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벨린저의 <기나긴 순간> 이 <이와 손톱>에 이어 결말 봉인봉으로 나왔다.

처음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당시, 출판사는 결말 부분을 봉해 두고 독자들이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책값이 환불해 주겠다는 대담한 마케팅을 했다. 한국어판에서도 이를 살려 환불 마케팅은 아니지만, 초판에 한정하여 원서와 똑같이 결말을 봉인했다.

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50년대에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꽤나 모험적인 시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와 손톱>은 내가 딱히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가 아니라, 중반부터 중학생이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과 범인이 나오기 때문이다. 결말 봉인본이라, 나는 거꾸로, '내가 생각하는 범인이 범인이 아니고, 그 결말이 결말이 아닌것인가?' 하는 보답받지 못하는 기대속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은 <더 로드>에서 반복된다. 빌 벨린저는 반세기 전에 마케팅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을 그 외양이라도 따라 했다치고, <더 로드>는 왜?  

내가 생각하는 결말봉인본의 의미는 이렇다.
1. 결말이 너무 뻔해서 뭔가 있어보이게 하며, 끝까지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 위한 장치
2. 원서가 그랬다고 하니깐, '재미'로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의미 (결말 봉인의 포인트는 환불인데, 환불은 없다.)
3. 우리나라 추리소설 시장이 너무나도 넓고 깊어서, 초판 봉인본이 레어 아이템으로 거래되길 바라는 의미.

쇼킹한 반전과 결말만으로 좋은 소설, 재미있는 소설, 유통기한 긴 소설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손톱>과 <더 로드>는 모두 좋은 작품들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더 로드>찬양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작품인건 틀림없다. <더 로드>만큼 다른 좋은 작품들이 꽁꽁 묻혀 있는걸 보면, <더 로드> 같은 작품을 많은 독자들이 접하게 한 출판사의 마케팅은 성공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와 손톱>의 결말 봉인 부분전까지가 그저 그랬다면, 출판사에서 원서의 초판처럼 봉인도 하고, 환불도 해줬다면,나는 서점에 가서 책을 환불했을 것이다

다만, '결말 봉인본'이 대단한거나 신기한 것인냥 낚이지 말고, '와이 결말 봉인봉?' 이라고 한번쯤 질문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을 찢어내서 책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고, 출판사의 상술이 싫다.

이러면서, 책은 이미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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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10-2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책읽다가 마음이 급해서 정말 뜯어내 버리는사람을 위해서...절취선이라도 표시해주면 안될까나요?=_=; 그거 있잖아요. 똑똑 뜯어쓰는 거~~
암튼 기나긴 이별이 나왔네요!!!>ㅅ<꺅!!!!!!!!!!!!!

비로그인 2008-10-2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벨린저의 책은 읽는 맛이 있는것 같아요.

하이드 2008-10-2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벨린저의 책은 좋죠, ^^ <연기로 그린 초상>은 그냥저냥 괜찮은 정도였는데, <기나긴 순간>은 어떨지 기대되요.

blackone님, 전 얄미워서도 꾸역꾸역 가서 환불했을 것 같아요. 책이 별로라면, blackone님것도 같이 가져다가 해드릴께요. ㅋㅋ
apple님, 기나긴 순간이요. 저도, 딱 그 포인트에서 기나긴 이별이라고 한 거 있죠. ㅎㅎ 이번에는 아마 절취선 나올듯한데요, 오늘 정도 도착하니, 두고 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