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의 울산집 방문도 나름, 집떠남이라고, 챙겨야할 수 많은 꺼리들을 뒤로 하고,
책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내가 글치 뭐. 아, 정말 우리집 책장에는 수많은 신간들로 가득하다( 생일즈음하여 한 스무권 챙겨서 더욱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두근거리는 이 기분은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이 많아 뭘 살까 고민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내 집, 내 책장, 내 책들 앞에서, 거 참;;

아무리 시간이 널려있어도 하루에 한권씩은 못 읽어내지만, 네권- 다섯권. 정도로 권수를 정해놓지 않으면, 가져갈 책은 한정없이 늘어난다. 차 안에 책이 가득 차 있고, 나와 고양이와 개가 쪼그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혼자 피식 웃는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무미건조한 스파이 소설 존 르까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들어가겠다. 그 다음에 읽으려고 꺼내 둔 주제 사라마구의 <돌뗏목>도 들어간다. <프리다 칼로>.. 미술가에 대한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막 사랑 얘기만 나오면 어쩌나 싶어 고민중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를 읽다가 나와서 다시 한번 (신간 나왔을때 한번, 샀을때 한번, 책 도착했을떄 한번, 그리고 한참 있다) 내 눈에 들어온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꺼내 놓았다. 앤 패디먼의 <세렌디피티 수집광>은 어느 곳으로 떠나건 가지고 갈 법한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시리 공감가는 상황들에 사버린 책이다.  가져갈까, 말까, 한 두장 넘기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집을 떠남-> 짐을 챙김-> 챙겨야할 중요한 것들을 뒤로 하고, 책을 고르기 시작-> 책몽상에 빠져듬-> 고르다가 읽기 시작함-> 밤이 가버림 .. 의 순서를 밟는건가;;

이렇게 적고 보니, 대단히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녀같다. 맘에 든다.
하지만 현실은...

무튼,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의 시작은 이렇다.
러시아어 통역가인 그녀가 보낸 7년여전의 연하장

'고텐바 시에 출장을 갔다가 고양이 2마리를 데리고 왔답니다. 그 둘의 성장과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올해는 10년만에 집에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

그 이듬해의 연하장

'재작년의 고양이 2마리에 이어 작년에는 출장지에서 집 없는 개 1마리를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인생을 자꾸만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연하장을 받고 전화를 걸어온 은사님 왈 '고양이나 개도 좋지만, 자네는 그보다 빨리 인간 수컷을 키우도록 노력하게. 인간 수컷 말이네!"

5년전의 연하장
'모스크바에서 데리고 온 은색 새끼 고양이 2마리를 더해서 저희 식구는 마침내 7명(고양이4, 사람2, 개1)이 되었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두번째 연하장에 나온 집없는 개 '겐' 이다. '겐'을 집으로 데려왔는데,

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 무리와 도리가 털을 곤두세우고 등을 둥글게 한 다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무섭기는 해도 차츰 호기심이 더 강해져서 5미터에서 3미터, 다시 1미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겐은 기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모습으로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두 마리의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소리를 냈다. 물론 고양이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고양이들은 적개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자신들의 7-8배는 되는 이상한 생물을 노려봤다. 순식간에 수컷인 무리가 접근하여 오른쪽 앞발로 겐의 코를 탁 때렸다. "깨갱, 깨갱." 겐이 뒷걸음치며 울부짖었다. 새카만 코 위에 빨간 선이 휙 그어지더니, 피가 뚝 떨어졌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견원지간'이라고 하는데, 러시아와 영어권에서는 '견묘지간'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레오가 있고, 말로가 오기는 했지만, 둘은 서로 상채기 하나 안내고 얼마나 잘 지내는지..
말로는 레오한테 장난 칠때도 절때 발톱을 내지 않는다. 서열 정하려면, 한번은 씨게 싸울법도 한데, 둘 다 순둥이들
우리집 서열은 '나(왕) - 그리고 나머지'로 밥 주는 사람한테 잘 적응한다 하겠다.

한챕터만 더 읽고 짐 챙기기 시작해야지.

 

차로 이동하는거니 CD도 챙겨본다. 요정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8-09-11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챙기다보면 항상 저런 레파토리가 반복되죠? 저도 그런데... ㅎㅎ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저도 지금 보고 있는 책인데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프리다칼로는 사랑얘기는 일부일뿐이에요. 제가 읽은게 저 책이었던 것 같은데 프리다 칼로의 일생과 그녀의 생각 신념 고통들이 모두 오롯이 느껴지는 거였어요. 아마 읽는게 즐겁지는 않겠지만 좋은 책이었다고 기억되는데요.
그나저나 명절에 저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하이드님 부러워요. 저는 꿈도 못꿀일이죠. ^^;;
명절 잘 보내세요. 아버님께 추석 용돈도 한 번 얻어타보세요. ^^

Apple 2008-09-11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칼로는 예술얘기가 20%, 프리다칼로의 생활 이야기가 30% 사랑이야기가 30% 나머지는 아픈 얘기가..-_ㅠ
그래도 읽어 볼만한 책이어요..^^
책이 마구 쌓여있으면 뭘 읽을까 고르게 되지요. 진짜 무슨 서점분위기..=_=;
가끔씩은 책을 당분간 사지 않고 그냥 쌓아둔 책 읽는 것도 좋은것같아요. 근데 강렬하게 땡기는 책이 없을때는 이상하게 무슨 책을 집어들든 잘 안읽히지 않나요?=_=;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