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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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양하게 우겨 넣었다. 

저자의 비혼, 탈코, 등의 이슈들에 대한 악의 잘 봤다. 이걸 소설가의 말로 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볼 수 있었다. 


책 뒤의 평론까지 소설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편집자이자 비혼인 세연과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혼 진경이 주 인물이다. 


"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말을 길게 나누고 싶지도 않은 남자 페친들과 영혼 없는 웃음으로 범벅이 된 댓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남편 자랑을 하는 걸 비웃지 않고 맞장구를 쳐주고 있을 때, 새로 산 립스틱의 발색샷을 여러 장 올리고 있을 때, 가족 한가운데에서 혼자일 시간도 없이 외롭다고 끄적이고 있을 때, 진경은 달가워하지 않는 세연의 시선을 느꼈다. "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 못 받아서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 되어 사랑받지 못하는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연애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사람을 찾아야 했다는 진경. 


나는 진경에 대한 묘사도 기혼혐이냐. 했는데, 전적으로 진경에 이입하는 사람들도 많은거 보고 놀랐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 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 


딸한테 튀튀 입히다가 딸이 싫다고 하니, 정리하면서 하는 말이다. 


비혼인 세연에 대한 묘사는 어떤가하면, 


"세연은 바빴다. 세연에게 일은 자아실현 같은 거창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계였다. 아프거나 피곤하다고 놔버리면 대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 일을 하며 마흔이 넘어가자 삼십 대 때의 불안감 같은 건 들어갈 자리도 없을 만큼 많은 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다 병 걸려서 수술 받음. 혼자서. 외롭게. 연락할 사람도 없이. 흑흑. 


진경이 '남자 없으면 못 사는' , '외모 가꾸기에나 열중하는 한심하고 뻔한' 여자라고 세연이 경멸한다고 하는데, 

그런 세연이 알고보니, 고등학교 때 심각한 화농성 여드름으로 "화장" 하고 다녀서 걸레라고 전교에서 왕따 당했었고, 

그런 세연을 모두에게 사랑 받는 진경이 구해주고 친구해주는 그런 설정. 


평론가의 말


"그렇다면 지현은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페미니스트는 투블럭 커트 헤어스타일을 하고, 핑크와 엑세서리를 혐오하며 "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가진, 강철 같은 심장의 소유자들이어야 하는가? 페미니스트는 매사에 일관적이고 논리정연해야 하는가? 상냥하게 미소 짓는 페미니스트,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페미니스트는 존재하지 않는가? 그런데 진짜 페미니스트는 누구인가?" 


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가진! 강철 같은 심장의 소유자! 페미니스트  


한녀문학이라고 읽지 않을 게 아니었다. 강화길 '음복'이나 '가원' 도 읽고, 윤이형 '붕대 감기'도 읽으면서 이런 현실 반영도 있구나. 알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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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8-0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해 좋은 평만 무수히 보다가 얼마전에 하이드님의 감상과 비슷한 백자평을 읽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네요. 세연에 대한 묘사는(탈코한 세연이 여드름쟁이였다는) 정말 징그럽네요. -.-

하이드 2020-08-04 17:05   좋아요 1 | URL
저도 좋은 평만 잔뜩 보다가 이번에 리셀 올라와서 봤고, 뭐 엄청 많이 넣어 놓았어요. 지금까지 평들은 ‘여자들의 연대‘ 에 대한 좋은 책이다. 뭐, 그랬던 것 같은데, 극적으로 하려고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슈는 지금 이슈인데, 설정이나 글은 8-90년대 같은 그런 위화감 들어요.

보물선 2020-08-0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좀 혼란스러웠어요

하이드 2020-08-07 13:09   좋아요 0 | URL
네, 이슈들 많이 담긴 했는데, 잘 알지 못하고 소재로만 이야기 풀어내다보니, 그게 보이는거죠. 독자들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