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구판절판


내 인생은 유럽 그림에 나오는 해골과 비슷하다. 옆에는 늘 씩 웃는 해골이 있어, 야망의 우둔함을 일깨워준다. 나는 그것을 보며 중얼거린다. '사람을 잘못 골랐어. 넌 삶을 믿지 않을지 몰라도 난 죽음을 안 믿거든. 저리 가!' 해골은 낄낄대면서 가까이 다가오지만, 난 놀라지 않는다.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 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17쪽

해가 지는 순간, 믿고 싶지 않았던 생각이 고통과 슬픔으로 바뀌었다. 가족은 죽었다. 나는 그 사실을 더이상 부인할 수 없었다. 가슴에 품기에는 얼마나 지독한 일인가! 형을 잃는 것.... 함께 나이 드는 경험을 하고, 형수와 삶의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를 칠 조카들을 선사해 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아버지를 잃는다는 것.... 길잡이가 되어 도움을 주고, 가지를 받쳐주는 기둥처럼 나를 든든히 받쳐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 머리 위의 태양을 잃는다는 것.-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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