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모메 식당' 아세요? , 그럼, 일드 '심야 식당'은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Yes라면, 이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이지마 나미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영화 음식감독이다. 정말 멋진 직업으로 보인다. 소박한 일본식 가정식에 대한 친근함은 일식에 대한 호오와는 또 다른 것 같다. 앞에 '일본식'이 아니라, 프랑스식이라던가, 그리스식이라던가가 붙어도 마찬가지다. '가정식'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에 잠들어 있는 본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레시피북이다. 30가지의 요리와 그 레시피를 담고 있고, 중간중간 네 명의 일본작가가 그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카레와 카르마'는 인상적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요리에 영 취미도, 재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음식과 말의 톤일지도 모르겠다.
에, 그리고, 여기 나온 요리가 그야말로 '가정'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을만큼 만만해 보인다는거. (맛은 장담 못하지만, 그게 바로 가정식의 묘미라고 우겨본다.)
재료와 오므라이스 스토리 ( 난 이 부분이 좋더라. 조곤조곤 말투, 저자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음식도!)
요리를 단계별로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을껄?
오므라이스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한장 반에 걸친 요리 과정.이었는데, 보통은 한 장 안에서 끝난다.
완성 사진도 요렇게. 아- 배고파!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사진도 맘에 든다. '카모메 식당'과 '심야 식당'의 음식에 홀딱 반했었기에 좋아하기로 마음 먹고 보기 시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만.
각각의 요리에 붙인 제목도 눈여겨 보면 즐겁다.
'아빠의 나폴리탄' , '봄날의 유부초밥', '힘내라 아들, 햄버거 스테이크','여름의 끝자락 튀김요리', 등등
각각의 이야기도 재미나다. '집에서 즐기는 데이트, 미트소스 스파게티' 에서는 '이런 음식쯤은 집에서 늘 해 먹는 것이야' 하는 느낌으로 요리하며 애인에게 해 준다던가. 라고 이야기를 한다던가..
신문 연재 레시피들을 모아 둔 것인데, 일관성 있는 주제와 컨셉으로 아주 깔끔하고 예쁘게 빠진 책이다.
일본에서 이런식으로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만들어 놓은 책들, 번역되면, 이상하게 촌스러운 경우들이 있는데,
이 책은 번역본도 멋스럽다. 폰트며, 종이질이며 신경쓴 티가 난다.
오늘저녁은 돼지고기 사서 <카모메 식당>의 쇼가야키. 나 해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