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미스테리.라는 공식은 장르문학 출판사에서 만든건가요?
무튼, 한여름에 땀이 이마에서 또르르 떨어지면서 손에 땀을 쥐고 우부메의 여름따위를 읽는 그림은
그 자체로 너무나 완전하여, 여름에는 미스테리! 에브리바디, 여름엔?
외치게 되지요.

겨울에는 어떤가요?

저는 이런 이미지를 너무 좋아합니다. 불이 타닥타닥

캐롤블로그 11/2
어느 밤, 텍사스의 한 호텔바에서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남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들을 몇년째 녹음해오고 있다 : 밤에 기차가 타운을 지나가는 소리, 나무를 스쳐가는 바람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화롯가에서 불이 타닥거리는 소리, 어떤 종류의 새소리,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는 만약 그가 매우 아프게 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때를 위하여 그것들을 녹음했다고 한다. 그는 그 소리들을 듣고 삶이 얼마나 사랑할 가치가 있고, 거기에 매달릴 가치가 있는지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겨울에는 왠지 러시아작가들이 생각납니다.
네, 도스토예프스키요.

 

 

 

 

 

 

 

 

 

 

 

 

 

 

저는 지금 <분신,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중에서는 <백치>를 겨울에 읽고 싶습니다. <죄와 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악령>은 왠지 여름에 읽어
줘야 할 것 같아요.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카자흐스탄에서 썼고, 저는 어느 여름 그 책을 카자흐스탄에서 읽었다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내 최고의 심리학 스승이였다' 고 니체가 그랬나요? (이건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거임;;)
개인적으로 빨간색의 양장본을 좋아하는데, 아무튼. 도스토예프스키의 끝내주는 심리묘사는
추운 날씨에 더 명료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주 추운날 칼바람에 얼굴이 따끔따끔해지고, 저는 그 바람이 왠지
저를 통과하여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데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 그런 정화되는 느낌. 그간 제가 읽은 잡다한
책들로 낀 기름을 깨끗이 해주는 느낌을 받아요. 그건 '추위' , '겨울'과 잘 어울려요.

<닥터 지바고>를 넣지는 않을께요.
근데, <안나 카레리나>는 정말 겨울에 잘 어울리지 않나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입니다.

마구잡이로 책을 읽어제끼고 있는 요즘, 저 문장을 두 번이나 만났어요. 이제는 아동용 말고, 성인용 <안나 카레리나>를 제대로 읽을때가 된거죠. 자꾸 눈에 들어오잖아요, 안나가

 

 

사실, 딱 요기까지만 생각하고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쉬워서 몇 권 더 올려봅니다.

아직 1권밖에 안 샀지만. 6권까지 나온다니깐, 읽는대로 한권씩 사면 될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반장(반챕터), 저녁에 자기 전에 반 장(반챕터, 총 15장임) 해서 하루에 한장(한쳅터)씩 읽고 있어요. 제법 메모까지 해가면서 재미나게 읽고 있답니다.

제국의 부흥기가 아니라 '쇠망사'라서 이 계절에 읽기 좋다고 말한다면, 너무 가져다 붙이는거 티나나요? 근데, 말하고 보니, 그렇네요. 
발단-전개-절정- 결말에 익숙한데, 이건 절정을 지나서 망하는 결말까지인거잖아요. 제법 소설같았던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 지루한가. 싶었는데, 왠걸요, 진짜 재밌습니다. 린지 데이비스의 팔코시리즈에서도 못 외우던 무슨우스 무슨우스 하는 이름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니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지요?

