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이 전부다 -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아우름 29
권덕형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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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반가웠다. 난 결혼 전 광고기획사무실에 근무했다. 많은 패키지상품 디자인을 했고 종이일러스트, 세밀화, 문구류 디자인까지 많은 것을 했다. 제품 카다록 제작도 많이 했었다. 대부분 난 사장님을 도와서 함께하는 작업이었다. 종이일러스트는 단독 내작품이었다. TV CF나 실외광고 같은 것은 나와 거리가 먼 동경하는 직업이었기에 책으로 광고인의 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였다.

 

톡톡 튀는 광고 아이디어도 사실은 삶의 작은 부분들을 따뜻하게 눈여겨보는 관찰과 발견의 힘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몸을 지불하느라 조금은 기형으로 살아간다. 오래도록 칼을 다루느라 손가락 하나가 조금씩 깎여 나가 짧아진 요리사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부엌일을 하신 어머님도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은 손을 베이기도 한다고 한다. 지난주에도 갔던 네일아트봉사활동에서 노인정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손가락은 밭일을 하다가 혹은 여러 일을 많이 하다가 손가락관절로 뒤틀려있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분홍빛 색칠을 하고 흰색으로 꽃잎을 그려주는 일 뿐이지만 두어 시간 함께하는 시간에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광고에 나온 영상이 4컷으로 나눠서 올려져있다. 광고명과 브랜드, 국가가 적혀있다. 광고를 보면서 표현의 방식을 발견한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녀가 짧은 만남의 시간에 해야 하는 일도 서로에 대한 발견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발견의 과정이고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친구이거나, 배우자, 회사일 수도 있지만 자신을 알아주고 발견해주는 존재가 있다.

 

조니워커 광고를 소개했다. 광고영상 속에는 브랜드의 역사를 담았다. 200년 전, 조니워커의 창업자가 소년 시절부터 생업을 맡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아들에 손자까지 그 대열에 합류한다. 작가가 군복무시절에 24시간, 100킬로미터를 행군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을 하면서 걸을 없이 퇴행하는 생활을 곱씹어 볼 때마다 살기 위해서 걸어야 했던 때를, 지금 이 순간 살기 위해서 걷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서야 했다고 한다.

 

피아노건반 사진에 흰건반도 검게 나와 있다. 이 광고는 한 피아노 회사가 만든,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레이 찰스 추무광고라고 한다. 시각장애인인 레이 찰스에겐 건반의 색이 무의미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오면 만두부터 떠올린다는 작가 말에 나 또한 지난주 지낸 친정엄마의 기일이 생각났다. 나의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나신지 올해 11년째이다. 친정아빠는 설 명절이면 친정엄마랑 두 분이 큰 만두를 빚이셨다. 그렇게 설이면 떡만둣국을 해주셨다. 사골곰국을 끓여서 육수로 사용하셨다.

 

코카콜라 광고를 소개했다. 광고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시작되고 지중해 연안의 볕 좋은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식탁을 들과 나와 이어 붙인다. 식탁을 이어가면서 그 위에 저마다 준비해 온 갖가지 음식들로 풍성하게 채워갔고 나중에 오는 사람들도 식탁을 이어가면서 식사도 이어갔다. 그러다가 배낭을 메고 식탁 옆을 지나가던 여행자를 불러서 함께한다. 즐거움은 끝이 없다

 

 

'파는 광고가 아닌 알리는 광고를 소개했다. 햇볕이 따가운 출근길에 오토바이가 큰 사고가 나서 20대 내외의 두 사람은 아침 출근 시간에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공익광고이다. 난 며칠 전 tv속에서 한 여학생이 학교 복도에서 도와달라고 소리 지르는데 다가온 친구가 도와준다고 하는 광고를 보았다. 그 또한 공익광고인듯 한데 다가온 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든든했다.

 

모든 카메라는 사랑의 도구(129)

대학생활에 친구 한명이 취미가 사람 관찰이란다.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사람 관찰을 했다고 한다. 나도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서 산악회에서도 모임에서도 대부분 사진을 찍어주곤 한다. 십여 년 전 남편이 사준 무거운 DSLR도 낑낑대면서 가지고 다녔다. 이제는 마음대로 사람들을 찍으면 초상권이 어떻고 한다.

 

카메라 광고는 그러므로 사랑에 머뭇거리거나 사랑을 멈춘, 혹은 사랑을 막 시작하려는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초대다. 사랑하고, 바라보고, 담으라는......,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카메라 광고는 사랑광고다. (133)

 

책의 제3장에는 간판이름이나 책이름, 타이틀, 제목 짓지 노하우 등 많은 쓸모 있는 것들을 소개했다. ‘실전 어드바이스코너를 두고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올려두었다. 내가 가게를 차리면 사용하고 싶은 간판이름도 눈에 띄었다. 작가는 광고는 발견의 예술이며, 사람살이가 발견이고, 서로를 발견하는 것, 발견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광고 만드는 일의 매력이라고 한다.

 

난 상품 패키지를 만들 때,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누구보다 앞서가기보다 뒤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마음이 충만하고 흐뭇해진다. 작가처럼 광고로 인생을 배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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