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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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있습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하고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 보일 때 비로소 진실은 '사건' 으로 드러납니다. 세상의 어떤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려면 먼저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는 매일 단신에서 일터에서 죽는 이들의 뉴스를 스쳐지나간다. 한 해 동안의 매일의 단신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드러나는 것 아래에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일을 하는 나의 일이고, 일을 하는 가족이 있는 나의 일이다. 이 책에 누워 있는 죽음들은 평소에 상상하기도 힘든 죽음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되는 단어들은, 문장들은 


" 중장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화물용 리프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지상 13 m 아래로 떨어져",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석탄 운송대에 몸이 끼이는", "플라스틱을 부수는 파쇄기에 몸이 끼이는", "프레스에 눌리는 압착 사고를 당해",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공사 현장에서 40대 남성 인부가 추락해", "잔도 공사를 하던 중 추락해", "측면 골프망 고정 작업 중 떨어져(높이 10 m)" , " 후진하는 로우더에 깔려", "상판이 불시 하강하면서 상판과 하판 사이에 끼여", "유압이 누설(추정)되어 하강하는 포크에 깔려", "5톤 무게의 콘크리트 파일이 전도돼", "콘크리트 옹벽이 무너져", "공기저장 탱크 내 압력 소실로 공기 공급이 중단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 "압축기계에 빨려들어가" ... 


골라서 쓴 것이 아니다. 앞에서부터 적은 것이고, 이렇게 끝까지 날짜와 기사들이 이어져 있다. 


현장에서의 위험이, 죽음으로 드러나는 반복되는 위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에 무감하고, 타인, 노동자들의 목숨을 인간의 목숨이 아닌, 망가진 부품 정도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는 일이다. 반복되는 죽음의 뉴스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럴수가' 탄식하지만, 나부터도 돌아서서 잊고, 그 이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나에게는 먼 일 같아서 실감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일을 함으로써 사회가 돌아가고, 나도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린다. 나 역시 일하는 누군가로 묶이는 사람이다.   


책 뒤에 실린 해설에서 양경언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일기가 이렇게 씌어지고 있었다 " 고 말한다. 사건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노동자는 밤샘 노동을 감당하다가, 주말에도, 휴일에도, 명절에도 일어난다. 사고가 일어나는 시간은 그들이 한참 일하는 시간일 것이다. 


박희정의 또 다른 해설에서는 김현경이 '사람, 장소, 환대' 의 내용을 빌려서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 때 사람으로 살 수 있다. " 그렇기에 이야기를 가질 때 사람이 되고, 사람의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고.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가진 그들의 세계는 지금 내가 사는 세계와 같은 세계이다. 


"죽음을 말하는데 삶이 없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다루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다루고 있다는 말과 같은 게 아닌가. 어떤 이는 매일 스쳐가는 단신 속의 그 텅 빈 곳에 눈길을 던진다. 이 글이 부고가 되지 않음에서 이 세계의 부정의를 인식한다." 


불행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준비 없이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라 정해진 인재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사고들이 조장되거나 방조된 채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것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 보여지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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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2-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다 읽으셨네요. 저는 조금씩 읽고 있어요.. 이 책에도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죽음을 애도합니다..

하이드 2022-03-01 06:04   좋아요 1 | URL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이어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뉴스 단신들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건조하고 틀에 맞춘듯한 문체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죽음들이요.

Clou:Do 2022-03-01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삶을 보지 못하고 비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너무도 소름 끼칩니다. 부디 사람의 마음을 잃지 말기를…

하이드 2022-03-02 16:08   좋아요 0 | URL
그들은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잃은 것 같고, 시스템이 얼른 갖춰져서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