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근에 나온 최강희의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서점에서 훑어봤을때 나온 '아이슬란드'의 흔적을 잡고, 어짜피 돈 한푼 안 들이고 얻을 수 있었던터라(아는 사람은 무슨 얘기인지 알겠지) 마음부담은 있지만, 돈부담은 없이 구매




사진 1, 비누방울 불기 컨셉의 사진을 봤을때 나는 이 책을 그냥 읽지 않고, 쌈박한 월요일 저녁을 즐겨야 했을지도 모른다. 
저런 소름돋게 뻔한 컨셉사진이라니... 아이슬란드의 배경은 독특하고 생경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 스타일이라니... 스타일리스트가 안티..일리 없지만, 감각없는게 죄는 아니긴 하지만 ... 플러스, 최강희가 예쁜건 맞는데, 전문화보모델이 취할법한 컨셉의 사진들은 보기 거북하고 민망했다. 배두나가 런닝에 빤스만 입고 폴짝뛰는 사진들과 최강희의 그것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스냅이 스냅이 아니고, 설정이라도 독자나 찍는 사람이나 다 알고도 아닌척 해야하는 룰아닌 룰 무시하나요? 전체적으로 독특하고 예쁘고 그럴듯한 배경에 촌스런(다른 대체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구린? )  의상들을 입혀 놓은 최강희를 보는 것은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사진 2. 마음에 들었던 최강희의 방. '놀이방'이라고 한 것 같은데, 독특한 구조다. 위에서 술 마시고 놀다가 아래 침대로 떨어지면 아플까? 다칠까? 올라가는 계단이나 사다리가 옆에 있겠지? 그녀의 고양이는 계단이 아니라 고양이답게 훌쩍 뛰어올라가며 인간족의 부러움을 잔뜩 사겠지?  

사진 3. 이 사진 한장 무척 맘에 들었다. 아주 파란 물의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그 물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모습도.  

글. 어휴- 예전에 싸이 미니홈피에 돌던 '칫솔도 자살하는구나.'를 이 책에서 또 보고 소름이 드드드 어휴- 사진이나 스타일링이 온전한 최강희의 것이 아니였다면, 글은 최강희의 것일텐데, 문장을 읽어내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글이 별로 없어서, 사진욕만 딥따 하며 넘어감. 중간의 아이슬란드 사진은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인데, (차라리 소소하게 사소한 아이가 찍었으면 더 친근했을텐데) 언밸런스의 극치   

나는 최강희의 나레이션을 좋아하는데, 글들이 최강희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동재생되었다. 읽기가 아니라 듣기라면 나쁘지 않다.

책장을 덮고, 중고책 바구니에 책을 넣으면서도 이 참을 수 없는 찜찜함, 이런 책의 타겟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0.1초쯤 궁금. 뭐, 나도 읽기는 했다만...   

그 찜찜함을 날리게 해 준 이 여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가 그닥 순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야기 해둬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호란, 루시드폴, 스윗소로 김영우의 공통되는 ㅇㅇ 때문에 호감으로 돌아서, 책을 사보기로 했다는 정도만)

무튼, 호란은 라디오 디제이고, 북칼럼도 썼고, 싱어송 라이터이기도 하고, 뭐, 이전에 읽은 책과는 다르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빵빵 터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비전문적인 에세이들의 호오는 저자에 대한 호오에 대부분을 빚진다. 고 생각한다. 여기서 저자에 대한 호오는 보여지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실제 모습도 포함한 이미지이다. 누가 써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을 보여줄 때 드러나는 이미지.  

그런면에서 호란은 상당한 호감형이다. (물론 호오라는건 당연히 개인적 취향이니, 와이낫 최강희, 와이 호란이란 우문을 던지지는 마시길.) 그리고, 그녀의 매력은 문장 사이사이에 한껏 드러난다.

크게 음악 이야기, 책 이야기, 사람 이야기로 나뉘어 있는데,
의외로 가장 좋았던 건 '음악 이야기'
현란한 글솜씨는 아니지만(전업작가도 아닌데, 그런걸 바랄리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뒷북을 울려라 둥둥둥' 이란 에피소드같은건 엄청 공감가고,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 에피들이 중간중간 박혀있다.

'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음 의외로 공주과인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 호란에 대한 글들이 있고, 그 말미에 호란의 코멘트가 붙어 있는데, 닭살 돋는 누가 쓴지 다 아는 롤링페이퍼 같다고나 할까. 두번째 글인가에서 '해럴드 블룸' 다음에 호란 이야기 하는 것부터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글거려서, 그냥 후루룩 읽어버렸다. (본인도 민망하지 않았을까?)

'책이야기' 는 그녀가 워낙 대단한 독서광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던건지, 아님 그냥 모르는 책들이 나와서 새로운 걸 알게 되기를 바랬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던건지 모르겠지만, 좀 지루했다. 칼럼용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이해는 간다. 책이야기보다 그 말미의 추신격의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었고, 그렇다고 책 이야기가 별로거나 한건 아니고, 이야기를 쉽게 읽히게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지막에는 '호란의 방' 챕터가 짤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위의 사진들은 그 챕터에 있는 사진들. 날카롭고,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것만 같은 인상으로만 봤는데,
웃는 모습이 참 편안하고 예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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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0-1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강희씨 연예인 치곤 참 순수하신것 같더군요.옌예 프로그램에서 자주 잠수타시고 방콕하신다고 하는데 그건 저와 비슷한듯..^^

blanca 2009-10-1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란의 다카포 저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시 봤었는데 책리뷰는 솔직히 좀 거슬리더라구요. 지나치게 현학적으로 보일려고 애쓴 흔적이. 강짱 책은 역시 그렇군요. 파란 물에 얼굴 박은 사진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