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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가 아주 진지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진지하지만, 재미있고, 재미있지만 가볍지 않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여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날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키타의 시골마을 출신인 시마자키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대학생이고, 그것도 도쿄대를 나와 도쿄대 대학원생으로 선망의 대상인 도쿄에 머물며 공부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가난한 마을에서 올라온 수재 시마자키, 올림픽 경비 총 책임자 스가경감의 아들이자 귀족가문의 블랙십과 같은 존재인 도쿄대를 나와 방송국에 들어간 스가 다다시, 말단 형사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둘째 아이가 나올 예정인 마사오 세 젊은이 외에 '도쿄올림픽'이다.
실제 있었던 도쿄 올림픽을 배경으로 당시 도쿄의 상황에 대하여, 그리고 있을법한 박탈감과 선망 등에 대하여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를 떠올리게 하는 시마자키. 작품 중간에 산시로가 묵었던 도쿄대 기숙사. 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한다.
점잖고, 똑똑하고, 예의바르며, 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시마자키가 전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테러리스트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오쿠다 히데오는 막노동꾼 형이 죽은 그 시점부터의 시마자키의 심경변화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높으신 공무원들에서 가장 바닥의 일용직 노동자의 세상을 보여주며 무모하기 짝이 없는 국가를 상대로 한 도박이자 도전을 그린다.
국가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제에서 가키네 료스케의 <와일드 소울>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 작품 속 주인공의 국가에 대한 복수가 이 작품에서의 시마자키의 도전보다 더 설득력 있기는 했다.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재미도 훌륭하지만, 형을 따라 일용직 근로자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민중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도쿄.에 대하여, 그 도쿄가 상징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도쿄올림픽을 망가뜨리고 싶어 한다는 것은 '착하고 예의바른(?' 테러리스트 시마자키의 성격묘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시마자키의 필로폰 중독인데, 약물중독된 주인공의 테러같은것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감정이입하기는 쉽지 않다.
실질적 주인공이자 범죄자이자 아마도 희생자이기도 한 시마자키에 감정이입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넘어가는 것은 역시 '근대', '도쿄' 라는 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도쿄올림픽' 배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테일한 묘사들, 외적인 것 뿐 아니라 각 계층과 도쿄 주민의 그리고 도쿄 외의 사람들의 생각들, 바람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디테일하다. 그런 점이 이 책을 그냥 재미있는 서스펜스 소설에 머무르지 않게 한다. '근대화'라는 명목하에 희생된 사람들이 있었고, 현대에 그 희생자 계층은 점점 더 커가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은 점점 더 적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누린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시마자키와 소매치기 전과8범 무라타의 우정아닌 우정 이야기나 형사 5계의 이야기들에 잔재미가 있다. 형사 5계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좀 더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형사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 출판사의 밴쿠버 올림픽과 관련한 마케팅카피는 가관이다. 김연아 이름 들어가는 것도 있던데 아주 꼴불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