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는 그냥 두지 그랬어.

뤼팽 대 홈스의 대결 ㅣ 까치글방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성귀수 옮김 / 까치 / 2002년 3월

까치에서 나온 모리스 르블랑의 루팡 시리즈는 꽤나 모으고 싶은 시리즈다.
찬란한 컬러하며, 촌스러운듯, 강렬한 저 껍데기를 벗기면, 같은 색상의 너무도 우아하고 깔끔한 프랑스어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나온다. 루팡 시리즈를 추리물로 보기는 힘들고, 모험물, 혹은 괴도물(?) 정도로 본다면, 나름 이 허세남이자 능력남인 도둑놈 시리즈를 재미있게 애정을 가지고 봐 줄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건, 홈즈팬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모리스 르블랑의 시리즈에 너무 빨리 '홈즈와의 대결'을 쓰면서, 가짜 홈즈와 바보 왓슨을 등장시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건 왓슨이 아니야!' '이런건 홈즈는 더더욱 아니야!!' 사실, 추리소설의 팬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을 홈즈의 이야기는 사실 꽤나 우울하고 때로는 암울하기까지 하다. 루팡 시리즈는 시종일간 루팡의 성격처럼 경쾌하다. 그러니, 그런 시리즈에 나온 홈즈가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뭐랄까, 정극 등장인물이 인형극에( 머리 큰 인형얼굴 쓰고 하는) 등장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 책에는 두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금발의 귀부인 에피소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뒤에는 유대식 램프 에피소드가 있다. 금발의 귀부인 에피소드는  또 여러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으니, 제법 긴 중편이거나, 짧은 장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유념해야 할 것은 루팡 시리즈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는거. 코난 도일이 홈즈를 창조해내고, 거기에 대한 대항마로 만들어진 괴도는 애초에 오리지날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였지, 오리지날은 아니였다. 메이드인 프랑스에 매력적인 직업(?) 강력하고 이미 잘 알려진 경쟁자( 루팡은 노이즈 마케팅?) 등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매력에 빠지는 것을 부러 거부할 필요는 없긴 하다만.  홈즈만 안 나왔으면, 시리즈 2권도 그런데로 재미있게 봤을텐데, 여러번 울컥했다.

* 홈즈의 팬만 아니라면 욕심나는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