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d Notebook: True Stories (Paperback)
Auster, Paul / New Directions / 200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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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nothing else, the years have taught me this : if there's a pencil in your pocket, there's a good chance that one day you'll feel tempted to start using it. 
 As I like to tell my children, that's how I became a writer.  

귀여운 아침식사거리 책이다. 폴 오스터의 'The Red Notebook'
100페이지 조금 넘는 책 속 에는 'The Red Notebook', 'Why Write?', 'Accident Report', 'It Don't Mean a Thing'
네가지 제목이 있고, 각각의 제목 아래 열몇개에서 서너개까지의 이야기들이 숫자 번호와 아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일상의 우연과 감동과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봤더라면, 작위적이라고 할 정도의 우연. 그러나, 나 외의 다른 누구에게는 무의미한 우연. 그런 일상의 우연들, 혹은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부분 특별한 빛을 내는 기억들. 순간들. 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우연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존재는 희미하고, 희미해져가고, 마음 속 깊숙한 어느 곳에 꽁꽁 묻혀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시 튀어 나왔다가 금새 다시 들어가 버리는 그런 존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인, 폴 오스터가 특유의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로 기억해내서 쓰는 각 챕터의 소중한 순간들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끄트머리에 가서 절로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리뷰 첫머리에 인용한 '작가가 된 이유'와 같은 이야기는 진짜 진짜 좋아하는 이야기.
I was eight years old. At that moment in my life, nothing was more important to me than baesball. 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다. 첫문장부터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았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던 여덟살의 어린 폴 오스터는 뉴욕 자이언츠의 광팬이었는데, 모든 팀 멤버들과 로스터를 달달 외우고 다녔더랬다. 근데 그 중에서도 윌리 메이스란 선수는 신이었다. 어느날 아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빅리그 경기장에 갔는데, 다른 모든 건 기억 안나고, 경기가 모두 끝나고, 다들 나가는데, 그들만 남아서, 아빠와 아빠 친구가 이야기하는걸 오래도록 들으며 기다려야 해다. 마침내 나갈때가 되자, 모든 문이 닫히고, 문 하나만 열려 있어서, 그 쪽으로 나가다가 유니폼에서 사복으로 갈아 입은 윌리 메이스를 보게 된다. 첫 빅리그 경기장에서 신처럼 숭배하던 윌선수를 보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선수에게 가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사인 좀 해주실래요' 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 에너지와 파워로 가득찬 윌리가 '연필이 있느냐고 묻는다.' 연필이 없었던 어린 폴은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아빠 친구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그 자리의 누구도 연필이 없음을 알게 된다. 윌리는 '아쉽네' 하면서 가 버리고, 폴 오스터는 집에까지 울면서 왔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는 언제라도 연필 없이는 집 바깥에 나간 적이 없다.는 이야기. 그렇게 연필을 들고 다니다 보니깐, 언젠가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게 되더란 이야기. 그렇게 폴 오스터는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  꼭 야구 이야기가 나와서 진짜진짜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짤막한 이야기를 더 짤막하게 요약하여 썼지만, 그 순간순간이 무척 생생하다.

이 외에도, 마티즈의 권위자로 몇년간 프랑스의 모박물관의 마티즈 전시를 열기 위해 그림을 찾는 프랑스의 F 이야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두고두고 되새겨도 맘에 든다.) . 여름 캠프에 갔다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겪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여름 태풍을 만났던 이야기. 그렇게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했던 것. 무지 배고프고 헐벗었던 프랑스의 어느 농장에서의 이야기. 거기에 나오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파파이의 운명과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제임스 '슈가'씨 이야기. 프랑스 시인인 친구 C가 몇십년전에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이 친구는 폴 오스터에게 '니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뉴욕 3부작'중 잘못 걸린 전화로 인한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된 에피소드, 327달러 이야기, 등등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폴 오스터는 쉬운 단어들로 적당히 심오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원서로 읽을때가 번역본을 읽을때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특히나 이 책의 번역본은 빨간 꼬불꼬불한 선이 그어진 노트 모양이다. 원서의 다른 버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번역본에만 그런건데, 책 제목이 'the red notebook'이라서 그런거임? 보기에 좀 끔찍했다.  

중학교 영어실력 정도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라는건 그냥 내 추측이니 신뢰성은 확 떨어지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번역본 보다는 원서가 나아 보인다. 무튼, 오래간만에 읽은 폴 오스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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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말을 쉽게 할 줄 아는 작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작가 보다는, 저는 폴 오스터 같은 간결한 문체가 좋아요.

비연 2009-03-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글 보고 구입하게 되네요~ 폴 오스터의 글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