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바로 세페다의 단편집<우리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에 그려 넣었던 세실리아 포라스의 삽화 하나와, 잠 못 이루는 나의 밤을 위한 먹이로 로맹 롤랑의 여섯권짜리 장편소설<장 크리스토프>를 가져갔다. "  

"이 세상에서 내가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불꽃놀이, 어리석기 그지없는 크리스마스 캐럴, 2500년 전에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와는 전혀 상관 없이 실크 종이로 만든 확관으로 뒤덮인 의무적인 축제다. "   

..... 이걸 크리스마스때 인용했어야 하는데, 아깝. 그러나 나는 크리스마스 캐롤 페이퍼로 다음블로거뉴스 특종을 해서 1월달 책값에 보태는 쉬운 여자일 뿐이고. ^^

 


'잠 못 이루는 나의 밤을 위한 먹이' 로 내가 챙긴 것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이다.
해를 넘기고, 해를 맞는 책으로 읽으려고 했던 것은 작년에 이어 망구엘 아저씨의 책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디킨스의 책을 찾아서 읽고 있더라는;  

플로베르는 그림이나 삽화를 곁들인 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생 동안 자기 책에 삽화나 그림을 싣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삽화가 보편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축소시킨다는 것이 그의 지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내 책에 삽화나 그림을 싣도록 허락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하찮은 그림 때문에 고상한 문학적인 내용이 퇴색해 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순간, 보편적인 성격은 사라져버리고 이미 알려진 많은 사물들 가운데 하나처럼 되고 만다. 삽화나 그림을 본 독자는 '아, 이렇게 생겼구나' 혹은 '음, 이런 모습임에 틀림없어'라는 생각에 매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삽화나 그림은 이해력과 상상력을 차단할 뿐 아니라 글로 묘사된 내용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연필로 그려진 여인의 모습은 하나의 구체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지만, 글로 쓰여진 여인의 모습은 수천 명의 서로 다른 여인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매우 민감한 미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종류의 삽화나 그림도 반대한다."  

고 했다. 는 것까지 딱 읽고 (여기까지가 딱 두번째 페이지였다.) 어디 돌아다니다가 전혀 뜬금없이 두도시 이야기의 첫문장을 만나게 되고, 책을 딱 덮고, 그래, 디킨스다. 하면서 디킨스의 책을 꺼내 들었는데 ..  

어웅- 삽화크리 orz 오래된 디킨스 책의 오리지널 삽화..라면 나는 제법 환장하며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이런 수채화그림 같은건 싫어! 싫다구! 무튼, 책은 무겁고, 페이지는 650여페이지지만, 한 페이지에 21줄이라, 보이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분량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제대로 된 디킨스 책이 없는 걸까??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빗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은 민음에서 나왔고,(이것도 그나마 영화로 나와서..가 아닐까.), <하드 타임즈>가 창비에서 나왔고, <니콜라스 니컬비>, <블리크 하우스>도 안 나왔고.. 그래서 담은 책은  

Puffin의 이쁜 표지로 (가격도 착한) 두 도시 이야기와 역시 사고 싶었던 little women(작은 아씨들.이라고 부르는 것과 어찌나 다른 느낌인지)  예쁜 표지가 많지만, 사고 싶었던 두 권만 보관함에 담는다.  

 

 

근데, 찰스 디킨스로 검색하다가 펭귄의 하드커버 클로스장정 시리즈 발견. 무슨 한정으로 영국에서 팔았던거 미국펭귄에서 새로 파는건가, 본 기억은 있는데, 가물가물하고, 새삼스럽다.  

 

 

 

 

실물과 종이질과 안에 삽화까지 막 상상된다.   

 

 

 

<두 도시 이야기>를 다 읽고, 퍼핀의 원서를 착한 가격으로 주문한 후,
기다리면서  

이 책을 읽어 주겠어.  

