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아빠가 동네에 일이 있어 나갈 때는 꼭 따라가겠다고 해서 같이 다녀오더니
요즘은 엄마가 없어도 금강산이든 유럽이든 아빠랑 씩씩하게 잘 다녀올 수 있다고 장담을 하고 있다.
오늘도 아빠가 산청에 일이 있어서 다녀오신다는 말을 듣자마자
혼자서 가실거냐고 따지듯 물은 끝에 왕복 3시간 거리를 단 둘이 다녀왔다.
동생이 아빠랑 사진찍는 것을 두고보지 못해 냉큼 안겼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라!^^
무릎까지 오는 스타킹, 그 다음엔 윗도리 마지막으로 바지, 여러번 다락을 오르내린 끝에
엄마의 의견은 묵살하고 직접 코디한 외출복.
- 여기엔 샌들이 어울리겠지? 그런데 엄마, 옷 갈아입느라 다락이 엉망이야.
라는 말을 남기고 들뜬 발걸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출발!
마음은 바쁘지만 사진찍는다고 다소곳하게 기다린다
갈 때는 잠이 들었고, 올 때는 커다란 옥수수를 마치 전리품처럼 들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
- 엄마랑 생활한복 사러 갔던 곳 있지? 거기서 이 쪽으로 돌면 바로 장터가 있거든.
아빠가 산청에 씩씩하게 잘 다녀왔다고 화개장터에서 사주신거야.
설명은 친절하게 했지만 동생과 엄마는 몇 알갱이만 주고 혼자서 그 큰 것을 다 먹었다.
아빠가 점심은 안 사주셨냐고 했더니
- 내가 오금이 아픈데도 튀김을 먹었다! 고기튀김! 아파도 꼭 참고 먹었어.
- 밥은 안 먹고?
- (비난하는 어투로) 밥은 없었어.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셔서 매운 것만 있었어.
지난 번엔 물에 씻어서 잘 먹길래 어탕국수를 먹었는데 오늘은 안 먹겠다고 해놓고서 그런다고
아빠는 좀 억울해했다.
태민이 낳던 해 겨울, 할머니랑 사촌언니 목욕가는데 딸려보냈다가
집 앞 골목어귀부터 엄마한테 가고 싶다고 하더니 도대체 울음을 그치지 않아
목욕도 대충, 시장도 제대로 못보고 허위허위 집으로 와야했다며 할머니가 혀를 내두르셨다.
그 후로 1년 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미니는 엄마 품을 슬슬 떠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아이들 크는 것을 보면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