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구판절판


내 인생은 유럽 그림에 나오는 해골과 비슷하다. 옆에는 늘 씩 웃는 해골이 있어, 야망의 우둔함을 일깨워준다. 나는 그것을 보며 중얼거린다. '사람을 잘못 골랐어. 넌 삶을 믿지 않을지 몰라도 난 죽음을 안 믿거든. 저리 가!' 해골은 낄낄대면서 가까이 다가오지만, 난 놀라지 않는다.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 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17쪽

해가 지는 순간, 믿고 싶지 않았던 생각이 고통과 슬픔으로 바뀌었다. 가족은 죽었다. 나는 그 사실을 더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가슴에 품기에는 얼마나 지독한 일인가! 형을 잃는 것.... 함께 나이 드는 경험을 하고, 형수와 삶의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를 칠 조카들을 선사해 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아버지를 잃는다는 것.... 길잡이가 되어 도움을 주고, 가지를 받쳐주는 기둥처럼 나를 든든히 받쳐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 머리 위의 태양을 잃는다는 것.-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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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 것들 -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예쁘거나 마음에 드는 색깔이 많이 쓰인 그림이면  '아~~ 이 그림 예쁘다'라고 생각하는 정도다.. 거의 무지하다고 하는 것이 옳은편이다. 더군다나 내가 직접 그림을 그린다거나 조각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학교 다닐때도 미술 실기점수는 거의 기본 점수였고.. 사실 꽤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물론 미술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처럼 미술에 무지한 사람에게 미술 특히 그림에 대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는 책이다. 일단 수록된 그림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들이라 하니 학생들이 본다면 더욱 미술이라는 과목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 줄 것 같다. 그리고 학생이 아닌 나같은 사람도 그래도 이름이라도 들어본 화가나 그림들을 접하면서 미술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특히나 이 책은 서양의 미술뿐 아니라 동양의 미술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할애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특히 한국의 현대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나와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얕은 지식을 쭉 나열할 뿐이라 생각될지는 몰라도 나처럼 미술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미술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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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나레이션 1~2(완결) 세트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강경옥님의 만화 <17세의 나레이션>을 드디어 사버렸다... 어제 도착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예전에 그 감동과 생각들이 잔잔하게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내 나이 17살에 읽었던 만화인데, 내가 30살이 되어가는 동안 그 만화속의 세영이도 현정이도 혜미도 현우도 모두 17살 그대로였다.(물론 연호는 한 살 많았지만)  만화를 읽으면서 나의 17살이 생각나 한동안 추억에 잠겼다.

거의 매일 뚱한 표정인데다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나는 세영이란 캐릭터에 나 자신을 많이 동화시켰었던 것 같다. 세영이의 감정이 나에게 굉장히 잘 전달됐고, 뭐랄까 그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묘사가 내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나를 그 시절로 돌려보낼 정도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세영이의 말대로 '17세의 인생도 힘든것이다'  그 말대로의 의미로 우리는 모두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나보다. 각기 나이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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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4-09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좋은데요.
그리고 저도 이것 그런 느낌으로 읽었었어요.
그리고, 강경옥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사람과의 단절을 소소한 감정을 기막히게 잡아내지요??
요사이 작품들은 약간 시대를 못 쫓아가는 듯한 감이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구요.
 
나의 이복형제들
이명랑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5월
품절


벽도 문도 없이 그저 바닥만 있는 다락방, 이 방은 방이 아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거리에서 묻힌 흙먼지를 털어내고 들어가 지친 등을 누이는 방은 이런 방이 아니다. 괴로운 날에는 벽에다 머리를 찧기도 하고, 배가 아프면 데굴데굴 구를 수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진 핑계로 울어버릴 수도 있는 방, 방이란 그런 것이다. 벽도 문도 없이 바닥만 있는 방, 관처럼 비좁은 이 다락방 위에서는 그 누구도 다리를 곧게 뻗을 수 없다. 키 크기와 등의 너비에 닥 맞추어서 제작된 이 방에서는 그 누구라도 두 팔을 짝 벌리고 세상을 안아볼 수 없으리라. 그런 무모한 시도를 했다가는 그 길로 곧장 떨어져버릴 테니까. 저기, 저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 비좁은 방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내려면 두 팔을 몸에 찰싹 가져다 붙인 채로 똑바로 누워 있어야만 한다. 관 속에 들어가 누워 있는 시체처럼.-54쪽

어디에고 구덩이는 있고, 아무 이유 없이도 누군가는 구덩이에 빠진다.-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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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미라벨 다르티장. 남편을 전쟁통에 잃고, 세 아이를 데리고 농장을 꾸려가는 여인..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여러가지 애증과 분노 등의 감정을 속에 숨기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앨범에 적어 놓는데 특히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나 사건들을 요리 방법 중간중간에 적어 놓는다.  미라벨의 막내딸인 프랑부아즈가 서술자로 등장하는 이 소설 역시 프랑부아즈의 현재에 과거의 일을 중간중간에 펼쳐 놓는다. 마치 성스런 비밀을 말하듯이..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만의 감정들을 속으로만 삭여왔던 한 여인의 일생이 과거와 현재의 딸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독자들을 2차 세계대전중의 프랑스로 이끈다. 전쟁중에 벌어진 사랑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했던 선택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하나의 그림이 떠올랐다. 꽉 다문 입술의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눈을 가진 한 여인의 모습. 그 여인이 겪었던 모진 세월이 함께 묻어나는 그림말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음식이 나오는 부분과 루아르 강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초콜렛>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이 훨씬 더 감정의 폭이 넓고 깊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이 소설은 성장 소설로도 충분한 기분을 맛보게 해 준다. 아홉살짜리 소녀의 감정을 특히나 어머니와 꼭 닮은 소녀의 감정을 잘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주황색 책표지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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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1-1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샀으니...땡스 투는 안되고...

오랜만에 미라님 리뷰, 반갑네요!


mira95 2005-01-1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정말 리뷰 쓰기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댓글도 달아주시고 추천까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