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다 ( 성석제의 박물지中)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아이는 편식이 심했다. 특히 우리 음식인 김치와 된장 같은 장류에는 입도 대지 않으려고 했다. 새 학년이 되어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던 3월 초. 하루는 학교에 다녀왔는데 기운이 없어 보여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억지로 김치를 먹게 했다'고 했다.
" 참 훌륭한 선생님이시구나. 여선생님? 처녀 선생님?"
" 응. 근데 김치 못 먹는 애들 다 나오라고 해서 세워 놓고 하나씩 먹였어요."
" 네가 첫번째로 먹었어?"
" 아니, 난 뒤에 있어서 안 먹었어요."
" 선생님이 억지로 먹게 했다면서?"
" 우리 반에는 김치 안 먹는 애들이 먹는 애들보다 많아요. 선생님이 맨 앞에 있는 애한테 먹이니까 걔가 억지로 먹다가 토했어요."
" 저런, 그래도 훌륭한 선생님이니까 포기하지 않으셨겠지?"
" 응. 그래서 두 번째 애도 토했어요."
" 너는?"
" 나는 애들 토하는 거 보고 토했어요."
" 먹지도 않았는데?"
" 다른 애들도 옆에 있는 애가 토하니까 토했어요. 서로 쳐다보면서 다 토했어요."
" 토하는 것도 전염돼? 감기도 아닌데?"
" 김치 먹는 애들도 토했어요. 선생님도 속이 안 좋다고 밖으로 나갔어요."
듣던 나도 속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간만에 외출을 하면서 읽던 책들 가지고 나가서까지 읽을 기분이 아니라( 마담 보봐리, 애덤 스미스 구하기, 커피 상인, 세계만화, 윌리엄 모리스 평전.... 엄청난 멀티리딩이다;;) 마음 가라앉히는 존 버거 책을 읽을까 하고 존 버거 책장으로 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알랭 드 보통 책장으로 눈이 가서, '동물원 구하기'를 읽어야지 마음 급선회. '동물원 구하기'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게다. 책방과 거실의 책장을 오가며 눈이 빠져라 찾아 봤는데 없다. 그 책은 너무 쪼끄맣고 나는 책을 굉장히 자유롭게 이리저리 책장에 꽂아두기 때문이다. 흑. 아, 찾았다. 젠장. 지금 눈을 45도 돌리니, 지난 번에 가을에 읽는 책 리스트 만들면서 꺼내놓았던것 책장에 안 꽂아두고, 그대로 책장 앞에 쌓아놓은 것이 보인다. 물론 그 무더기가 다가 아니라, 옆에 또 다른 책무더기들이 많기 때문에 ...아, 갑자기 8만원 장바구니를 비우고 싶어진다. 무튼, 그런 이유로 거기까지 찾아볼 생각은 안 했던거.

다시 거실로 나와서 책장의 책들을 아래 위로 훑다가 가장 생각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를 꺼냈고, 역시 생각대로 아무 - 생각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책은 집에서 읽기 아깝다. 집은 나에게 책읽기 가장 좋은 공간이므로, 더 신경쓰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는 생각.

무튼, 저 위의 토이야기는 쫌 웃겼다. 켈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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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0-2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용 책,이군요- 반대로 지하철에서 읽기 아까운 책들이 있죠- 무튼 저 토 이야기는 좀 슬프면서도 잔인하네요 ;; 크면 다 먹게 될텐데 ;;;

하이드 2007-10-2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말 김치 안 먹는 애들이 먹는 애들보다 많을까요? 주위에 애들이 없어서, 그게 더 놀라웠다죠.

sweetmagic 2007-10-2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원 구하기 ㅋㅋㅋㅋ 정말 구했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