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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작가
이랑주씨는 비주얼 머천다이저(Visual Merchandiser), 생소한 어려운 말은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서 알았다. 표지 안에 사진은 미소를
짓고 있다.
약어는
VMD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종을 말한다. 매장을 신설할 때 어느 위치에 어떤 콘셉트로 구성되고
배치되어야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고, 그 지역의 특성을 분석해 주력 제품을 결정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라고 설명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내 여동생도 VMD였다.
시장상인들을
만나서 쪽박 가게들을 대박 가게로 거듭나게 해줬다. 돌연 일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났다. 1년간 40여 개국 150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점포를 둘러보고 왔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세계일주 기행 속에 시장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의 시장 모습은 조금 놀라웠다. 앞부분에 처음 소개하는 영국 런던 ‘버러 마켓’은 세계 최고의 식재료를 판매하며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라고 한다. 진열된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거대하기까지 했다. 치마를 펼친 듯 진열된 토마토를 보니 스페인 토마토 축제(La
Tomatina)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직접 재배한 것과 직접 만든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믿음이 있는 장사를 하고 있다. 생산자와 원산지에
대한 신뢰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서 입구 간판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원조’라를 글을 적어두고 주인의
얼굴사진을 넣어두고 벽면에도 ‘어느 방송국 맛집에 소개됨’ 식으로 선전이 대단하다. 내가 본 간판은 너무 지저분했다.
일본
도쿄의 츠타야 서점은 도서관 겸 서점으로 요리책 옆에 요리재료를 판다고 한다. 소개도 독특했다. 테마별로 전문 매니저가 있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단다. 우리 나라에도 커피숍에 가보면 머핀이나 미니케잌을 함께 팔며 악세사리나 책을 파는 곳도 있지 않는가. 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많은
상품들을 진열해두고 판매하는 곳도 많이 생겼다. 큰 서점안에는 손님들이 물건의 위치를 검색하고 결과를 인쇄해서 쉽게 찾도록 해둔 곳도 있으니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되고 있다.
인도의
시장에는 음식을 먹고 그릇을 깨어 버리는 음식점이 있고 펄펄 끓는 아이스크림을 파는곳도 소개하고 있다. 벽에 비행기를 간판으로 걸어둔 곳, 진짜
독특한 시장이 많다. 성당입구처럼 생겼는데 들어가면 커다란 광장 속에 시장이 있다. 음식도 팔고 물건도 판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오래전 대구의 한 나이트클럽 입구도 석상으로 만들어진 말이 벽을 박차고 나오고 여행사 입구에 버스가 잘려져 벽면을 차지하고 있고
영덕대게를 파는 곳의 간판은 커다란 게가 만들어져 달려있었다. 영덕 강구항 가까이로 가면 간판마다 대게가 달려있다. 변화는 발전을 의미한다.
그리스
아테네의 중앙시장을 갔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 나도 같이 그 시장으로 함께 가는 것 같다. 사진이 많아서 두루 살펴보는데 빨간 토마토를 보니
사고 싶어진다. 우리나라는 꼭지를 안보이게 진열하는데 이곳에는 토마토 꼭지가 보이게 진열하는 게 달라 보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싱싱한 꼭지가
붙어있는 모습에 더 손이 갈 듯하다. 과일을 반으로 잘라두어 신선도를 직접 보여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아름다운 진열로 유명한 곳이라고 적혀있다. 어떤 독특한 진열이 있나 보니 과일들을 비슷한 크기로
탑을 쌓아 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 개를 반으로 잘라 두었다. 과일탑앞에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는다. 괜찮은 발상이다. 우리 나라의
과일집은 대부분 박스안에 노란색 혹은 분홍색 얇은 종이를 한 개씩 포장해서 가득 담아두고 또 소쿠리에 담아서 내 놓지 않는가. 멋진 과일가게의
효자 상품은 다양한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서 꼬치에 꽂은 과일믹스 꼬치다. 테이크아웃 하기 좋게 만들어진 미니 과일 도시락은 불티나게
팔린다.
작년
여름 가족여행으로 갔던 태국의 파타야 야시장에도 미니 과일 도시락을 볼 수 있었다. 야시장에서의 대부분 음식들은 소포장으로 테이크아웃이 가능했고
먹으면서 다른 쇼핑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또 태국에 있는 워킹스트리트 거리를 지나보면 상가 밖으로 익간판이 거리 하늘위에 붕 떠 있는 것
같다. 거리의 마술쇼도 구경할 수 있고 장난감을 파는 사람은 직접 갖고 놀면서 고객을 찾는다.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시장을 활성화 시킨
듯하다.
안동
구시장은 안동찜닭으로 유명하다. 주차공간이 적은게 아쉽다. 뒤쪽에 유료주차장들은 몇 있는데 많이 비싸다. 중앙신시장은 구시장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구시장보다는 늦게 형성되었다. 중앙신시장 돔형식의 현대화된 건물 구조를 갖추었다. 요즘은 재래시장이 새로 정비하면서
돔형식으로 거의 바뀐 것 같다. 비가와도 우산을 안들고 다녀 좋지만 아직까지 소포장은 잘 없다.