영미권 소설에 디킨스, 브론테가 중요한 소품(?)으로 나오는 일은 신기하지도 않지만,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를 읽다보면, 디킨스가 무지 읽고 싶어진다. 제인에어랑.  

고아원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디킨스, 고아원 배경의 고아가 주인공인 <사이더 하우스> 적절. 중간중간 문장들이 어찌나 싱크로가 높던지, 읽는 한 때 디킨스 읽고 싶어서 어쩔줄 몰라했는데,  

그러니깐, 읽는 한 때..였고, 또 이 밤, 다시 찾아온 디킨스에 약간의 열독과 심각한 열'충동구매충동'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러니깐, 나는 <두도시 이야기>의 멋진 첫 부분과 멋진 길바닥에 와인 쏟는 장면을 이야기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어째, 쓰고 보니, '책을 사겠다' 는 다짐의 페이퍼가 된듯하다.  

* 이 카테고리에서는 매일 책 한권의 밑줄 긋기와 일주일에 책 한권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카테고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깐, 이번주의 책은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인 셈. 오늘 한 이야기는 순전히 '나는 삽화가 싫어요' 에 그쳤을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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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10-01-01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못 이루는 밤의, 장크리스토프! (윽, 마르케스가 저렇게 멋진 말을 했단 말이죠!!)
장크리스토프, 이 책은 거의 '위대함' 수준이더라구요.
하이드님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먹이 '두 도시 이야기'도 왠지 분위기 있어요. 이 책, 무척 애절하고 가슴 아프더라구요. 겨울과 특히 잘 어울리는..
저는 찰스 디킨스의 little Dorrit, martin Chuzzlewit, bleak house가 어서 빨리 번역되 나옴 좋겠어요. ^^

하이드 2010-01-01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방금 장크리스토프 보관함에 담으러 갔다가 차우차우님 페이퍼 보고 얘기하러 왔는데 ^^ 동시접속이군요.
여섯권이나 되서 어쩌까 하다가 페이퍼 보고, 당장 담았어요.

디킨스의 재미를 새삼 느끼면서 즐거워하고 있는데, 민음세계문학 말고, 다른 곳에서 좀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네요. 민음세계문학, 사기는 하는데, 길쭉한 판형은 좀 질려서 말이죠;

perky 2010-01-01 04:24   좋아요 0 | URL
장크리스토프 내용 자체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한데, 문제는 오타가 너무 많고 (30평생 이보다 심한 오타 책을 본 적 없으니 말 다했죠..) 번역도 좀 엉망인 것 같고 (주어와 동사가 따로 논 적도 많다고 해야하나요..)
암튼, 번역판은 좀 많이 안씁인 책이죠..요즘 고전문학들이 여기 저기서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새버젼이 필요하다고 봐요. 시대 상황에 대한 역자주까지 실린다면 금상첨화일테고..
하이드님이 이렇게 엉망인 번역본을 과연 참으실 수 있을련지..제 견해로는 약간 회의적입니다..(그러니, 구매까진 좀 자제를;;)

Forgettable. 2010-01-0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도시 이야기 저런 책이 있었네요? 저 왜 몰랐지? ㅠㅠ 전 청소년 선집으로 읽었다구요. ㅠㅠ 그리고 와인 쏟는 장면... 정말 최고 ㅎㅎㅎ 디킨스 원서는 어떤지 좀 나중에 알려주세요. 읽어볼만 할까요?

장크리스토프는 세계명작동화로 어렸을 때 읽었었는데 6권짜리 초장편이었군요. 어린 장크리스토프의 비참(?)한 삶과 아버지와의 갈등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그 갈등에서 저와 아빠의 갈등을 마구 대입하면서) 매우 힘들어서 또 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차우차우님 페이퍼 구경해봐야겠어요!

하이드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술도 많이 먹고 책도 많이 먹읍시다^^



노이에자이트 2010-01-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강아지와 고양이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하이드 2010-01-03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 잊혀지는님, 저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다 같이 새해 복 많이 받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