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사냥을 떠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구판절판


리뷰가 무려 ...178개나 달려 있는데, 거기에 또 이 리뷰를 얹게 되네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신 책이리라 생각합니다.

헬린 옥슨버리를 처음에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 작가의 그림, 처음부터 눈을 확 당기지는 않지만, 볼수록 매력 있고, 친근해요. 정말요.

곰사냥을 떠나자.를 읽으며 시종일관 느끼는 것은 브리즈 breeze 저 이 단어 참 좋아하는데요, 산들바람이란 뜻이죠. 이 가족의 여정에는 산들바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눈보라도 있지만, 책 표지에서부터 마지막장면까지 책장에서 산들산들 바람이 불고 있는 것만 같아요.

헬린 옥슨버리는 무대의상과 무대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 돌아선 케이스인데요, 그녀가 일러스트를 하게 된 계기는 ... 같은 학교 출신인 존 버닝햄과 결혼하고 나서이죠. 우와- 이런 그림책 집안 같으니라구. '네버랜드 그림책을 빛낸 거장들'에 나온 그녀의 사진 (.. 동화책 작가같이 생겼네요), 그리고 한 마디는

"좋은 책을 읽을 때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천천히 음미하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가장 행복하다" 입니다.

독자가 책을 읽는 마음과 같습니다.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책은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어 나옵니다.

'어라! 풀밭이잖아!
넘실대는 기다란 풀잎.
그 위로 넘어갈 수 없네.
그 밑으로도 지나갈 수 없네.
아, 아니지!
풀밭을 헤치고 지나가면 되잖아!'

곰 잡으러 나선게 아니라 피크닉이라도 나선듯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아빠와 세 아이, 그리고 간난쟁이와 개까지.
근데 엄마는 어디있을까요?

무튼, 책에서 바람이 느껴지시나요?

사각 서걱!
사각 서걱!
사각 서걱!

우와- 풀밭을 미끄럼타듯 내려오는 가족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이네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의성어를 배울 수 있는 거라고 합니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풀밭을 지날 때 사각, 서걱, 사각, 서걱, 소리 들리시나요?

가족은 동산을 넘어 강을 만납니다.
어쩌지. 하다가

'아, 아니지!
강물을 헤엄쳐 건너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이 낙천적인 모습이라니 흐흐

강물을 건널 때 나는 소리는 무엇일가요?

덤벙 텀벙!
덤벙 텀벙!
덤벙 텀벙!

이랍니다.

신발을 손에 든 가족의 모습과 물에 비추이는 물그림자가 너무 예뻐요.(아, 그러고보니, 저는 물그림자에 굉장히 집착하는군요; 늘 눈에 들어온다는)

그 다음에 만나는 난관은 진흙탕입니다.

어이, 거기 아빠, 고민하는 척 하지 마세요

'아, 아니지!
진흙탕을 밝고 지나가면 되잖아!'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요

처벅 철벅!
처벅 철벅!
처벅 철벅!

진흙탕 걷기는 맘만 먹으면 아주 재미난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요!

커다랗고 컴컴한 숲도 만나고

소용돌이치는 눈보라도 만납니다.

어두컴컴한 동굴 앞에서

살금!
살금!
살금!

어라, 저게 뭐지?

아 불공평합니다.

개만 먼져 보내나요?

곰을 만난 가족은?

지금껏 룰루랄라 온 길을
빠르게 뒤돌아갑니다.

빨리감기요.

한 페이지를 길게 나눈 삼단 구성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꼬리에 곰을 달고 있습니다.

집까지 총알같이 달려온 가족! 저 멍뭉이 뛰는 것좀 봐요.

앗, 문 닫는걸 잊었어요

힘을 합해 문을 닫고,
2층으로 올라가 침대로 들어가,
이불 밑으로 쏙-

한 장 가득한 침대 속 마지막 장면은
왠지 보는 저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동시에 안심도 되는 그런 푸근한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역시 바람을 느꼈어요. 그 푹신한 분홍 누비 이불에서 말이죠.

처음 읽을 때 매력을 못 느꼈던 작품인데,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이렇게 리뷰 쓰면서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습니다.

