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커다란 밥솥을 보면서 옆에 깨알 같은 회색 명조체를 제대로 옆으로 돌려서 다 읽어보았다. 그리고 책안을 열어서 보는데 그 내용은 곧 안에서 나왔다. 괜히 눈만 아팠다. 검은 밥솥은 23페이지에 다시 나왔다. 영어를 조기교육으로 1등 선택 혹은 필수가 되어지는 요즘에 갑자기 한국어학원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서는 [마음의 빛깔]이라는 제목아래 붉다/빨갛다, 기쁘다/즐겁다, 감사하다/고맙다, 참다/견디다 의 차이를 알려주고 있다. 붉은 악마를 떠올리면서 카페메인에도 붉은 악마들의 응원모습으로 꾸몄던 때가 떠올랐지만 붉다는 표현 안에서 따뜻하고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참다 / 견디다]를 알려주는 곳에서는 엄마에게 야단맞고 개에게 화풀이하는 아이의 모습이 얄밉기 까지 했지만 참는다는 것과 견딘다는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생활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아래 삶다/ 찌다, 입다/걸치다, 마음먹다/결심하다, 끝내다/마치다 의 표현을 알려주었다. [찌는 듯한 더위], [찜통더위]의 설명으로 날씨가 매우 덥고 습도가 높아서 마치 사람의 몸을 찜통에 넣고 찌는 듯하다는 뜻으로 쓰인다고 했다. [곰탕]의 말을 다시 알게 되었고 퀴즈가 나오는 곳을 풀어보지만 아직은 부족한 내안의 지식 이였다.
3부에서는 [알아 가는 기쁨]이라는 제목아래 궁둥이/엉덩이, 고개/머리, 껍질/껍데기, 뜰/마당 의 글을 알게 되었다. 난 궁둥이가 사투리인줄 알았었다. 궁둥이는 사투리가 아니고 엉덩이 안에 있는 바닥에 앉으면 닿는 부분을 말한다고 했다. 배경의 컷 그림에 간호가가 주사를 궁둥이에 맞게 한다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컷 그림 아이의 말처럼 ‘엉덩이’에 주사를 놔주는 게 맞는 것 같다. TV의 사극에서 나오는 사또가 벌하는 “저 놈을 매우 쳐라”에서 ‘볼기’는 ‘궁둥이’나 ‘엉덩이’를 모두 가리키는 말이나 맨살이 들어나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볼기를 때리는 모습은 외국명화에서나 외국영화에서도 곧 잘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혼낼 때 무릎에 눕히고 볼기를 때리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난 아직까지 아이들의 볼기를 때린 기억이 없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4부에서는 [슬기로운 눈으로]라는 제목 아래 가족/식구, 속/안, 끝/마지막, 밑/아래 의 차이를 읽어볼 수 있다. 식구들이 모여서 가족이 생기고, 뭔가가 들어있는 것은 ‘속’이 되고 뭐든 할 수 있는 공간은 ‘안’이 되었다.
글의 차이를 읽어보면서 그동안 다른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책을 지은이들은 국어를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울리는 글자와 자연스러운 글자로 글을 적고, 말을 하고, 연설을 하고 또한 토론을 하는, 제대로 국어를 아는 분들이 새삼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어를 알기 전에 국어를 많이 알아야한다는 서두 글에서처럼 공부를 계속하는 아이들이나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는 학부모들이 읽어보면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이가 다 읽을 때 즈음에는 독후활동으로 낱말 표현카드를 만들어보면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