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가 고릴라를 읽고 가장 놀랐던 것은 자기 그림을 액자에 넣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페이지를 되풀이해서 들여다보면서 액자를 사면 넣을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양이와 산책하는 미니의 모습이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비행기인데 점차 진화하여 요즘은 핸들을 잡고 있는 조종사를 창문 안에 그려 넣는다.



반짝이 가루를 뿌려서 살아나게 한 다음 무서바사우루스를 물리치게 할 칸트로사우르쉬.

물론 이름도 직접 지은 것이다.

 



작년에 쓴 첫 일기.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엄마가 강제로 편지 쓰게 한 것으로 오해할 것 같다.

 

  
색종이 오려 붙이고 크레용으로 완성하는 그림에도 심취해 있다.

- 절구 모양이 정말 예쁘네, 토끼가 방아 찧는 그림이니?

- 아니. 떡방아 찧는거야.

  절구를 어떻게 만든건지 보여줄께. 종이를 이렇게 접어서 가위로 오리면... 어? 나비가 되었네!

  다시 해보자. 이렇게 접고 또 접어서 이렇게 오리면...

  어? 산호초 같다. 로보트 얼굴  같기도 하고.

  정말 여러가지 모양이 나오네. 재밌다, 재밌어!!! 또 해보자!

 (결국 저 유려한 절구의 곡선은 우연히 어쩌다 제대로 오려서 만들어진 모양이다.ㅋㅋ)



결국 로보트 얼굴이 되었는데 사진을 찍기도 전에 오려버렸다.

나무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것은 동그라미 얼굴을 붙여서 미니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 않고 힘든거죠?

어제 삼촌이 등장한 대목이다.

미니에게는 큰아빠 두 분과 외삼촌 두 분이 있지만 멀리 지내서 만날 기회가 아주 드물다.

그러다보니 삼촌이라는 호칭을 쓸 일이 없건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물으면 모두 삼촌이 가르쳐줬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안 계실 때라서 엄마랑 아빠는 못 들었지만 삼촌이 가르쳐주셨고

옛날에 어렸을 때 삼촌이 어디어디를 데리고 갔으며 무슨무슨 일들을 해주었단다.

날마다 적어도 한 두 번 씩은 미니의 삶에 등장하는 사람, 바로 삼촌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거름 2008-02-1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무서바사우르스, 칸트바사우르쉬
 

금요일에는 미니아빠가 서울에서 술 빚는 거랑 반가음식을 배우느라 새벽에 나가면 한밤중에 돌아온다.

양조장 막걸리는 밀가루와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서 좋지 않다고

쌀로만 빚은 술을 약에 쓰기 위해 시작했는데

술이 익어가면 아니나다를까 절반은 마셔서 없애는 것 같다.

병은 생활로 고쳐야한다고 결국은 모든 것이 먹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요리도 배운단다.

미니아빠가 있으면 아무래도 무슨 일인가 도울 일이 생기고 아이들도 덩달아 일자리 근처에서 놀아야하니

그리하여 금요일은 은연 중에 해방의 나날 분위기가 된다.

졸린 눈을 하고 휘청거리면서 아빠가 보고싶다고 기다리고 앉았길래

오늘 무척 늦으실 것 같으니 먼저 자라고 했다.

- 늦어도 괜찮아. 그러면 아빠가 일도 안 시키고 편~하잖아.

- 엄마는 일을 해도 아빠가 옆에 계시는 게 더 좋은데?

-(믿을 수 없다는 듯 다 아는데 뭘 그러냐는 표정이 역력하게) 엄마도 일 안 하는게 좋으면서!

- 그래도 아빠가 계신 것이 더 좋아.

-(눈이 동그래지며) 그러면 엄마는 아빠를 제일 사랑하는거야?!

- 아빠랑 수민이 태민이를 제일 사랑하지.

- 지난 번에는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두 명이라면서!!! 그럼 거짓말 한거야?

