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에 키스하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그의 소설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이지만, 여자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정하는 팜므파탈 여주인공이 거의 없는데, 지금까지 읽은 캐럴의 소설 속 팜므파탈은 정말이지 제대로 팜므파탈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팜므파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 소설의 제목인 [벌집에 키스하기 kissing the beehive] 에서 벌집은 책에 줄곧 죽은채로만 등장하는 폴린의 별명이다.

"내 딸이지만 그 애를 잘 몰랐어. 아직도 한이 된 게 그거야. 내 뱃속에서 나왔는데, 애가 이럴 땐 이렇다가 저럴 땐 저렇다가 또 달라지고 또 달라지고, 좋은 애였다가 이상한 애가 되었다가, 도저히 알 수가 없는거야. "

폴린의 엄마가 책의 화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샘 베이어에게 들려준 말이다. 벌집이란, 천방지축하고 복잡미묘하고, 좌충우돌인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폴린이 그랬다.

이 책 역시 이 전에 읽었던 [웃음의 나라]와 같이 작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웃음의 나라]에서 죽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전기를 쓰기로 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 작품에서는 베스트셀러 스릴러 작가인 화자가 유년시절, 자신이 자란 작은 마을의 스타였던 폴린이라는 여자의 죽음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이제 겨우 두작품 읽었을 뿐이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끊임없이 자기변종을 등장시키고, 소재로 삼고, 주제로 삼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위에 얘기한대로다. 베스트셀러 스릴러작가인 샘 베이어는 어느 순간, 자신의 뮤즈를 잃어버리고, 글 쓰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자신이 떠나온 유년시절의 크레인스뷰로 돌아가고, 그의 동경이자 우상이자 그가 마주한 첫번째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그의 열렬한 숭배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미스테리에 쌓인 베로니카를 만난다. 샘과 베로니카, 그리고 어린시절의 친구인 맥케이브까지 합세하여 폴린을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였는가에 대한 수수께끼의 조각들을 맞추어 나간다.

[웃음의 나라]를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마리오네트와 안나에 베로니카와 폴린을 대입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조너선 캐롤의 소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팜므파탈이다. 나는 그녀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들에 쉬이 매혹된다.

팜므파탈의 그녀들 외에도 조너선 캐럴의 캐릭터들은 살아 있다. 그 캐릭터들의 행간에 나오는 지나가는 말투들이 의미심장하다. [웃음의 나라]에서 뒤통수를 맞았기에, 이번에도 역시 어디 한번 때려보든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조너선 캐럴 소설의 특징이라는 마술적이고, 동화적인 원더랜드는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미스테리는 미스테리인데, 장르보다는 이야기 그 자체로 마음에 남는 소설이다.  

조너선 캐럴의 글을 읽는데 후회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을 잘 쓰고, 독자를 놀래키고, 흥미로운 캐릭터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지금 읽은 소설을 다시 읽어도 재밌을 것 같다. 독자가 소설을 읽는데 그 이상 무엇을 더 필요로 하겠는가?
이제 [나무바다 건너기]가 남았다.

 
조너선 캐럴의 소설 더 나오겠지. 더 나올꺼야. 더 나온다고 하셨죠? 
 * 리뷰 제목의 벌집과 뼈다구중 뼈다구가 왜 뼈다구인지는 읽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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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6-2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말까 하고 예전부터 담아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음에 구매를해야겠네요. 재밌어보인다아~~~~^^

하이드 2008-06-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pple 님도 좋아하실꺼에요. 조너선 캐럴이 처음이라면 데뷔작인 [웃음의 나라]부터 시작해도 될듯. 미스테리, 판타지, 글쟁이 얘기에 언제나 혹하는 저라서, 이사람 책이 좋더라구요. ㅎ

비로그인 2008-06-26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이드님 말에 혹해서 주말에 웃음의 나라부터 시작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