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오리가 꽥꽥거리는 까닭이 뭔지 알아?
생뚱맞은 질문이라 대답도 궁하고 아무래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서
- 넌 어떻게 생각하니?
되물었더니 신나게 준비된 답을 들려준다.
- 응, 그건 물이 많아서 먹다가 토할 것 같아서 꽥꽥하는거야.
요즘 색종이로 몸통 따위를 오려붙인데다 나머지를 크레파스로 그려 완성하는 그림에 열심이다.
하루는 네모 난 종이 아랫부분을 공들여 가위로 나란하게 오려왔다.
- 엄마, 이게 열 개인지 좀 세어 줘.
- ... 열 세 개네. 왜, 열 개라야 되니? 그냥 쓰지?
- 안 돼. 오징어 만들건데 다리가 열 개잖아.
세 개를 잘라내 주었는데 금새 어디 두었는지 잃어버렸다며 새로 오려와서 하는 말.
- 사실 이런 거 만들 때는 꼭 열 개가 아니라도 되는데, 그지?
바닷속에 잠수부와 함께 빨판까지 정성껏 그려놓은 문어 다리는 여덟 개란다.
요즘 그리는 그림엔 항상 세 사람이 등장한다.
가운데 치마를 입은 미니와 왼쪽에 강나리(사실, 내 상상 속의 친구란다.), 오른쪽에 태민이다.
자신을 가장 크게 옷의 무늬와 머리카락 등을 공들여서 그리고
하늘에는 구름 모양의 비행기에 조종사(핸들 모양의 조종간을 잡고 있다.)와 네모난 창문을 그린다.
그런데 어제 옆에 서 있는 그 친구의 이름이 바뀌었다.
엄마랑 성이 똑같다는 그 친구의 이름은 바로 <흰정>이란다.
내 이름보다 발음하기 더 어려운 것 같은데
남동생들도 어릴 때 나를 희른정 또는 흰정이라고 불렀다. ㅋㅋ
저녁을 짓고 있는데 부엌에 들어오더니 뜬금없이 묻는 말,
- 엄마, 내가 어떻게 여자로 태어났을까?
- 여자로 태어나서 기분이 어떠니?
- 응, 예쁘고 좋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