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자의 반, 타의 반 방학이었다. 7월이 무척 한가한데, 내년부터는 7월 한 달 쉬는 것 목표로 앞으로 1년 일해보려고.

안식월 같은거지. 올해와 같은 변수가 아마도 내년에도 있어서 거기에 좌우되기는 한다. 


평소 같으면 리다톤 하겠다고, 책 읽을 거 잔뜩 골라놓고 계획 잔뜩 세워났을텐데, 이번에는 그냥저냥 도서관이나 다녀오고 쉬면서 보냈다. 7월이 안 그래도 한가해서 방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한가했던 7월이 가고 있다. 


내 방학동안 엄마는 깜스를 집에 맡겨두고 로마에 갔다. 세계에서 6,000여명, 110여개국이 참가하는 탁구 대회에 2주간 참가하고 왔다. 제작년에는 오만에 다녀왔고, 올해는 로마. 역사상 최대규모 탁구 대회였다고 하고, 엄마는 단식, 복식, 혼복식 다 참가해서 스케줄 뜨는거 확인하느라고 나도 여기서 확인 안 되는 것 로마에 이메일 보내고, 홈페이지 스케줄 업데이트 계속 체크해서 엄마한테 톡으로 계속 확인해주고 난리였다. 


엄마는 복식 콘솔레이션 우승, 혼복식 32강, 단식 8강의 성적으로 날아다니다 왔다. 

빡센 스케줄 중간에 하루, 마지막 날 하루, 관광 일정 있어서 로마 돌아다니며 사진, 동영상 보내주는데, 마침 장마기간이었어서 그런지 더 좋아보였다. 


20대에 여행 제일 많이 다녔고, 요즘은 말로랑 보내느라 여행은 생각 안 하고, 20년후쯤에는 하와이나 발리 1년살이 하고 싶다는 생각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한건 몇 년 되었는데, 그렇게 60대에 해외 살이 하는거 엄마 70대에 날아다니는거 보고 있으니 그냥 딱 좋을 때다 싶다. 몸은 잘 만들어야겠고. 


엄마가 처음 70대로 경기 나가게 되었을 때, 내가 거기서 제일 어린 나이라며 자신만만했던거 생각난다. 나이듦의 긍정적인 점 중에 하나가 아닌가! 


제작년에는 금메달 땄어서 올해도 기대했던 것 같은데, 세 경기 ( 거의 백명, 이백명 경기해서 올라가는거라 하루에 네다섯 게임씩 했던 것 같다) 좋은 성적 올려서 마지막 날까지 응원하느라 재미있었다. 엄마 경기 체크하면서 보니 90대까지 있더라고! 

90대에 잘 걸어다니는 것만해도 대단한데, 탁구를 하다니 정말 대단하지! 엄마한테 엄마도 성적 신경쓰지 말고, 몸 만들어서 90대까지 나가는걸 목표로 해보라고 했다. 90대는 남녀 통틀어 이십명쯤 있더라고. 


한국 도착하자마자 레슨하고 바쁘게 보내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니 나도 자연스레 내 70대도 지금처럼 일하고 있겠지 생각한다. 


시작한지 석달쯤 되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들어가고보니, 대학생들도 있고, 2-30대 모임이더라고. 

그러다보니 평소 안 하던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평소 만나는 사람들 나이 전혀 신경 안 쓰는 편인데(아니, 사람 자체에 신경을 안 쓰는게 맞을지도) 같이 책 읽는 학생들에게는 좋은거 쥐어주고 싶고, 좋은거 했음 좋겠고 그런 마음 들더라고. 


엄마 세계대회 나간거랑 마침 딱 그 때 우연히 알게 된 '최강야구' 보면서도 그렇고, 마침 읽었던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까지. 인생의 시기에 대해서 여러 궁리를 하고 있다. 독서 모임의 책 중 고정순 작가님 인터뷰에 그 비슷한 글이 있어서 이야기하면서 나는 바로 옆에서 봐서 영향 받았으니, 여러분도 아는 사람 어머님이 70대에도 운동하고 여행하며 날아다닐 수 있다고 간접 영향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목표는 70대에도 거뜬히 로마 여행갈 수 있는 몸과 마음과 통장의 여유. 순간 다들 70대에도 여행 다니는 할머니 (엄마는 나이로는 할머니 맞긴한데, 자식들이 다 결혼 안해서 어디가서 할머니 소리 들어본 적 없고, 선생님 소리만 듣고 있긴 하지만) 목표로 하자며 아자아자 했다.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에요. 라는 말도 많이들 하는 말인데, 아니, 귀여운 할머니 말고, 자기 할 일 하면서 건강하게 잘 사는 할머니 되자고. 


사람 안 만나도 되게 되니, 정말 안 만나고 혼자 너무 잘 지내는데, 지난 몇 년, 노년의 인간관계 중요성에 대한 글들 많이 읽다보니, 의식적으로 생각 끄고 (생각 키면 안 만날 핑계만 잔뜩일테니깐) 사람 만날 수 있으면 만나기로 마음 먹었고, 마음만 먹었는데,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모임으로 목소리로, 얼굴 보며, 책 이야기 하고 있고, 그런 상호작용들을 할 때 내가 컴포트 존 벗어나게 되어 커지게 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 


7월 워낙 한가해서 7월 한달간 매주 일요일 줌미팅 다섯개나 잡아두고 영어책 읽고 있는데, 이것도 너무 재미있다. 

다 재미있어서 더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 궁리하고 있을 정도. 후 워즈 모임하고 영어 공부 모임, 앤드류 클레멘츠 읽기 모임은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가이드해주신 분이 올리브 농장 하는 분인데 이 올리브가 맛있다고 권해주셨다고 하고, 맛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햇살과함께 2024-07-22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희 엄마는 전국체육대회 입상 수준이신데 하이드님 어머니 글로벌하시군요!
저 연필 저희 집에도 있어서 반갑네요!!

하이드 2024-07-23 10:33   좋아요 3 | URL
어머님도 엄청 열심히 운동하시네요! 운동 하나 꾸준히 하면 사회성과 몸 건강, 마음 건강 챙기고, 꾸준히 목표도 만들고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좋은건 알겠는데, 움직이기는 왜이렇게 싫을까요 ㅎㅎ

카스피 2024-07-23 0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마 모습이 넘 멋지네요.언제가 저도 꼭 로마로 여행 한번 ㄴ가보고 싶습니다^^

하이드 2024-07-23 10:34   좋아요 3 | URL
지구가 언제까지 가고 싶은 곳 여행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2024년 7월의 로마는 그렇게까지 덥지 않고 다니기 좋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