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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거지꼴로 네바다주의 사막에서 발견되다. 샘슨 그린. 그의 지갑에 들은 면허증에 들어 있는 이름이다.
그는 사실, 위트있고, 똑똑한 영문학과의 교수이다. 뇌의 종양 때문에 기억상실을 겪고 헤매이다가 사막에서 발견된 것.
샘의 기억은 누가 딱 그만큼만 훔쳐가기라도 한듯, 24년간의 공백을 가지고 있다.
24년간의 기억을 제외한 나머지, 지각, 성품, 이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신기한 케이스에 의사들은 관심을 보인다.
샘이 사막에서 끌려와 정신을 차렸을 때 본 아름다운 여인, 애나. 24년의 공백 속에는 그녀와의 만남, 그녀와의 사랑,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포함되어 있었다.
니콜 크라우스는 기억의 상실에 관하여, 상실된 기억 속의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나와 취향이 안 맞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아니면, 몇몇 뛰어난 작가들이 그렇듯이 우리나라와 궁합이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원서를 찾아보기 전에 평하기가 두렵다.
'그는 옷을 벗고 침대에 들었고, 한참 동안 깨어 있으면서 그의 쉬는 육체가 타임 스퀘어 위의 방송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만히 있기에 다. 그가 그토록 가아래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고, 그러다 마침내 돌연 그는 몸을 쭉 뻗어 어둠 속에서 뒤채였다.' -116쪽-
과 같은 이상한 문장과 오타 (책은 왜 환불이 안되나요??)
'녀석들의 젖은 티셔츠를 통해 등살이 보였고, 다리로 뚝뚝 듣는 물이 단조로운 아스팔트길에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48쪽-
을 무난히 알아들을 만큼의 국어 실력 (번역가는 번역이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었나?)
'"끔찍이 차가 막혔소. 당신이 나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말콤이 말하면서 이제 손을 내밀었는데, 목소리는 전화기에서 들리던 것처럼 싱싱했고, 손은 우둘투둘하며 얄따랬다.' -120쪽-
와 같은 기이한 문장들쯤은 거리낌 없이 읽어낼 수 없었기에 독서실패다. 이걸 니콜 크라우스 탓으로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외에도...
레이는 부엌으로 갔다가 오렌지주스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방송 통신으로 학위를 땄다 해도 그것이 정말 대수일지는 의심스러웠다.
('대수'는 보통 부정문이나 의문문과 함께 오는 단어이지 않나? )
"아, 참.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으신가요? 어쨌든, 저는 윈게이트예요." -142쪽-
( '어쨌든'을 아무곳에나 끼워넣지 말아줬으면..)
그는 당신에게 당신의 정신을 가지고 마음대로 하고 싶노라 말하고 있어요. -151쪽-
"애나는 그저 그토록 그녀 자신으로만 보였어." -157쪽-
부사를 쓰는 나름의 법칙이 있는듯..
거기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언니를 보았는데 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해 주지 않더군. 그래서 명백하게 나는 화가 나 좀 흥분했지. -210쪽-
그는 몹시 애나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과 싸웠다. -212쪽-
계속해서 레이를 두들겨 패어 의자 의자 위에 나자빠지게 만들고 주먹으로 판유리 창문을 깨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262쪽-
그 세계가 참을 수 없이 심하다는 증거로서 이용하는 것 말고 그러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298쪽-
배회증적인 상태. 그는 한 번 라벨이 그가 발견되었던 상태, 자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던 상태를 설명하느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안개나 도망자처럼 배회하는 상태. 장래식의 음악처럼. -301쪽-
그녀가 마치 되풀이하면서 알칼리성 토양의 평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316쪽-
샘슨에게는 만일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지금 사타구니를 돌리고 있는 루스 웨스터먼 나이쯤 되었을 듯했다.-3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