 

이 책을 다 읽고는 아직 비닐도 안 뜯은( 네, 나오자 마자 샀습니다.) <미국 민중사>를 읽어볼까 합니다.
죽어라고 안 읽히던 <인생 사용법>과 <죽음 앞의 인간>도 올 겨울에는 읽어낼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을 좋아하고, 또 바람을 무서워하는데요, 아무래도 겨울의 바람은 밖에서 맞을때는 남들이 이상하게 볼 정도로 좋아하고
겨울밤 밖에서 몰아치는 바람소리는 높은 곳에 올라갔을때처럼 손에 땀이 나고 무서워서 안절부절해요.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 그 바람소리가 들리는듯해서 짜릿해요. 겨울에 어울리는 소설 중 <피츠제럴드 단편선>
딱히 배경이 겨울이거나 한건 아니지만, 피츠제럴드도, 피츠제럴드 단편선 표지의 호퍼도 겨울에 가까워 보여요.
디킨스가 빠질 수 없죠. (크리스마스 캐럴때문만은 아닙니다.) 디킨스 하니 <핑거스미스>도 떠올랐어요. 새라 워터스의
신작 <벨벳 애무하기>가 올겨울에 나온다고 했는데요, (열린책들, 꼭 내줘요!) 가장 기대되는 겨울 신작이네요.

겨울에 읽으면 좋은 추리소설은 어떤게 있을까요

 

 

 

 

 

 

 

저는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아주 좋아합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때문인데요, <무덤의 침묵>과 <저주받은 피>는 겨울에 더 잘 어울립니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덕분에 좋아하게 된 나라인데,
얼마전에 <행복의 지도>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읽고 더 좋아졌어요.
트레블러스 익스프레스지(네셔널 지오그래피에서 나오는)에서 아이슬란드편을 스크랩해놓기도 했답니다.
<대부>를 떠올린건 얼마전에 본 <이스턴 프로미스즈>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러시아 마피아 이야기인데요,
떠오르는 러시아 마피아 얘기는 없고; 이탈리아 마피아라도.. 책으로는 사 놓기만 하고 안 읽어봤어요.
빌 벨린져의 <이와 손톱>과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사이에 있네요. 왜 거기 있니?
윌키 콜린스의 <흰옷을 입은 여인> 역시 언제 샀는지 기억 안나는 책으로 <그로테스크> 와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 사이에 있네요. 유령 이야기던가요? 유령은 여름에 나와야 제맛인가요, 겨울에 나와야 제맛인가요.

그 외에 작가 이야기로는 아래의 두 권을 골랐습니다. 책이야기도 많고, 인물/평전도 많이 있는데,
굳이 이 책들을 고른 것은 실비아 플라스는 최근 MD페이퍼에 종종 등장해서 읽고 싶어져 다시 꺼내 놓았고
좀 딴얘기인데, MD 페이퍼에 여러번 언급되는 책들은 궁금해져요. 얼마전에 <뇌, 생각의 출현>이 종종 나오길래, 궁금해져서 읽었다가 잔뜩 독만 올랐습니다. 아- 고양이말을 알아듣기가 더 쉽겠다. 리뷰를 쓰면서 정리해보니, 이런 얘긴가 싶기도 하지만, 읽을때는 정말 얼굴 시뻘게져서 MD욕하면서 낚였다!낚였다!낚였다! 그러구 읽었어요. (왜 꾸역꾸역 읽냐고;)  

보르헤스의 <만리장성과 책들>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것이 딱 이 계절에 좋겠다 싶어서입니다.

 

 

 

 

 

 

 


<설국>, 오르한 파묵의 <눈>, 폴 오스터의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윤대녕 <눈의 여행자>등도 생각했지만 뺐습니다. 좀 은근한 맛이 있어야잖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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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1-24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우유와 커피를 번갈아 마시니, 절대 잠이 안 온다. .. 그럴리가? 응?

카에 2008-11-2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하면 - 스밀라가 저절로 떠오르더라고요.그나저나 이 페이퍼 멋져요.

하이드 2008-11-2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근데, 전 스밀라를 한여름 생일선물로 받아서, 그리고 그 다음 여름휴가때 런던 어느 헌책방에서 원서를 건져서 왠지 스밀라하면 여름이 떠올라요. 아무래도 독서의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좌우되는거겠지요.

비연 2008-11-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뜸하심다^^;; 님은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그런 필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