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동방정교(Eastern Orthodoxy : 사도 시대부터 예루살렘, 알렉산드리아, 이집트, 인도, 그리스, 동유러 방면으로 널리 전파되어 동방의 헬라 문화권 안에서 성장한 그리스도 교회의 총칭)를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교회와 예배의식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 건국 신화를 담은 <원초 연대기>에 따르면 키예프 러시아의 공후 블라디미르는 986년 러시아 땅에 종교를 전하려는 주변 국가의 사절단을 접견하고 각 종교의 본거지에 사신을 파견했다. 그렇게 여러 종교를 살핀 결과 이슬람교도는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유대교는 유대인들의 거친 운명을 보며 기대를 거두었다고 한다. 또 가톨릭 교회에서는 미사에서 영광을 볼 수 없는 등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동방정교는 달랐다. 다녀온 사신들은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다. "신臣들은 신臣들이 천국에 있는지 지상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나이다. 지상에는 그러한 광휘와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기에 제대로 묘사할바를 모르겠나이다. 다만 그곳에서는 신께서 인간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의 예배의식은 다른 민족의 예배의식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신들은 그 아름다움을 잊을 수가 없나이다."
예배의식이 매우 아름다웠다는 말에 감동한 블라디미르는 988년 세례를 받고 동방정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아름다움이 종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는 것은 러시아인들의 미의식을 세삼스레 돌아보게 한다.
이주헌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中

오래간만에 이주헌의 책을 읽고 있다. 러시아 미술에 관한 책은 처음인데, 동방정교에 관한 글과 그림들을보니, 그리스의 박물관들에서 본 성화들, 카자흐스탄에서 본 그림같은 교회들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미美'를 이유로 동방정교를 국교로 정했다니, 재미있는 유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