미루어두었던 옥슨버리 여사의 앨리스를 살 때가 되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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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04-0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 책 참 재미있지요~.
저는 이 책을 영어로 읽는 것도 좋아해요. 산들바람 부는 그림 위로 책 읽는 소리가 통통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
참, 물 그림자에 집착하는 1인, 여기도 있어요. ^^*

하이드 2010-04-0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어로 저 소리들 어떻게 썼을지도 궁금하네요. ^^ 그림체가 밍밍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아요-

moonnight 2010-04-0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네요.
이분의 앨리스가 원더랜드의 앨리스 맞나요? 저도 사고 싶어욧!>.<
저 어렸을 적에는 그림책이란 걸 별로 못 보고 자랐어요. 집 형편도 안 좋았지만 당시엔 책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부잣집 애들은 달랐을지도 -_-;;;)
해서, 애들 보는 게 다 그렇고 그럴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그림책의 세상이 이렇게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울 줄 몰랐어요. 조카 책 산다는 핑계로 제 책장엔 그림책이 차곡차곡 쌓여가요. 하이드님 덕분예요. 고마워요! ^^

하이드 2010-04-0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집에 그림책 잔뜩 쌓아만 놓고 있었는데, 리뷰하면서 새삼 애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감하고, 나눌 수 있으니, 기쁨이 배가 되네요.

음.. 저 어릴적도 이런 그림책은 없었던듯; 그림이 있는 명작동화 전집 정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때는 그야말로 책벌레였는데 말입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365권을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웬걸요, 그림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지요. 즐겁게스리 말입니다. ^^

아니스 2010-04-0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에서 글 보고 어떤 분이신가 궁금해서 구경왔는데..기대도 안한 선물을 받아가는 것 같아요 ^^
얼마전에서 부터 그림책 보고, 구입하고 있거든요. 조카 보라고 책을 사주다가..다 큰 어른이 되어서..
그림책의 재미를 새삼 느끼고 있어요.
-솔직히 옛날엔 그림책도 별로 없고 단순하게 재미도 없었지만요..ㅋㅋ
가끔 놀러올께요^^

ps: 더불어 반성도..ㅋㅋ 주말 부터라도 방치해둔 서재를 정리하러 가야 될 것 같네요.

하이드 2010-04-08 10:32   좋아요 0 | URL
하루에 한개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워낙 그림책 좋아하긴 했는데, 요즘 이걸 계기로 더 좋아지고 있네요.

쎈연필 2010-04-0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좋아하는 책입니다. 맨 마지막 페이지의 고개 숙이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곰의 쓸쓸한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하이드 2010-04-0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지막 장면 이불속에서 콩닥 거리는 장면 떠올리는데, 제랄님은 그 장을 넘기고 나오는 마지막의 마지막인 쓸쓸한 곰 그림을 떠올리시는군요. 좀 다른 색깔의 결론이 입혀지는 느낌입니다. ^^

kimji 2010-04-08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세 권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 원서, 그리고 팝업북으로^^
책을 사기 전에, 과연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할까(저로서는 싱거워보여서;; ) 했는데, 리뷰는 그냥 달리는 게 아니더란 말이죠. 아이도, 완전 열광!! ㅎㅎ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을 만나니까, 저도 열광! ^&^

팝업북은.. 눈보라 장면이 제일 멋지답니다. 흐흐 -

올리브 2010-04-0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어책으로 아이랑 먼저 읽었어요. 영어표현도 정말 멋져요. 나중에 번역서를 보면서 오히려 번역이 참 잘 되었구나 싶었지요.
우리 아이 처음 만난 영어동화책 중 한 권인데, 지금도 참 좋아해요.
특히 영어책은 테이프나 시디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지금도 We're going on a bear hunt. 노래가 귓가에 들릴정도로 몇 년 아이랑 저랑 꾸준히 불렀던 노래에요. [책 내용이 몽땅 영어노래로 되어있어요]
그 노래 틀어놓고 집에서 곰잡으러 간다고 놀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커서 그런 놀이하라고 하면...

하이드 2010-04-0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이지 원서도 궁금하네요. ^^ 곰 잡으러 간다. 그 노래는 저도 들어본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나온지는 몰랐지요. ㅎ

팝업북.. 조선인님 사진 올리신거 있길래 구경했어요. 우아- 이 책이 인기는 인기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