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세면실 청소를 마치고 나오는데 발매트에 에어캡으로 가드라인이 둘러쳐져 있다. 곤충이 있는데 엄마가 밟지 말라고 그랬단다. 밖에 내보내려해도 발끝마디에 잔뜩 달린 가시로 황토염색 천 발매트를 꼭 붙들고 있어서 그냥 두었는데, 사슴벌레는 야행성이라더니 정말 하루종일 그 자리에서 몇 센티미터 움직이지 않는다. 집게 턱이 있는 듯 마는 듯 작은 것을 보니 암컷이었다.

 며칠 전 밤에 화단 턱에 좀 작지만 집게 턱이 근사한 사슴벌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아빠가 장난하느라고 팔뚝에 올려놓았더니 너무 간지러워서 싫다고 주장하며 울음을 터뜨렸더랬다. 그러고도 밖에 있는 곤충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 안되지만 우리 집에 들어온 곤충은 길러도 되는 것 아니냐고 슬리슬쩍 묻는다.

 어제 너덜이 집 앞터에 풀이 무성해서 장끼 한 마리가 오래 먹이를 찾다 산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급기야 우리도 집에서 꿩을 키우자고 하길래 자연에 사는 동물을 집에 가둬두고 기르면 안된다고 간곡하게 타일렀던 것이 기억났던 모양이다.

 오늘은 유치원에 안 가는 날이어서 가짜 친구들과 가짜 선생님과 가짜 학교에 가서 곤충관찰을 하기로 했다길래 마침 맞춤한 대상인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관찰해서 그림 한 번 그려보라고 했다. 틀려도 되는 것이냐며 다짐을 두더니 한 쪽에 다리가 3개 씩이어서 다리가 모두 8개라는 둥(ㅋㅋ) 중얼거리며 첫 솜씨치고는 제법 그럴 듯 하게 금방 그려왔다. 

 

아빠가 찢어진 장판을 땜질하려고 한 장 남은 한지장판지를 꺼내다 놓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려서 오려낸 원숭이를 화단에 놓고 찍어보았다.

장난기 어린 표정이 꼭 미니같다.

아빠도 왜 하필 여기다 그림을 그렸냐며 혼자서 투덜투덜하다가 원숭이를 보고 웃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살구꽃 2007-07-1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진 원숭이넹...저거 저렇게 찍은 엄마가 더 멋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