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네번째인가, 다섯번째로 읽는 단편집이고, 일곱번째인가, 여덟번째로 읽은 아사다 지로의 책이다.
그러고보면, 아사다 지로는 딱히 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나부터도) 계속 읽게 되는 작가인 것 같다.

<월하의 연인>은 그의 단편집중 비교적 색채가 뚜렷한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월하의 연인을 포함한 열한개의 단편은 환타지, 결말실종(열린 결말이 아니라, 결말이 없는 작품들;;)들이 있는 여름밤 혹은 겨울밤 같은 분위기의 단편들이다. 글들도 굉장히 쉽고 가독성 있는 다른 단편집에 비해 더 곱씹어 읽어야 한다.

<월하의 연인>은 너무 사랑해서 동반자살을 하고자 하는 연인의 이야기. 달밤, 온천, 바다, 사랑, 자살,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는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이다.  
<한여름밤에 생긴일>에서는 폐인이 된 남자가 나온다. 자신의 집 주소 앞으로 온 의문의 편지를 보고, 자신을 다잡게 된다. 그는 사회의 실패자이다. 그의 너무 착했던 부인도, 잘 커준 아들도 그를 떠났다. 딱히 어떤 커다란 잘못이나 실수없이 천천히 모든 것을 망가뜨린 남자는 아사다 지로의 단골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이다.
<고백>은 꽤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새아빠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이런 현실감 있는 감동, 좋다. 아사다 지로의 주특기. 
<적당한 아르바이트>는 못말리는 두 친구가 나오는 괴담(혹은 괴담이라 믿는) 이야기. 이 두 친구는 <소슬한 바람>에서도 나온다. 사마천의 사기중 '자객열전'의 내용을 꼼꼼히 훑는 독특한 단편. 끝은 꽤나 비장하다. 그러니깐, 그 두 친구에게는 말이다.
<잊지 못할 여인숙>에서는 떠난 아내를 못 잊는 남자가 나온다. <한여름밤에 생긴일>과 비슷한 분위기의 단편.
<검은숲>은 독일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본사로 들어온 남자가 팀의 한 여자와 결혼하기로 하면서 생기는 이상한 일들이 나온다. 작가가 결말을 쓰려다 만게 아닌가 싶은 결말.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구!
<회전문>, <동거>,<그대를 만나고 싶어요>, <겨울여행>모두 평범한 주인공들이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기이한 경험은 '무서워-' 보다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일들, 혹은 사람들, 혹은 목소리들이다. 그와 같은 기이한 일들은 정신병원을 들낙거리는 주인공이 나오는 <겨울여행>에서 절정. 어떤 이야기도 다 아사다 지로답다.

이야기는 여름이 배경일 것 같은데, 추운 겨울이 배경인 이야기들이 더 많다.
 
단편집이 이렇게나 상품의 퀄러티로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는 작가는 아마도 아사다 지로가 유일하지 않을까. 아사다 지로를 읽을 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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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0-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멜로 호러물(?)인 줄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사다 지로고, 게다가 상품의 퀄리티라니 찜!

하이드 2008-10-2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몇몇 작품들은 진짜 멜로 호러물(?)이라고 해도 어울릴듯하네요. ^^

Apple 2008-10-30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지로가 써내는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한 것 같아보여도 읽다보면 빠져들어요. 묘하게 향수도 자극하고...
마음이 짠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릴듯...^^
이거 안읽어봤는데 이것도 읽어봐야겠네요..^^

하이드 2008-10-30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읽어온 아사다 지로 단편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였어요. 아사다 지로는 아사다 지로인데, 좀 독특한 단편들을 모아 놓아서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