혁명 마르크스>를 꼽고 싶었습니다. (...) 만약 한 권 더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나 다치바나 씨의 <천황과 도쿄대>를 고르겠습니다. 교양의 문제를 쇼와의 역사와 결합시켜 풀어간 훌륭한 책이지요. 미노다 무네키라는 우익적인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지금은 거의 잊혀 가지만, 태평양전쟁 당시의 이데올로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데올로그보다는 선동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지요.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다치바나 : 테러리스트적 혁명 운동의 원점은 네차예프에게 있습니다. 인간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이해불능의 상태까지 미쳐갈 때가 있지요. 그런 광기의 본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들을 꼽아봤습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SHOAH(쇼아)>,<뉘른베르크 인터뷰>그리고 일본 우익사상의 문헌을 넣었습니다.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다치바나 : 현재 일본의 정치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이 책은 번역서에 따라 가장 중요한 부분의 번역이 다릅니다. 어느 부분인가 하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눈으로 거리를 재는 것, 즉 목측(目測, 눈대중) 능력이다. 라고 하는 지점이지요. '목측'이라는 단어가 원문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것인데 그렇게 번역되어 있지 않은 책이 많습니다.
 
사토 : 저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리스트에 넣었는데 확실히 동감합니다. 러시아인들이 하시모토 류타로 전 수상의 거리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거든요. 하시모토는 검도를 하는 사람이라서 거리감각이 독특하다고요. 상당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만나면 다시 멀어진 느낌이 든다고요. 그 자신만의 '인간관계에서의 거리두기'가 독특했던 것이지요. 일본 국내에 친구가 적었던 까닭도 그의 거리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토 : 그에 비해 푸틴은 유도를 좋아해서 정치가로서는 달라붙어 겨루는 타입이지요. 결국은 이쪽도 상대 논리에 따라서 함께 달라붙어야 하지요.    
 

토머스 말로리 <아서 왕의 죽음>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다치바나 : <아서왕의 죽음>은 유럽문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원류로 읽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변신이야기>도 그리스 신화 전체를 아는 데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그 가치가 크다고 봐요. 

    

 


하야마 요시키 <시멘트 포대 속의 편지>

사토 : (..) 얼마 전에 읽엇던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공선> 붐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요. 프롤레타리아문학이라고 하면 고바야시 다키지보다 하야마 요시키의 작품이 낫습니다. <게 공선>은 하야마 요시키의 <바다에 사는 사람들>을 차용한 겁니다. 요즘 같으면 표절 문제로 소송이 걸렸을지도 모르죠. <게 공선>은 근대문학 이전의 정치선동적인 문장일 뿐, 하나의 작품으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의 독서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니까 이런 책이 팔리는 게 아닐까요. 하야마 요시키의 <시멘트 포대 속의 편지>, <매음부> 이 두 작품은 프롤레타리아문학의 재미와 공리성을 도잇에 갖추고 있습니다. 노동문제를 희화화해 버리는 <게 공선> 붐에는 화가 납니다. (웃음)  

골즈워디 <사과나무>  

사토 : 골즈워디의 <사과나무>는 잔혹한 연애이야기입니다. 한 영국인 엘리트가 여행 도중 알게 된 웨일스계 여성과 결혼을 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그녀와는 출신계급이 달라 결혼할 수 없다며 헤어지고 결국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립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러 은혼식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부인과 함께 산책하다가 어느 자살한 사람의 묘를 발견합니다. 바로 예전에 헤어졌던 여자의 묘였죠. 그는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투스>를 인용하며 "나는 왜 이리 비극적인 남자일까?"라며 지난 날을 회상합니다. 자신이 지난 날 그녀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었는지는 전혀 자각하지 않은 채 말이죠. 정형적인 영국인 엘리트의 발상 아닌가요. (웃음)  

 고미카와 준페이 <인간의 조건>  

no image의 압박;;  

 

 

사토 : 외무성에는 정말 인재가 풍부합니다 .그런데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의 관료조직은 위계질서가 명확하기 때문에 위에서 쥐어짜기라도 하면 군대처럼 돼 버리죠. 고마카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은 육군관료세계의 단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의 성이 '가지'인데 이름은 끝까지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다치바나 : 왜 그렇죠?

