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여주인 프랑스 현대문학선 24
레몽 장 지음, 이재룡 옮김 / 세계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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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친애하는 부인,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와 하룻밤 동침해주신다면 그 대가로 10만프랑을 지불할 것을 제안합니다. 부인은 저를 틀림없이 대담하고 몰상식한 사람이라 생각하시리라는 것을 잘 압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제안을 드렸으며 이를 지킬 것입니다. 저의 가장 다정한 인사를 받아주십시오...

 프랑스 남부 어느 평화로운 마을 카페의 아름다운 여주인 아멜리는 어느날 괴상한 편지를 받는다. 범상치 않는 아름다움, 아니, 범상치 않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숨을 앗아가는, 눈이 번쩍 뜨이는 아름다움을 지닌 아멜리. 이 무례한 제안에 얼굴이 화끈해지며 모욕감을 느끼지만, 역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제 가치를 매겨본다. 음... 내가 예쁘긴 예쁘지... 하는 마음.

그 편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소꼽친구인 빵집친구 필로멘을 찾아간다. '이건 정말정말 비밀인데!' 하면서 시작한 '비밀'은 짐작하듯이 빵집주인에서 우체국의 이르마로 , 학교 선생인 열혈 패미니스트 클라리스에게로 알려졌을때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건 나중일이고, 필로멘과 아멜리는 뻔뻔하게 자신의 주소와 이름까지 버젓이 쓴 그 사내의 존재를 먼저 확인하기로 한다.

그는... 작가다! 그래, 그거였어! '작가라는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듯' 그들은 그렇게 이해한다. 그에 대한 궁금증에 평소 문학과는 거리가 먼 아멜리는 그의 제목도 요상한 소설 '젖짜는 여인'과 '텍스트-연인'이란 책 두 권을 사서 읽으며 점점 호기심을 키워간다. 결국에는 두 손 꼭 붙잡고 그를 방문하는데, 그는 꽤나 멀쩡하고, 그 제안이 진실하다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하는데,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모욕입니까?'
'경우에 따라서 그래요. 편지 안에 칭찬만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아니지요. 당신의 가격을 말했지요.'
'뭐라구요?'
'당신의 가격이오. 당신의 값어치지요.'
'선생님, 저는 팔지 않아요. 창녀가 아니라구요.'
'모르시나본데, 창녀에게는 그런 액수를 제안하는 일이 드뭅니다.'

묘하게 설득되어가는 눈 튀어나오게 아름답지만 정숙했던! 아멜리와 함께, 독자도 함께한다. 그렇지, 창녀에게 그런 액수를 제안하지는 않지. 하면서. 작가, 쟈송은 경제적 언어에 관한 묘한 궤변을 끌어다붙이며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녀를 설득한다.

이 이야기는 그렇다면 데미무어가 나오던 '은밀한 유혹' 류의 짜릿한 하룻밤의 불륜 이야기인가?
글쎄, 이야기는 생각도 못했던 방향으로 계속계속 뻗어나간다. 믿을 수 없이 유쾌하게. 이것은 블랙코미디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프랑스 남부 마을에 일어난 한바탕 해프닝이다.

'당신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내 탓은 아니잖아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거액의 하룻밤을 제안하는 작가 앞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그토록 아름다운 정숙한 아멜리와 그녀의 남편!아, 얘기 안 했나? 그녀에게는 그녀를 믿는 마침 경제적으로 어려운(아, 이건 너무 상투적인가? 그렇지 않다.) 남편 뤼시엥이있다. 무튼,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 평범한 마을에 벌어지는 레몽장식 섹시한 해프닝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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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08-2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가 영화인가, 드라마인가로도 있지 않았나요?
그렇담 이 소설이 원작이었나요?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근데 솔직히 저런 제안을 받으면 기분이 나쁠까요? 제가 보기엔 90% 이상은 속으로 매우 좋아할 것 같아요.
제안에 응하느냐, 거부하느냐와는 별개로요.

하이드 2007-08-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제는 전형적인데,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방식과 결론은 그렇지가 않아서 디게 웃겨요.^^

홍수맘 2007-08-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웃겨요?
저도 궁금합니다. 워낙 로맨스소설 처럼 가벼이 쉽게쉽게 읽혀지는 책을 좋아하는지라...
어렵지 않겠죠?

하이드 2007-08-2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씨니컬한 작가임을 감안하고 읽으시다면 ^^ 막, 코믹하고 그렇다기보담은, 설정인 상황이 웃음나는 프랑스식 씨니컬 유머에요

마노아 2007-08-3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것 같아요. 리뷰도 맛깔스럽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