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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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이라는 작가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읽은 정이현의 소설이라곤 <달콤한 나의 도시>뿐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별로였다.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은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이야기를 보거나 들을 때마다 은수에게 전혀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비슷한 나이대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외에는 은수와 나는 전혀 공통점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정이현이라는 작가에 대해 심드렁해져 있을 때 <오늘의 거짓말>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든 생각 '아~~ 세상이란 왜 이리 살기 힘든 것일까?'

특히 생각나는 작품은 '삼풍백화점'이다. 나와 친구 R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동시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을 교차시키는 구성은 백화점 붕괴라는 사상초유의 비극을 더욱 가슴아프게 생각나도록 했다. 마지막 부분에 '나는 그 아이가 R의 딸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그 비극과 슬픔이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해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 TV를 통해 사고장면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거대 욕망과 소비의 상징인 백화점 붕괴 사고는 마치 이 사회의 끝부분을 보는 것처럼 처참했다.

마지막 작품인 '익명의 당신에게'도 기억에 남는다. 환자의 엉덩이 사진을 찍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 남자 친구를 위해 가짜 알리바이를 대기로 결심하는 연희를 보면서 나는 어땠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을 때와는 달리 <오늘의 거짓말>의 인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나는 아니 우리는 오늘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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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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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둘로 나누어져 행동을 하는 동시에 뒤로 물러서서 자신이 행동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분열로부터 반성이 나타난다. 그러나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의 분열을 다시 통합할 수 없다면, 어떤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면, 그것은 자의식 과잉이라는 병이 된다.-63쪽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을 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71쪽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가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161쪽

따라서 성숙이라는 것- 잡기 힘든 목표이지만-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받을 만한 것을 받을 만한 때에 주는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나야 할 감정과 그런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 나중에 나타난 죄없는 사람이 아니라 - 즉시 표현해야 할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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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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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옛선인들의 사상과 생각을 알고자 하는 욕구는 오직 알고자 하는 욕구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인들의 말씀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고전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요즘 고전에 관심이 많아졌다. 딱히 어려운 <논어>같은 책에 대한 관심은 아니고 옛 사람들의 산문이나 특히 한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한시를 번역해서 볼 능력은 안 되니 가끔 번역되어 있는 시들을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현대시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시들을 발견하게 된다. 산문들도 마찬가지. 조상들의 짧은 글을 읽으며 마음이 정화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 보게 된 책. 신영복 교수의 <강의>라는 책이다. 말 그대로 동양고전에 대해 강의했던 내용들을 책으로 엮었다. <시경>부터 시작해 <한비자>까지 고대사상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사실 워낙 어려운 내용들이고 보니 수박 겉핥기 식 읽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나빴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도리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심어 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책의 처음부터 이 책의 내용은 동양고전을 공부한다기 보다 동양 고전의 독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점에 두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곧 고대 사상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동, 서양 사상의 차이를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책에 나온대로 단순하게 말해 본다면 동양은 관계 중심, 서양은 존재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의 모든 것은 개인 위주로 돌아간다.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점점 발전해 나가는 구조. 그러나 동양은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중심을 돌아간다. 발전보다는 조화, 함께하는 삶 등이 동양 사상의 중점이다.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세계화라는 신자유주의 라는 미명 아래에 오로지 서구만 죽자고 따라가고 있는 세상이다. 자본주의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시스템인가 가끔 생각해본다. 먹고 살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진리니 사상이니 하는 것은 배부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동양사상에서 이야기하는 관계란 우리 인간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켜 나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양사상 속에서 우리 시대의 인간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자연과 우리의 관계, 사회와 우리의 관계 등을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시경>부분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역시 <주역>은 힘들어서 거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려웠지만 동양고전에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가는 좋은 길잡이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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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07-07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미라님, 돌아오시자마자 리뷰 당선부터 되시는거야요? ^^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mira95 2007-07-0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 아영엄마님 덕분에 알았어요.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07-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stella.K 2007-07-0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리뷰 당선되셨구만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asdgghhhcff 2007-07-11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립니다.!!

mira95 2007-07-1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스텔라님 구우님 감사합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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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으로 떠나는 힐데군스트의 여행을 뒤따라가는 우리는 아마도 힐데군스트보다 더 열광적인 감정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힐데군스트가 만나는 많은 괴물들 사이에서 나역시 공포감을 느꼈고, 그가 만나는 종족들을 보며 나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그가 '오름'을 느꼈을 때 나도 느꼈으면 좋으련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 두 가지만 말하려고 한다.

첫째는 부흐링족!!

난 그들에게 정말 감동받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생김새는 특이해도(나중에 보니 귀여워보였다) 그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내 마음에 옮겨오는 듯, 내 마음도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에 아직 책 한권도 내지 못한 힐데군스트의 부흐링이 소개되는 순간, 힐데군스트의 눈에서뿐만 아니라 내 눈에서도 감동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부흐링족은 정말 사랑스럽다.

두번째는 그림자 제왕!!

차모니아 최고의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그는 사악한 스마이크의 계략으로 지하묘지로 빠져 그림자 제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마지막에 자신의 몸에 불을 붙혀 스마이크라는 악과  함께 사라진다. 그의 이야기와 마지막은 처절했지만 따뜻했고, 감동적이었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이 책은 매우 멋진 책이다. 책 중간중간의 삽화 또한 아주 멋졌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을 부흐하임의 지하묘지로 초대한다.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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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1-0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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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읽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물론 어느 소설이나 약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만 제대로 된 사랑 이야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로는 거의 읽은 적이 없다.

이 글을 사랑이야기라 부르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으로도 내가 보기에 이것은 사랑이야기이다. 사형수라는 멍에를 진 27살의 남자와 부유하지만 언제나 죽고 싶은 30살의 여자의 사랑이야기..

여기서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웃긴 일일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소설을 읽고 정말 울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윤수의 블루노트를 읽을 때마다 조금씩 코 끝이 시려오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눈물이 한 줄기 흘러 내렸다.  생을 돌아보는 그의 처절함이, 애절함이 내 마음에 전해져 오는 그 순간 정말 슬퍼서 내가 마치 문유정이 된 것처럼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 소설은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통해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으며, 용서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물론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시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용서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좋은 소설이란, 아마도 감동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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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6-2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의 고등어 이후로 싫다는 사람이 부쩍 눈에 많이 띄입니다.
이 책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나도 얼른 도서관에 가서 봐야겠어요. 에효...바쁜 거 넘 싫어~ 언제쯤 도서관 서가를 왔다갔다하며 책을 고를까나....

mira95 2005-06-2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저는 <고등어>도 안 읽었는데 왜 공지영을 싫어했을까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암튼 전 이 작품을 매우 좋게 읽었답니다. 진주님께도 좋은 작품이 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