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인 엄정순씨는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행한다. 시각장애인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아트프로젝트가 우리들의 눈이다. 안 보이는 사람들과 미술작업을 시도한다. ‘코끼리 만지기프로젝트는 앞이 안보이는 아이들이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를 만져 보고 이미지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시각예술과 시각장애와 코끼리의 콜라보 프로젝트이다.

 

안과에는 가끔씩 아이들과도 다녀오는데 병원에서 대기하면서 환자들을 보고 있으면 안 보이는 것이 장애 중에 가장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내 두 딸이 안경을 처음 착용하던 때도 걱정으로 조바심까지 가졌던 기억이 있다.

 

2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시각장애 학생들을 만나면서 맹학교를 찾아가 자원봉사자로 미술 시간을 맡아서 해보고 싶다고 부탁을 했고 그렇게 맹학교의 미술 시간을 맡으면서 다른 눈을 가진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실명을 하고도 국립도서관장이 된 아르헨티나 소설과 보르헤스를 소개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공직을 맡았던 강영우 선생, 뉴욕 월가의 재무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신순규씨는 한국인 시각장애인들이라고 한다. 놀라웠다. 며칠 전에 스티비 원더의 대표곡인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아이들과 함께 들으면서 아이들에게 스티비 원더가 시각장애인이라고 알려주니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걸쳐 12개의 맹학교가 있다고 한다. 인천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까지 가서 자유공원 언덕을 걸어가 보고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야외수업을 했다. 아이들에게 다녀온 기억을 표현해보라고 했다. 약시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비슷하게나마 재현을 해보았고 전맹인 초등4학년 여학생은 힘들게 걸었던 계단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10미터가 넘는 대형 종이 가득 계단을 그려 넣었다. 차이나타운-천 개의 계단 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책속에서 보았다.

 

그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자가 하는 일이다. 그는 본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느낌을 표현한다.’ -파블로 피카소 (64)

 

 

매번 미술 시간에 완성한 자기 작품을 휴대폰에 찍어 놓고는 비시각장애인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려원이를 보면서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사진 수업을 시작하게되고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디지털 카메라 12대를 시작으로 2008년 맹학교 정규 미술 수업에서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 사진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맹인 사진작가 앨리스 윙월은 나는 시력을 잃었지만 시각화하는 능력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라고 고백했다.

 

나는 종종 뉴스를 통해서 시각장애인들이 모임을 통해서 등산대회를 가지는 것을 자주 보았다. 비시각장애인들이 함께 도움을 주지만 여러 후원단체들이 너무 감사했다.

 

작가가 생각해낸 가장 큰 프로젝트가 코끼리 만지기이다. 2009년 맹학교 학생들과 서울대공원 다음으로 큰 규모의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갔다.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거나 타보는 것은 돈을 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체험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코끼리의 몸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의사와 조련사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조합토 덩어리로 코끼리를 만들었다.

 

2011년 여름이 되기 전에 국립서울맹학교 아이들과 우치동물원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오고 코끼리들이 모두 일본으로 떠났다고 한다. 경영문제로 일본의 사파리회사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웠다. 어찌되는 것일까? 궁금증에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코끼리란 이름을 타고 세상을 서핑 하던 중에 태국의 치앙마이 근처에 있는 코끼리 캠프를 발견한다. 청주맹학교 학생들 여덟 명과 4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온다. 코끼리를 만져 보고 점토를 주물럭거리면서 코끼리를 만들었다.

코끼리를 만지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잠을 자는 코끼리를 만들었는데 자고 있는 코끼리는 별로 무섭지 않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177)

 

 

처음에 코끼리 만지기프로젝트가 힘들었을 때, 어느 공원에 가면 공룡조각상이 많이 있듯이 어디에 코끼리 조각상도 있을 것인데 차가운 돌 조각이라도 맹학교 아이들이 만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창의성이라고 한다. 창의적인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덕목이 상상력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시각 중심으로 살아온 감각이 그로 인한 인식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감각을 고르게 가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 것이다. (203)

 

나도 두눈을 감고 맹학교 아이들과 코끼리만지기를 해보고싶다. 작가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