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책도둑> 출간 기념, 책 훔치기 이벤트 (응모방식이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책을 고르는 시간이 참 행복하네요.^^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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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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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달의 바다-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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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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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이 얼어버려서

아버지는 거의 이 겨울 내내 산에서 흘러내려 마당 한 쪽 작은 물 확에 고이는 물로

한낮에 설겆이나 빨래를 하고 세수한 물은 화장실에 붓는 식으로 불편한 나날을 보내셨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런 겨울이었는데

엊그제 아침 설겆이를 하려고 밖에 나 앉았더니 공기가 온화했다.

대낮에도 덜덜 떨리는 찬바람 맞으며 그릇 몇 개 씻다가

고개들어 앞산을 한 번 바라보며 부르르 추위를 떨쳐내곤 했는데

하룻밤 사이의 변화라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5박6일 동안 동감의숙에 손님들이 다녀가고나서

모처럼 한가하게 평일 대낮에 온 가족이 가까운 온천에 갔다.

웬일인지 요일감각이 마비되어 주말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씻기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더운 물이 안 나오니 답답해 하시다가

월요일에 어머니와 우리를 목욕탕에 데려다주셨던 터라 사흘 만이었다.

(이게 웬 호강인지!^^)

 

덕분에 약속한 한 시간 반도 못 되어 아빠보다 먼저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쏟아지는 햇살에 발바닥이 간지러운 듯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보도블럭이 깔린 넓은 인도를 달리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무를 흉내낸 시멘트 벤치에 앉았다가 깜짝 놀랐다.

남향이라 너무나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서!

 

어느 새,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아버지 댁 수도관도 다시금 녹아 흐를 날이 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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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2-22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그곳은 봄이군요. 올해의 첫 소식입니다. ^^

miony 2008-02-22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예상치 못했는데 단 이틀만에 봄이 왔습니다.
물론 꽃샘추위란 녀석이 어딘가에 웅크리고서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만^^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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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요, 손이 가! 자석처럼 끌어당겨 단숨에 읽어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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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2-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재미있어요?
보관함에 담아둘게요.

miony 2008-02-21 20:22   좋아요 0 | URL
<개를 돌봐줘>가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고 잔뜩 기대하고 읽었다가 살짝 실망한 뒤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었더니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고 한 걸음,한 걸음 내딛어 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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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혀 휘리릭 넘어간다. 그 속도감을 따라잡기 힘들어 여운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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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1-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읽으셨군요. 사십대, 오십대에 읽으면 더 실감이 날 것 같은 이야기들이었어요.
 

한밤중에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웬만해서는 누가 업어가도 깨지않는 나를 깨울만큼 물소리는 요란했다.

 

보름쯤 비워두었던 너덜이에 저녁 무렵에야 올라오니 집은 그야말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왜 그런지 지난 번부터 전기가 불안정하여 본의아니게 냉동실을 깨끗이 비우고 청소를 해야했고

김치냉장고는 어차피 회복불능일 듯 하여 열어보지도 않았다.

보일러는 뭔가가 시원치 않아서 방이 데워지는데 천년 쯤 걸리는 느낌이었고

2층의 나무보일러는 연통이 어찌 되었다나 불길이 거꾸로 치솟아 나오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하나 겨우 제대로 돌아가는 석유난로 앞에 손바닥만한 담요를 깔고

두 아이와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너 시간을 오들오들 떠는데 낮부터 지끈거리던 머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그 와중에 30분이나 한 시간마다 나무보일러에 땔감 넣으러 나가면 태민이는 그악스럽게도 울었다.

 

전쟁같은 한 나절을 보내고 겨우 온기가 도는 방에서 막 잠이 든 참이었는데

더운 물이 도니, 수도꼭지는 물론 변기 속 물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2층 목욕탕 물이 녹았나보다

산더미 같이 모아 온 빨래를 내일은 다 할 수 있겠구나 좋아했는데

심상치 않은 물소리의 정체는 벽 속에서 얼어터진 수도관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미니아빠가 손전등도 없이 찬바람 속을 이리저리 뛰더니

어찌어찌 하여 흘러나오던 물은 멈추었다.

