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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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슈이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조용한 분노가 차곡차곡 마음에 쌓여간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신을 휘감았던 붉은 불꽃과는 종류가 다르다. 그의 뇌리에서 빛나는 것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푸른 불꽃이었다. 가장 깊은 사색을 나타내는 푸른색. 그러나 그 차가운 빛과 반대로 푸른 불꽃은 붉은 불꽃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자신을 불태운다.

슈이치가 여동생, 엄마와 오손도손 살고 있는 집에 악마가 찾아온다. 엄마의 재혼한 전남편인 소네는 알콜중독자에 도박중독자에 손버릇도 나쁘다. 엄마가 소네와 이혼을 결심했던 것은 그가 어린 슈이치에게 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슈이치와 가족들의 하루하루는 악몽이 되고, 슈이치는 어느 순간 '낙타 등의 마지막 지푸라기' 가 얹어 졌을때, 소네를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슈이치는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다.  독자는 그런 그가 완전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예상치 못했던 허점들이 발견되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을 슈이치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을 읽었을 때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읽을 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집>, <유리 망치>, <천사의 속삭임>, 그리고 <푸른 불꽃>( 이상은 내가 읽은 순서임)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호러나 미스테리의 이야기의 재미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며, 조연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게다가 호러 혹은 미스테리를 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재주도 대단하다. 기시 유스케는 취재에 특히 힘쓰고, 취재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다. 십여년이 지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이야기에 꽉 녹아들어가 있다. 

좋은 작가를 알았다. 첫눈에 반하는 작가도 있지만, 서서히 빠져가는 작가도 있는 법이다. 기시 유스케가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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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7-3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봐야겠군요. <검은집>은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이드 2007-07-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시 유스케는 읽을 수록 좋아지는 작가인듯합니다. ^^ 그나저나 이제 읽을 책이 없어서 아쉬워요

비로그인 2007-07-3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푸른 불꽃 보고 울었어요 ㅠ_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꽤 괜찮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