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서울에서도 앵밸리드에서 본 광경 못지않게 멋진 현상이 연출되는 장소가 있다. 2006년 가을, 서대문교도소에 놀러 갔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순하고 투박해서 멋있는 건물이었다.
서점에서 둘러보기만 했지, 작은 탐닉 시리즈를 산 것은 처음이다.
어떤 책일지 실낱같은 기대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바닥을 보는 건축가의 시선만은 맘에 들것 아니냐. 하는 마음이었다.
글이 많으니 사진만 볼 수도 없고, 몇장 읽기도 전에 눈쌀 찌푸려지는 문장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블로그가 대중화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나오는 '이웃들 사주십쇼-'류의 책들, 거기에서 봐줄만한건 그런 글들을 책으로까지 내고 선전하는 출판사의 마케팅력. 정도일까?
진지하고, 사려깊은 책들은 내 눈에만 안보이게 꼭꼭 숨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정녕 출판사가 눈 앞에 들이밀어 주는 시류에 맞춰 나온 기획력 짱인 그런 책들인 것 뿐인가?
서대문교도소에 놀러간 저자를 한심하다 비판하는 것은 내 의도가 아니다.
외려 이 책에서 서대문교도소에서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열사라던가, 민주항쟁에 몸바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줄 나왔으면 지루해지고, 관심이 확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에 짜증이 난다. 사진만 볼 수도 없고, 책은 글이지 사진이 아니지 않은가?
뭐, 서대문 교도소에 '놀러가서' 저자가 잡아낸 사진들은 멋졌다.는 것 정도는 이야기해두어야 공평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