- 그러면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수민이,태민이라고 하고 그 다음에 아빠라고 할까?

- (표정이 풀어지며) 응!

 

그래놓고도 뭔가 미진했던 모양이다. 아빠 흠집잡기로 마무리^^

- 그런데 아빠는 엄마한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왜 소리를 지르시는거야, 그지?

어딜 내놓아도 버금가라면 서러울 버럭남편(아주버님들도 마찬가지^^;;;)이라 할 말 없다.

 

어젯 밤에는 약을 좀 싸고 있으려니 아빠한테 따지듯 물었다.

- 아빠, 엄마가 힘드신데 약 싸라고 하면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언제는 유치원 간식 원하는대로 사 주시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더니

여섯 살에 벌써 점점 여성동지가 되어가는 것인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나무집 2008-01-1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우리집 풍경을 보는 것 같네요.
남편께서 술 만드는 걸 배우러 다니시다니 놀랍네요.
그런 것도 약에 쓰시려고 배우나 봐요.

순오기 2008-01-1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지가 생겨서 든든하시겠어요.^^
알콩달콩한 님의 삶이 그려져요!

솔랑주 2008-01-1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가 든든 하시겠어요~^^
이모 혹시 인생극장에 방송되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miony 2008-01-1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덕분에 요즘 술 빚는 일 돕느라 살짝 귀찮답니다.^^
순오기님, 아빠가 제일 좋다고 할 때도 섭섭치 않고 흐뭇했는데 엄마 역성을 드니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솔랑주님,아이있는 집 풍경은 다 고만고만 하답니다. 그렇게 따지면 모두가 인생극장 방송감이지요.^^

hsh2886 2008-01-20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수민이 표정이 머리속에 그려져요ㅋㅋㅋㅋㅋㅋ

2008-01-29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엄마, 오리가 꽥꽥거리는 까닭이 뭔지 알아?

생뚱맞은 질문이라 대답도 궁하고 아무래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 넌 어떻게 생각하니?

되물었더니 신나게 준비된 답을 들려준다.

- 응, 그건 물이 많아서 먹다가 토할 것 같아서 꽥꽥하는거야.

 

요즘 색종이로 몸통 따위를 오려붙인데다 나머지를 크레파스로 그려 완성하는 그림에 열심이다.

하루는 네모 난 종이 아랫부분을 공들여 가위로 나란하게 오려왔다.

- 엄마, 이게 열 개인지 좀 세어 줘.

- ... 열 세 개네. 왜, 열 개라야 되니? 그냥 쓰지?

- 안 돼. 오징어 만들건데 다리가 열 개잖아.

세 개를 잘라내 주었는데 금새 어디 두었는지 잃어버렸다며 새로 오려와서 하는 말.

- 사실 이런 거 만들 때는 꼭 열 개가 아니라도 되는데, 그지?

 바닷속에 잠수부와 함께 빨판까지 정성껏 그려놓은 문어 다리는 여덟 개란다.

 

요즘 그리는 그림엔 항상 세 사람이 등장한다.

가운데 치마를 입은 미니와 왼쪽에 강나리(사실, 내 상상 속의 친구란다.), 오른쪽에 태민이다.

자신을 가장 크게 옷의 무늬와 머리카락 등을 공들여서 그리고

하늘에는 구름 모양의 비행기에 조종사(핸들 모양의 조종간을 잡고 있다.)와 네모난 창문을 그린다.

그런데 어제 옆에 서 있는 그 친구의 이름이 바뀌었다.

엄마랑 성이 똑같다는 그 친구의 이름은 바로 <흰정>이란다.

내 이름보다 발음하기 더 어려운 것 같은데

남동생들도 어릴 때 나를 희른정 또는 흰정이라고 불렀다. ㅋㅋ

 

저녁을 짓고 있는데 부엌에 들어오더니 뜬금없이 묻는 말,

- 엄마, 내가 어떻게 여자로 태어났을까?

- 여자로 태어나서 기분이 어떠니?