사토 : 군대, 관료, 국가는 성만 존재하는 세계라는 것이죠. 저도 관료 시절에 경험햇습니다만,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인데도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 친구 이름이 뭐였지' 하면서요. 또 이 작품은 관료는 두 종류뿐이라는 걸 재미있게 묘사합니다. 상급공무원과 하급공무원. 다시 말해 괴롭히는 쪽과 괴롭힘을 당하는 쪽. 이렇게요. 그 세계에서는 이 둘밖에 없다는 것이죠.(웃음)  

다치바나 : <인간의 조건>이 발간되었을 때 저는 이미 소설을 멀리하고 있어서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았는데, 잘 만들었던데요.
사토 : 그 영화 저도 봤습니다. 부분적으론 소설보다 잘된 곳도 있었죠,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다치바나 : 영상을 통해서도 교양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은 뛰어나죠.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만화 완전판 (전 7권)을 꼭 보셨으면 합니다. <ㅡ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동일한 노선에 있는 것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지요. 광장합니다. 만화 나우시카에 비하면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는 새끼손가락 끝마디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만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제까지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미지를 격파해 버리는 묵직한 사상이 드러납니다. 미야자키 감독에게 그 장면을 왜 애니메이션에는 넣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불가능했다고 말하더군요.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그림책인데, 이 책에도 그림이 아니었다면 전해질 수 없는 부분이 있지요.  

첫번째 북리스트 중에서
* 북리스트에 국내 번역본을 볼드체로 표시해 두었고, 제목이 바뀐 경우, 바뀐 제목까지 친절하게 적어 두어서 더욱 유용하다.  

 

 

 

 

 

 

 

 

 

 

 

 

 윌리엄 제임스 <실용주의>  

사토 :  미국을 생각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입니다. 그래서 프래그머티스트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위릴엄 제임스의 <프래그머티즘>을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다치바나 :개인적으로 윌리엄 제임스를 좋아해서 그의 저작집은 모두 읽었습니다. 프래그머티즘은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개념 중 하나지만, 일본에서는 원전을 제대로 소화한 사람이 없어서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요. 어떤 관념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그것이 현실화되엇을 때의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는 주의가 프래그머티즘입니다. '나무는 그 열매로 아나니'라는 사고방식인 거죠. 그것은 예수의 가르침이었고 키에르케고르 철학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후이지 다다토시 <국방부인회 - 일장기와 요리복>

사토 : <국방부인회 - 일장기와 요리복>에 나오는 국방부인회란 어떤 단체인가요?

다치바나 : 아주 흥미로운 단체인데요. 전쟁 중에 국방부인회와 애국부인회라는 두 개의 단체가 있었습니다. 국방부인회는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을 환송하거나 귀환하는 병사들을 환영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애국부인회는 군인을 지지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상류층 부인이나 유산계급 부인이 많았지요. 하지만 두 단체는 서로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그 뒤 애국부인회는 국방부인회에 흡수됩니다. 일본에서 여서잉 본격적으로 공적 영역에 진출한 것은 국방부인회가 처음입니다. '국방'이라는 명칭 때문에 오해를 받긴 했지만 이 단체는 전쟁 기간에도 상당히 반체제적인 권리 요구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다치바나 : 국가 체제에 편입되지는 않았나요?

사토 : 총력적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부인회를 포섭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지요. 무서운 단체입니다.(웃음)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에서 성공한 유일한 반파쇼운동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 운동을 상당히 흥미롭게 봅니다.  


두번째 북리스트 중에서  

 

 

 

 

  

 

 

 

 

 

 

 

책에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이 두 권 포함되어 있는 등 낯익은 책이나 고전들이 많이 나와 있으나, 개인적으로 관심 가고, 사고 싶었던 책, 지금 내게 없는 책들 위주로 골라 보았다.

 

* 일일히 수정하지만, 또 에러 나겠지? 훌륭한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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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8-0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박스 지 맘대로 붙는건 여전하군 욕나온다 알라딘

내가 앞으로 한번만 더 글박스 쓰면 알라딘 탈퇴한다

moonnight 2010-08-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덜덜;;; 어지러워요. =_=;;;;
읽은 책은 <만들어진 신> 밖에... ㅠ_ㅠ;;;
<피가되고 살이되는 500권..>은 사서 책장에 꽂아만 놨는데 벌써 반값행사한단 말입니까. 여러모로 좌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