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니 낯익은 책이 매대에 올라와 있다.
예쁜 표지가 기억나고,
이 책을 괜찮게 읽엇던 것이 기억나고,
인상적인 첫장이 기억나고,
천원시장을 통해 방출했던 것도 기억난다.
리뷰들을 둘러보니
인용된 몇몇 장면들도 기억난다.
서점에서, 이 책이 왠일로 매대에 올라와 있나, 하고
들척이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럴리가, 하며, 중간즈음을 펴보아도, 끝 즈음을 펴보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이름도 낯설기만 하다.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이 책,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인가? 읽지 않은 것인가?
다행히(?) 모든 책이 이처럼 하얗게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말들과 사건들과 인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아도,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장면들과 결말은 기억하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니 <황색방의 비밀>의 경우에는 밀실살인사건 트릭이 있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트릭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프랑스적인 삶>의 경우는 왜인지, 리뷰도 없다.
읽는 책의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독후감이랍시고, 이 공간에 끄적거려 놓는데,
이 책은 어쩐일인지, 기억에서도 서재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읽긴 읽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