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수필들...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의 사진에 다는 자세한 캡션을 제외하곤, 워낙에 글 쓰는 것에 인색했던 작가이다. 사진과 데셍, 그리고 그의 삶으로 그만의 예술을 말했던 거장인데, 그 귀한 단상들을 모아 놓은 책에 상술을 들먹이며, 별점이 두개다. 사진 에세이인데, 사진이 없어서 억울했나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의 퀄러티는 까치에서 나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도, 열화당의 '내면의 침묵'도 훌륭하다. (근데, 참고로 그 책들은 더 비싸다.) 내가 지금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기를 읽고, 사진이 없다 욕한다면, 어폐가 있을 것이다. 에세이집을 읽으며, 사진이 너무 적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글을 '잡다한 단상' 이라고 하는 것에는 할말이 없다. 개인적인 차가 있을 수 있을테니깐. 다만,아는 만큼 보는데, 과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그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 비난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책의 리뷰를 읽는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더욱 어이 없는 것은 이 책을 만든 출판사가 '열화당'이라는 것에 있다. 열화당은 퀄러티 높은 예술서적들을 만드는 가장 믿음직한 출판사 중에 하나이다. 서점에서 열화당의 책을 찾아보면, 만원이 넘는 가격의 얄팍한 책들이 비닐에 꽁꽁 싸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는 존 버거의 책과 카르티에 브레송의 책이 그렇다.


책을 손에 넣었을때의 그 떨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책은 몇권 안되니, 존 버거의 책을 예로 들어보며, 존 버거의 다른 책들중 동문선에서 나온, 발로 만든듯한 촌스럽고 후진 표지에 가격은 동문선의 책들이 늘 그렇듯이, 엄청 비싸다. 억울해도 존 버거를 보고 사는 것이지,
할 말을 잃은 부분은 마지막 단락인데,
'너무 비싸서, 그리고 '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와 같은 싸가지없는 바가지 상술(책값을 올리고 싶을 때면, 꺼풀만 갈아 씌우겠다는 못된 속셈, 누가 모를 줄 알고?)이 얄미워 별점을 사정없이 깎아내린다.'
'값은 뒤표지에 있습니다' 와 같은 싸가지없는 바가지상술...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책의 가격이 앞표지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가? '책값을 올리고 싶을때면, 꺼풀만 갈아쓰겠다는 못된 속셈, 누가 모를 줄 알고?' 역시 뭐가 그리 얄미운 일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
나역시, 책값을 올리는 상술에 불을 뿜기도 한다. 양이 적은 책을 하드커버에 자간과 행간을 무리하게 넣는다거나, 한권짜리를 쪼개서 분권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아주 몰취미하고, 상술과 세련되고 절제된 편집을 구별하는 취향의 부재라고 할밖에...
책을 아끼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열불이 나는데, 이 책을 만드느라 애쓴 출판사에선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
압권은 '사 본 것도 아니고, '빌려' 본 것' 으로 거침없이 책값에 대해 비난하는 낯두꺼움이다.
출판사에서 내 줬을 '책소개'를 옮겨본다.


1950년대초부터 1990년대말까지 근 45년간 책과 잡지 등에 실었던 사진 에세이를 묶어낸 카르티에-브레송의 유일한 저작으로, 글 중간중간에 실린 대표적인 사진 11컷, 그가 생전에 원고를 직접 교정하고 덧붙였던 후기, 친필로 쓴 편지 및 아포리즘 등과 더불어 독자들에게 브레송의 생생한 숨결을 전달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제라르 마세의 서문으로 시작해 1부 '스케치북으로서의 카메라'는 대표적인 사진집에 실렸던 글과 여러 잡지에 게재했던 글들을 묶었다. 2부 '시간과 장소'는 격동기의 모스크바와 쿠바, 중국 등지를 여행하고 쓴 에세이로, 역사적 현장 속에서 그의 작업이 이뤄진 배경과 촬영 당시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3부 '사진가들과 친구들에 관하여'에서는 로버트 카파, 앙드레 케르테스, 에른스트 하스 등 동료 사진가들과 몇몇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짧지만 강렬한 단상이 실려 있다.
결국 책은 '찰나의 거장'으로서 그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즉흥곡으로, 글로써 잡아낸 '결정적 순간'이자 사유가 인화해낸 내면일기이다. 한편 브레송이 보여 준 찰나와의 사투는 곧 사진의 운명이기도 한,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의 싸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그의 모든 사진이 포획당한 듯 꼼짝 않고 잡혀 있는 이 순간의 절정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책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그의 독백을 전해준다
이제 막 마지막장을 덮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리뷰를 쓰려고 들어왔다가, 기분 잡쳐서, 리뷰는 좀 미루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