오래전
가 본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의 억지춘양5일장은 많이 크지는 않은 시장이다. 장이 서는 날이 아닌 날 가서 그런지 한산했다. 여기서 오랜만에
검정색에 가까운 갈색의 둥글고 납작한 엿을 샀었다. 고교 수학여행에서 강원도 설악산에서 사먹고 처음 사먹었다. 영해관광시장은 작년에 갔다가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 입구에도 큰 케릭터 인형이 새워져 있다. 깔끔하고 깨끗한 시장으로 생각난다.
매년
자주 가는 곳이 포항 죽도시장이다. 죽도시장에서 회를 사먹거나 할매고래고기집을 지나 수협죽도위판장에서 고등어를 한 박스씩 사기도 한다. 또
바닷가옆에 줄지어 있는 횟집에서 영덕대게를 사먹기도 했다. 죽도시장 건어물상회에서 마른오징어와 쥐포를 구입하기도 한다. 다른 시장에 비해
죽도시장은 크기가 큰 것 같다. 주차공간이 적은 게 좀 아쉽다. 회를 입구에서 사면 식당에 들어가서는 인원수대로 초장값을 받는다. 회값은 입구
회를 파는 분에게 지불하고 다른 비용은 모두 따로 식당에 지불해야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길모어 파머스 마켓을 마지막으로 소개했다. 전통시장 탐방을 시작할 때는 외형적인 것만 보아왔다고 한다. 시장입구의 하얀 시계탑
옆에는 고물트럭이 있다고 한다. 기름을 넣을 수 없는 가짜주유소와 같이 있는 트럭은 시장의 유래를 자연스럽게 알려준다고 한다. 길모어라는 사람이
1930년 지금의 시장터에 주유소와 매점을 지었고 도심으로 농산물을 팔러가던 트럭들이 주유를 하면서 물물교환이 이뤄졌고 그 후 길모어 파머스
마켓이 생겼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농산물은 모두가 신선하고 주인이 직접 만든 쨈과 초콜릿 같은 홈메이드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또 이곳 상인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대형
마트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손님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지요.”
한 상인들의 당당함은 다름 아닌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346쪽~347쪽)
대구의
칠성시장에는 현재 현수막이 곳곳에 달려있다. 대형 식자재 마트가 시장 가운데 들어선다는 것이다. 시장을 조금 벗어나면 기업형 수퍼마켓이 연이어
있다. 거의 매일 칠성시장을 지나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어느 시장에 가도 시장 안에는 커다란 수퍼마켓이 한 두 개씩 있는 것을
보았다. 구미역 건너 중앙시장에도 있고 대구의 동구청 근처 동서시장에도 있고 공항 맞은편 공항시장 안에도 있다. 닭똥집골목으로 유명한 평화시장
안에도 있다.
대구의
팔공산 가기 전 불로전통시장은 여러 상점이 들어서있다. 입구가 몇 군데 나 있어서 이동이 편리하고 칼국수나 찜요리 등 추천하는 음식점도 몇 군데
있다. 작년 9월에 첫 불로장터 한마당을 할 때는 할인축제가 있었다. 올해는 5월부터 10월까지 불로전통시장 어울림한마당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6개월을 축제기간으로 둔다니 역시 그냥은 살아남기 힘든 탓인걸까?
매년
4월이면 영덕대게축제를 여는 영덕대게를 사먹으려고 영덕의 강구항 어시장을 찾는다. 올해는 설날에 차례를 지내고 시댁식구들과 가족모두 강구항에
갔다. 현실로 보여지는 여러 부족한 뭔가를 상인들이 찾아서 개선해야할 것이다. 상가건물형의 중형시장으로 장날은 매월 2일, 7일 장을 여는
경상남도 함양에 있는 함양중앙상설시장은 장날이 아닐 때는 시장 안에 있는 국밥집만 장사가 되는 것 같다. 채소를 파는 노점상이 몇 있지만
싱싱하지 않았다. 장날이 아닐 때도 싱싱한 물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소비자 중에 한사람이다. 내가 필요한 것이라면 시장을 찾는 다른
사람들도 필요한 것이다.
책
속에서 작가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장과 상인들을 소개하면서 지금처럼 ‘좋은 상품’이라는 본질이 없이 외형 바꾸기에만 치중한다면 언젠가 시장은
사라질 거라고 경고했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상품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품이 좋다고 선전하고
품질보등서만 보여줄게 아니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사서 사용해보고 다시 구매하는 것이 바로 좋은 품질의 상품이라는 ‘본질’을 찾는 일의 결과가
아닐까?
눈에
들어오는 작가의 메시지 125쪽 중간-
"시장이
성공하려면 먼저 시장을 사람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어야 한다."