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빌 브라이슨이 좋다. 8년여전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던 시절부터, 여행갈때 꼭 챙기는 책이(아님, 여행지에서라도 꼭 구매하게 되는 책이) 바로 빌 브라이슨의 책이다. 빌 브라이슨이 유럽을 여행하는 이 책(원제 neither here nor there)은 내가 처음 읽은 빌 브라이슨의 책이기도 하다. 여행다니면서 들고다니기에 필수적으로 너덜너덜해지는 같은 제목의 원서가 이미 두-세권이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여행의 정보가 아닌 여행을 하고픈 마음을 주기 때문이다.

번역본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 빌 브라이슨은 워낙 글을 쉽게 써서, 번역본이 차라리 어려울 지경이다;) 처음 읽었을때의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멋진 바과 최고의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특히 요식업은 벨기에의 국기(國技)라 할 만하다. 브뤼셀에만 음식점이 1,500여 개 업소가 있고, 그중 미셸린 스타에 빛나는 업소도 23개나 있다. 브뤼셀에서는 유럽 어느 곳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나는 매일 일로 사크레 지역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매번 새로운 음식점을 시도했지만 내 미각은 언제나 오르가슴 이상을 느꼈다" 아, 맞아. 내가 그 때 이 글 읽고 브뤼셀에 가야지 마음 먹었지. 하는 식.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이 책이 처음나온지 15년이 다 되었으니, 각종 수치들은 이미 낡고도 남았지만, '브뤼셀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카츠-<숲이 나를 부른다:a walk in the woods>에서는 빌과 함께 애팔래치아를 넘는 말썽꾸러기 동반자였고, 얼마전에 읽은 <재미있는 세상 : The life and times of thunderbolt kid> 에서도 언급된다. 카츠를 처음 만난 것도 이 책에서였는데, 이스탄불의 어느 호텔방 침대에서 비둘기똥 얘기를 읽으며 낄낄대다가 굴러 떨어질 뻔 한 기억이 이 에피소드를 읽으니 생생하게 떠오른다.

코펜하겐에서 약 먹은 소년을 너무나 나이스하게 집에 바래다주는 경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함께 감동했고, 그래, 맞아. 그래서, 코펜하겐에도 가고 싶었지. 하다가, 전화요금 에피소드와 살인적인 물가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을 보고, 아, 맞아. 그래서 다시 안 가기로 했었지. 하며 해실거리는 내가 .. 좀 기억력이 모자란걸까?

하루키의 책에서도, 빌 브라이슨의 책에서도 이탈리는 너무 무서운 곳으로 묘사된다. 특히 나폴리. 예전에 읽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몰(이탈리아)인적하고, 상업적인 밀라노가 더 인상 깊다. 책은 그대로지만, 나는 십년만큼 나이를 먹었다.

빌 브라이슨이 좋아하는 것들이 지금은 더 와닿는다.
그가 생각하는 여행은 머무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곳을 보는 것. 그 곳을 발로 느껴보는 것. 그 곳의 역사를 느끼고 감탄하는 것. 그런 것들, 여행에서 일어나는 어떤 카오스적인 돌발사항도 여행 그 자체인 것을 아는 것.

그런 이유로, 나에게 여행의 마음을 되살려 주는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불평해 마지 않는 포도어fodor 여행서외에 꼭 챙겨가야 하는 여행기인 것이다.

나도 기차타고 배타고 여행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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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8-08-1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이드님의 역마살이 또!!! 콰당탕

빌 브라이슨을 처음 알게 된 건 하이드님 덕분이었지요. 그건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가장 완벽하고 근사한 중매였어요. 고맙단 말을 아직도 못했네요.

에이프릴 2008-08-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하고 배하고 아주 괜찮았어요! 으히히.

비로그인 2008-08-11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의 리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중간중간 오역이 참....아쉬워요.

하이드 2008-08-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영어를 잘하는건 아니지만, 영어가 훨씬 맛깔스럽게 읽히더군요-

Beetles 2008-08-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빌 브라이슨 이란 작가 하이드님을 통해서 알게됐죠..거의 모든것의 역사는 집에 사서 쟁여놓고 있었으면서..^^
지금 밤마다 혼자 낄낄 거리며 발칙한 유럽산책..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