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딕슨 카의 <세개의 관>을 보다가...
펠 박사가 밀실 살인에 대해 한바탕 강의를 하던 중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을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밀실살인으로 꼽는다.
어떤 트릭이었더라...무지하게 궁금해지지만, '읽었다'는 사실을 빼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서지정보를 찾아보니, 그 어려운 이름의 어리고 거만한 를루타뷰 탐정의 이름이 기억나고, 저명한 물리학자의 딸이 노란방에서 당한다.는 얘기도 생각난다. 바로 아래 내 리뷰를 보니, 나는 재미없게 읽었고, 결말이 허무했다.고 하고 있다.
줄거리와 책의 몇 장면장면까지도 기억나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책의 클라이막스라고도 할 수 있는 '트릭'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에서 2권에서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하다는 희미한 기억' 밖에 없다고 좌절하지만, 나는 그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니, 이것은 차라리 의식적으로 기억을 봉인한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추리소설에서의 트릭은 읽고 있는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하는 것이 천하의 몹쓸죄인 관계로, 리뷰를 쓰더라도 '시시했다' 던가 '대단하다' 던가 하는 모호한 이야기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추리소설의 '트릭'은 봉인되고, 후에 다른 누가 다른 이야기에서 써먹더라도 '시시하다' 던가 '대단하다' 던가 하는 식의 모호한 감상만을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트릭의 추리소설을 읽을때마다 그 전에 읽었던 트릭을 까맣게 잊고, 매번 감동한다면, 그것은 축복받은 것인가? 아니면 단지 내가 바보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