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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다섯 조각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미라벨 다르티장. 남편을 전쟁통에 잃고, 세 아이를 데리고 농장을 꾸려가는 여인..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무표정해 보이지만, 여러가지 애증과 분노 등의 감정을 속에 숨기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앨범에 적어 놓는데 특히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나 사건들을 요리 방법 중간중간에 적어 놓는다. 미라벨의 막내딸인 프랑부아즈가 서술자로 등장하는 이 소설 역시 프랑부아즈의 현재에 과거의 일을 중간중간에 펼쳐 놓는다. 마치 성스런 비밀을 말하듯이..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만의 감정들을 속으로만 삭여왔던 한 여인의 일생이 과거와 현재의 딸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독자들을 2차 세계대전중의 프랑스로 이끈다. 전쟁중에 벌어진 사랑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했던 선택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하나의 그림이 떠올랐다. 꽉 다문 입술의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눈을 가진 한 여인의 모습. 그 여인이 겪었던 모진 세월이 함께 묻어나는 그림말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음식이 나오는 부분과 루아르 강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초콜렛>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이 훨씬 더 감정의 폭이 넓고 깊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이 소설은 성장 소설로도 충분한 기분을 맛보게 해 준다. 아홉살짜리 소녀의 감정을 특히나 어머니와 꼭 닮은 소녀의 감정을 잘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주황색 책표지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