- 응, 예쁘고 좋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한 여성동지 되시겠습니다! ^^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광고가 생각나는 페이퍼!
 

 

 

 

외롭고 웃긴 가게 이후에 처음 듣는 그녀의 노래다.

담다디로 매스컴을 탈 때보다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어느 때 쯤 슬그머니 다시 나타나 들려주던 노래들이,

그 선머슴 같던 모습보다 이런 여인의 자태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더 편안하다.

모처럼 대학생 조카들 셋이 찾아와 떡볶이 집 철판에 다섯 사람 분의 김치볶음밥을 만드느라 

멀리서 웅얼거리는 가사와 함께 처음 들었을 때는 나의 기대가 너무 컸나 했었지만

아이들이 잠든 밤 하루종일하던 단순작업을 계속하면서 다섯 번 째로 돌려듣고 있을 때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까지 들리면서 지루하지 않고 행복했다.

어느 평론가가 썼듯이

처음에는 <삶은 여행>이 제일 먼저 들렸지만 되풀이해서 들을수록 골고루 들린다.

옛날옛날 한 청년이 배를 타고 흘러흘러....세상을 바꾸려고도 했었지만....

이 청년이 누군인지 알고 나서는 같은 얘기도 참 심플하고도 유쾌하게 썼구나 하면서 흡족했다.

다만 그 동안 들어왔던 그녀의 노래(공무도하가,외롭고 웃긴 가게가 전부지만)와

내겐 너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이 옥의 티다.

자신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예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한 나는,

음악을 잘 알지 못하고 섬세하게 분석하며 듣는 것이 불가능한 나는 아쉬워해야 했다.

그렇지만 어쨌든 좋았고 요 며칠 사이 매일 되풀이해서 듣고 있다.

미니도 몇 가지 가사를 흥얼거릴만큼...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길다면 이제 어느 정도 긴 내 삶에 콘서트에 간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혼자 울산에서 자취하던 시절 라디오 공개 방송에 초대된 이문세가

조명이나 무대는 허름했지만 거의 단독콘서트와 같은 무대를 보여주었던 날(입장권은 삼천원이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일본의 조용필이라 할 수 있다는 차게 앤 아스카(이름이 맞나?)의 공연이 있었지만

어두운 밤에 두뇌회전은 필요없고 손의 기억만으로 가능한 일을 하고 앉아 있으니

동생이 생일 선물로 성균관대에서 했던 콘서트 티켓을 구해서 함께 간 날이 떠올랐다.

생일은 여름이었지만 그 때는 추운 계절이었나?

아뭏든 일찍 도착하여 콘서트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야광팔찌도 샀다.

조용히 듣기도 하고 얼마동안 신나게 뛰기도 하고

끝나고 나서는 맛있어 보이는 빵도 사고 작은 액세서리 가게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 날의 작은 동작들은 기억에 또렷한데

정작 그 때 무대 위에서 노래했던 가수가 누구였는지는 아주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 노래들을 들으며 그 날 노래했던 사람도 이상은이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 추억의 한 자락이 만족스럽게 완성될 것 같은 기분 ^^

 

적어도 우리 부부에게는 보석같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무도 없던,

그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무척 자유로웠던 날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퉁명스럽기는 해도 아침을 먹다 말고 "저건 누구야?"라던 옆지기의 지지선언으로

잠깐 겨울바람이 꿰뚫고 지나기라도 한 것처럼 시리던 마음을 달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1-05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8-01-05 09:58   좋아요 0 | URL
아하,누구 한 사람의 단독콘서트가 아니었구나!

소나무집 2008-01-0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은, 저도 스물의 그녀는 뭐 저런? 하면서 바라보았는데 삼십대의 그녀는 가슴에 와 닿더이다. 라디오도 안 듣고 tv도 거의 안 보다 보니 대중 음악 거의 모르고 살아요. 저는.

miony 2008-01-0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데 오랫만에 앨범 한 장을 사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