정전이 되니 열선이 제 기능을 못해서 수도관이 얼고, 냉동실에 든 음식들은 상하고

보일러는 어딘가 밸브가 헐거워 물이 새어나가느라 제대로 작동이 안 되었나 보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면서 2층 수도 밸브를 열지 못하니 세탁기는 못 쓸테고

급한 빨래 몇 가지는 1층에서 손으로 빨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온 가족 내복이며 여벌 옷이 전혀 없는 상태라 귀가 번쩍 뜨였다.

 

새해가 되었는데 예전에는 올해는 이래야지 저래야지 각오도 다지곤 했는데

올해는 심드렁하니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 좀 서글프기도 했었다.

신랑 말을 듣고 보니 올해는 상식적인 수준의 융통성을

다름아닌 나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새해소망이 생겼다.

 

저것 참 보기 싫은데 어쩌지? 하면서도 치우면 된다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여벌 옷이 없는데 세탁기를 돌릴 수 없으니 손빨래를 해야겠구나 라는 단순한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하니

이것이 진정 꽉 막히고 굳은 생각 탓인지 게으름 탓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어쨋든 내게는 융통성이 절실하기는 한 것이다.

심지어 어젯밤 방을 데우는데 천년이 걸린 것도

2층방 밸브가 잠긴 것을 점검해보지 않은 탓이었다는 것 아닌가?

(신랑이 와서야 겨우 밸브를 열어주었는데 한 시간 남짓 만에 방이 따뜻해졌다.)

 

온 가족의 내의와 겉옷 한 벌씩을 빨간 고무함지에 담아놓고 보니 한숨부터 났지만

나도 올해는 융통성을 발휘해가며 효율적으로(?) 살아보자 마음 먹고

의욕적으로 빨래를 시작했다.

사이사이 틈틈이 온돌 아궁이와 나무보일러 양쪽에 땔감을 넣으러 푸르르 달려갔다오고

애들 밥 챙겨먹이고 온갖 요구에 부응해 가면서 어찌나 열심히 빨았던지

보일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봐 온수 밸브를 잠궈놓아 찬물만 써야했는데도

저녁 무렵에는 다 마칠 수 있었다.

 

가지고 올라간 빨랫감 전체 양에 비하면 빨아놓은 것은 새 발의 피였지만

가슴에는 뭉게뭉게 뿌듯함이 소용돌이 쳤다.

내친 김에 조금 더 할까?

고민하다가 충분히 애 쓴 하루였다고 자평하며 저녁만 지어먹고 9시에 땔감넣기도 끝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난로에 석유를 붓다가 장갑에 묻는 바람에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했는데

불도 다 꺼버린 1층으로 내려가기가 싫은 거였다.

그러다가 수도관 속에 남은 물로 손 정도는 얼마든지 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아니나 다를까 비누로 손을 다 씻을 때까지 물이 끊기지 않고 나와주었다.

흡족해하며 돌아서는데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수도꼭지를 모두 열어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변기, 세탁기를 포함하여 6개의 수도관 중 잠긴 것은 두 개 뿐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한 번 확인했더라면 힘들게 손빨래 안해도 되고 급한 빨래들 다 마저 할 수 있었을텐데

원대하지도 않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새해소망이 품어 본 첫날부터 와그르르 어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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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1-2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큭...
웃어서 죄송해요.
어디 여행 다녀오셨나 봐요?
님의 사는 모습이 솔직해 보여서 너무 예쁘네요.
저도 기계치다 보니 보일러가 가끔 말썽을 부려도
서방님 들어올 때까지 마냥 떨고 앉아 있답니다.
집 이름이 너덜이인가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요?

miony 2008-01-28 21:20   좋아요 0 | URL
옛날에 저희 마을로 올라오는 길에 널빤지 다리가 있었답니다.
행정지명은 한자로 판교라고 하거든요. 널다리라는 말이 변한 것 같아요.^^

솔랑주 2008-01-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부터 새해 시~작!' 하고 그 날부터 열공해요( 삼일에 한 번 한다는 ㅋㅋ)
꼭 새해가 아니라 '오늘부터 2월 시작' 뭐 이럴때도 있어요.

맘만 먹으면 내일도 새해가 될 수 있는거니까요^^

miony 2008-01-2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해줘서 고마워. 새롭게 맘 먹어야겠다.^^

2008-01-29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